1. 개요[편집]
| 드루드 모델 Drude model | |
|---|---|
| 제안 | 파울 드루드 (1900) |
| 그림 | 자유전자 기체 + 충돌 완화시간 τ |
| DC 전도도 | σ = ne²τ/m |
| 대표 성공 | 옴의 법칙 · 홀 효과 · 금속 광택 |
| 대표 실패 | 비열 · 열전능 · 평균자유행로 |
전자를 당구공으로, 금속을 당구대로 놓고 뉴턴을 돌렸다. 놀랍게도 절반은 맞았다.
드루드 모델(Drude model)은 금속 안의 전도전자를 서로 무시하고 이온격자와 이따금 충돌하는 고전 자유전자 기체로 보고, 그 충돌을 평균 완화시간 하나로 뭉뚱그려 전기·열·광학 전도를 설명하는 모형이다. 1900년 파울 드루드(Paul Drude)가 톰슨의 전자 발견 3년 만에 내놓았는데, 기체운동론을 전자에 그대로 이식한 대담한 발상이었다.1
가정은 넷이다. (1) 전자는 충돌 사이 자유입자처럼 직진한다(자유·독립 전자, 이온·다른 전자와의 상호작용 무시). (2) 충돌은 순간적이고 속도를 무작위화한다. (3) 단위시간당 충돌 확률은 로 일정하며 는 완화시간(relaxation time). (4) 충돌 후 속도는 국소 열평형 분포에서 다시 뽑힌다. 이 소박한 그림이 옴의 법칙과 홀 효과를 단번에 뱉어낸다는 것이 놀라운 지점이고, 동시에 비열에서 100배씩 틀린다는 것이 그 한계다.
2. 운동 방정식과 DC 전도도[편집]
전자 하나의 평균 운동량 는 외력과 충돌에 의한 감쇠를 함께 받는다. 충돌이 완화시간 로 운동량을 갉아먹는다고 쓰면
정상상태()에서 표류속도 이 나오고, 전류밀도 에 넣으면 옴의 법칙 의 DC 전도도가 떨어진다.
전도도가 전자 밀도 과 완화시간 에 비례한다는 이 결과는 지금도 금속 전도의 출발점이다. 실측 에서 거꾸로 를 뽑으면 상온 금속에서 가 나온다. 문제는 이 에 대응하는 평균자유행로를 고전 열속도로 계산하면 원자 간격 수준밖에 안 나오는데, 실제 저온 금속의 평균자유행로는 그보다 수천 배 길다는 것이다. 이 모순은 조머펠트가 페르미 속도를 넣어야 풀린다(아래).
3. AC 전도도와 유전함수[편집]
시간에 따라 진동하는 장 를 넣으면 관성항이 살아나 전도도가 주파수 의존이 된다.
(저주파)에서는 DC 값 로, (고주파)에서는 순허수로 가서 전자가 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90° 뒤처진다. 이 를 유전함수로 옮기면 광학의 언어가 된다.
여기 등장하는 플라스마 진동수 가 금속 광학의 분수령이다. 충돌을 무시한 극한()에서 인데, 이면 이라 파동이 매질 안으로 못 들어가고 전반사된다 — 금속이 번쩍이는 이유다. 이면 이 되어 금속이 투명해진다. 알칼리 금속이 자외선에서 갑자기 투명해지는 자외선 투과(UV transparency)가 이 예측의 교과서적 확증이다. 이 는 인과적 응답함수라 크라메르스-크로니히 관계를 자동으로 만족하고, f-합 규칙의 우변에 나오는 가 바로 이 값이다.2
교류가 만드는 이 유전함수는 표피효과의 미시적 근거이기도 하다. 저주파 극한에서 의 허수부가 지배해 파동이 표피 깊이만큼만 침투한다. 음의 굴절률 메타물질의 FDTD 계산에서 , 를 드루드 쌍으로 넣는 관행도 여기서 왔다.
4. 자기장 속: 홀 효과와 자기저항[편집]
자기장 를 걸면 로런츠 힘이 운동 방정식에 붙는다.
