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존스 퍼텐셜

편집 역사 토론

레너드-존스 퍼텐셜
Lennard-Jones potential
약칭LJ, 12-6 퍼텐셜
분야분자동역학 × 통계역학
표현하는 것중성 원자 간 반데르발스 상호작용
매개변수ε(우물 깊이), σ(충돌 지름)
단짝분자동역학, 베를레 적분

1. 개요[편집]

레너드-존스 퍼텐셜(Lennard-Jones potential, 흔히 12-6 퍼텐셜)은 전기적으로 중성인 두 원자·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에너지를 거리 rr의 함수로 나타내는, 분자동역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모형 퍼텐셜이다. 가까우면 세게 밀치고(반발), 적당히 멀면 살짝 당기며(인력), 아주 멀면 서로 무시하는 — 원자들의 밀당을 딱 두 개의 매개변수로 압축한 국룰 퍼텐셜이다.1

수식은 다음과 같다.

V(r)=4ε[(σr)12(σr)6]V(r) = 4\varepsilon\left[\left(\frac{\sigma}{r}\right)^{12} - \left(\frac{\sigma}{r}\right)^{6}\right]

여기서 ε\varepsilon은 퍼텐셜 우물의 깊이(결합의 세기), σ\sigma는 퍼텐셜이 0이 되는 거리(대략 원자의 지름)다. 이 딸랑 두 개의 숫자로 아르곤 같은 비활성기체 액체의 상태방정식을 놀랍도록 잘 재현한다는 것이 이 모형의 마법이다.

2. 두 개의 항, 두 개의 물리[편집]

레너드-존스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두 힘을 하나의 식에 욱여넣은 것이다.

2.1. 인력항 (r6-r^{-6})[편집]

먼 거리에서 원자들을 서로 당기는 반데르발스 인력, 정확히는 **런던 분산력(London dispersion)**이다. 순간적인 전자 분포의 요동이 이웃 원자에 유도쌍극자를 만들고, 그 상관에서 인력이 생긴다. 이 인력이 거리의 6제곱에 반비례(r6-r^{-6})한다는 것은 양자역학적 섭동론에서 엄밀하게 유도되는 결과라, 6이라는 지수는 물리적 근거가 확실하다.2

2.2. 반발항 (+r12+r^{-12})[편집]

원자들이 너무 가까워지면 전자구름이 겹치고, 파울리 배타 원리 때문에 급격히 밀친다. 이 파울리 반발은 실제로는 거리에 대해 지수함수적으로 감쇠하는 형태가 더 정확하다. 그런데 왜 하필 12제곱일까? 딱히 물리적 이유는 없다. 인력항의 지수 6의 두 배라서 r6r^{-6}을 제곱하면 바로 얻어지므로 계산이 싸기 때문이다.3 즉 12는 “물리”가 아니라 “성능 최적화”의 산물이다. 정직한 국룰.

3. 매개변수의 의미[편집]

퍼텐셜을 미분해서 힘이 0이 되는 지점을 찾으면 평형 거리는

rmin=21/6σ1.122σr_\text{min} = 2^{1/6}\,\sigma \approx 1.122\,\sigma

이고, 이 지점에서 에너지는 정확히 ε-\varepsilon, 즉 우물 바닥이다. 정리하면:

기호물리적 의미조절하면
ε\varepsilon우물 깊이 (인력 세기)끓는점·응집력이 바뀜
σ\sigmaV=0V=0이 되는 거리원자 크기가 바뀜
rminr_\text{min}평형 원자 간 거리1.122σ1.122\sigma로 종속

서로 다른 종류의 원자쌍은 **혼합 규칙(mixing rule)**으로 매개변수를 조합한다. 로렌츠-베르텔로(Lorentz-Berthelot) 규칙이 표준이다: σij=(σi+σj)/2\sigma_{ij} = (\sigma_i + \sigma_j)/2, εij=εiεj\varepsilon_{ij} = \sqrt{\varepsilon_i \varepsilon_j}.