전류에 수직으로 를 걸고 정상상태를 풀면, 전류에 수직인 방향으로 전압이 생기는 **홀 효과**가 나온다. 홀 계수는
로, 전하 부호와 밀도만으로 정해지는 깔끔한 결과다. 홀 계수 측정이 반도체 캐리어 농도·부호의 표준 측정법이 된 것이 이 식 덕분이다. 그런데 드루드는 여기서 두 번째 얼굴을 드러낸다 — 단일 완화시간 자유전자 모형은 횡자기저항이 0이라고 예측하고(전도도의 자기장 의존성이 사라짐), 홀 계수가 항상 음수여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자기저항이 존재하고, 베릴륨·아연 같은 금속은 홀 계수가 양수로 나온다. 이 실패는 전자를 파동으로 다루는 전자 밴드 구조 이론과 정공(hole) 개념이 나와야 풀린다. 드루드가 어디서 무너지는지가 오히려 고체물리의 다음 장을 가리킨 셈이다.
5. 성공과 실패의 목록[편집]
| 물리량 | 드루드의 성적 |
|---|---|
| 옴의 법칙, DC 전도도 | 정성·정량 모두 성공 |
| 홀 계수 크기 | 단순 금속에서 성공 |
| 광학 반사·플라스마 진동수 | 성공 (금속 광택, UV 투과) |
| 비덤-프란츠 법칙 | 우연히 맞음 (오차 두 개가 상쇄) |
| 전자 비열 | 고전값 예측 → 실측의 약 1/100, 완전 실패 |
| 열전능(제벡 계수) | 약 100배 과대평가 |
| 자기저항·양의 홀 계수 | 설명 불가 |
가장 유명한 우연이 비덤-프란츠 법칙이다. 열전도도와 전기전도도의 비 (로런츠 수)를 드루드로 계산하면 실측과 2배 이내로 맞는데, 이건 실력이 아니라 두 개의 큰 오차가 서로 상쇄된 결과다. 고전 전자 비열이 실제보다 약 100배 크고, 고전 열속도의 제곱이 실제보다 약 100배 작아서, 둘을 곱하는 로런츠 수에서 인수 100이 지워진다. 각각 따로 재는 비열과 열전능에서는 이 상쇄가 없어 드루드가 처참하게 틀린다.3
6. 조머펠트 보정[편집]
실패의 뿌리는 하나다 — 드루드는 전자를 맥스웰-볼츠만 분포를 따르는 고전 기체로 봤다. 실제 전자는 페르미온이라 파울리 배타 원리를 따르고, 상온에서도 강하게 축퇴된 페르미 기체 상태다. 1927년 조머펠트(Arnold Sommerfeld)가 드루드의 고전 분포를 페르미-디랙 분포로 갈아끼운 것이 조머펠트 모델이다. 핵심 통찰은 전기·열 수송에 참여하는 전자는 페르미 준위 근처의 비율뿐이라는 것.
이 하나로 실패가 줄줄이 수리된다. 비열은 인자가 붙어 100배 줄고 실측과 맞는다. 수송을 지배하는 속도가 느린 열속도가 아니라 빠른 페르미 속도 로 바뀌면서 평균자유행로 모순도 풀린다. 반면 , 홀 계수, 플라스마 진동수처럼 분포 모양에 안 민감한 양들은 드루드 형태 그대로 살아남는다 — 그래서 이 식들이 지금도 쓰인다. 완화시간 근사를 미시적으로 정당화하고 의 온도·에너지 의존성을 계산하는 일은 볼츠만 방정식의 몫으로 넘어간다. 드루드→조머펠트→볼츠만 수송이론→밴드 이론으로 이어지는 이 계보의 첫 단추가 드루드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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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드 본인은 이 모형으로 오래 살지 못했다. 1906년, 베를린 대학 정교수가 된 지 며칠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향년 42세. 그가 남긴 자유전자 그림은 120년이 지난 지금도 고체물리 교재 첫 장을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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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호 규약을 조심해야 한다. 이 문서는 규약을 써서 로 적었다. 공학에서 흔한 규약을 쓰면 라 부호가 뒤집힌다. 논문에서 유전함수 허수부 부호가 반대로 보이면 십중팔구 규약 차이지 오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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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드가 1900년 논문에서 로런츠 수를 계산해 실측과 맞아떨어지는 걸 보고 크게 고무됐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쓴 계산에는 인수 2짜리 실수까지 있어서, “틀린 물리 + 계산 실수”가 겹쳐 우연히 더 잘 맞았다는 후일담이 붙는다. 물리학사에서 손꼽히는 행운의 오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