4. 컷오프 — 무한을 자르는 기술[편집]

퍼텐셜은 형식상 rr \to \infty까지 살아 있지만, 실제 시뮬레이션에서 모든 원자쌍을 계산하면 원자 수 NN의 제곱에 비례하는 연산이 든다. 다행히 인력이 r6r^{-6}으로 빠르게 죽으므로, 어느 거리 rcr_c(컷오프, 보통 2.5σ2.5\sigma)를 넘으면 그냥 0으로 간주한다. 이러면 이웃 리스트(neighbor list)와 셀 분할을 써서 계산량을 O(N)O(N)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컷오프에서 퍼텐셜을 뚝 자르면 그 지점에서 힘이 불연속이 되어 에너지 보존이 깨지고 베를레 적분 같은 심플렉틱 적분기의 장점이 새어나간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컷오프 지점에서 퍼텐셜과 힘이 매끄럽게 0이 되도록 시프트(shifted) 또는 스무딩(smoothing) 처리를 한다. 잘라놓고 시치미 떼는 게 아니라, 잘린 자리를 곱게 다듬는 것이 매너다.4

5. 분자동역학에서의 위치[편집]

레너드-존스가 분자동역학의 대표 퍼텐셜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 싸다: 힘 계산이 곱셈 몇 번이면 끝난다. r12=(r6)2r^{-12} = (r^{-6})^2이라 제곱근·초월함수가 안 나온다.
  • 범용적: 매개변수 두 개만 맞추면 비활성기체부터 고분자 힘장의 비결합(non-bonded) 항까지 커버한다.
  • 교과서적: 상전이, 임계점, 유리전이 같은 통계역학 현상을 정성적으로 다 보여준다. 그래서 “LJ 유체”는 통계역학의 초파리(model organism) 노릇을 한다.

실제 힘장(AMBER, CHARMM, OPLS 등)에서 원자 간 반데르발스 상호작용은 거의 예외 없이 LJ 형태로 들어가 있고, 여기에 결합·각도·이면각·정전기 항을 얹어 완성한다. 즉 LJ는 분자 시뮬레이션이라는 건물의 주춧돌 중 하나다.

6. 한계와 변종[편집]

  • 12제곱이 너무 딱딱하다: 실제 반발보다 벽이 가팔라서, 고압·충격 영역에서는 오차가 커진다. 그래서 지수함수 반발을 쓰는 버킹엄(Buckingham) 퍼텐셜이나, 결합의 유연함을 담은 모스(Morse) 퍼텐셜을 쓰기도 한다.
  • 다체 효과 부재: LJ는 순수 이체(pairwise) 퍼텐셜이라, 금속·반도체처럼 결합이 주변 환경에 의존하는 물질은 못 담는다. 이 경우 EAM, Tersoff 같은 다체 퍼텐셜로 넘어간다.
  • 그럼에도 “일단 LJ부터 돌려본다”는 것은 분자 시뮬레이션의 국룰로 남아 있다. 단순함이 곧 힘이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1. 1924년 존 레너드-존스(John Lennard-Jones)가 제안했다. 참고로 그의 성 “Lennard-Jones”는 결혼하면서 아내의 성 Lennard와 본인의 Jones를 합친 것으로, 하이픈이 붙은 진짜 겹성이다. 퍼텐셜에도 하이픈이 붙는 이유.

  2. 두 중성 원자 사이의 분산 인력이 C6/r6-C_6/r^6 꼴이라는 것은 2차 섭동론에서 나온다. C6C_6 계수는 원자의 분극률과 관련된다. 즉 인력항의 6은 정당한 물리, 반발항의 12는 그냥 편의다.

  3. 부동소수점 곱셈이 초월함수보다 압도적으로 싸던 시절의 유산이다. 수십억 스텝을 도는 MD에서 이 차이는 곧 전기요금이다. 요즘 하드웨어에선 덜 중요하지만 관성으로 12가 살아남았다.

  4. 컷오프로 잘려나간 인력 에너지를 통계적으로 보정해주는 “tail correction”도 따로 넣는다. 균일한 밀도를 가정하고 rcr_c 바깥 기여를 적분해 압력·에너지에 더해준다. 안 넣으면 상태방정식이 미묘하게 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