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전송선 이론(transmission line theory)은 신호의 파장이 회로의 물리적 길이와 비슷하거나 짧아질 때, 전선을 단순한 도선이 아니라 위치마다 전압·전류가 달라지는 분포정수회로로 취급해 다루는 전자기학의 한 분과이다. 흔히 “전선은 그냥 전선 아니냐”라고 생각하지만, 주파수가 올라가면 이 순진한 믿음은 처참하게 배신당한다. 신호가 선을 따라 전파되는 데 유한한 시간이 걸리고, 그 결과 선의 이쪽 끝과 저쪽 끝의 전압이 순간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핵심 판별 기준은 전기적 길이다. 선의 물리 길이 이 파장 의 대략 을 넘으면 집중정수(lumped) 근사가 깨지고, 전송선으로 취급해야 한다.1 예컨대 60 Hz 전력선은 파장이 5000 km라 웬만한 실험실 회로는 점 하나로 봐도 되지만, 5 GHz 무선 신호는 파장이 6 cm에 불과해 PCB 위 몇 mm짜리 배선도 어엿한 전송선이 된다. 맥스웰 방정식을 매번 풀지 않고도 고주파 회로를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전자공학의 축복 같은 근사 이론이다.
2. 분포정수회로 모델[편집]
전송선의 아주 짧은 구간 를 떼어내 등가회로로 그리면, 네 개의 단위길이당 파라미터로 표현된다. 이를 RLGC 모델이라 부른다.
- — 단위길이당 직렬 저항 (), 도체 손실
- — 단위길이당 직렬 인덕턴스 (), 자기장 에너지
- — 단위길이당 병렬 컨덕턴스 (), 유전체 누설
- — 단위길이당 병렬 커패시턴스 (), 전기장 에너지
이 미소구간이 무한히 이어진 사다리 회로가 곧 전송선이다. 도선을 무한개의 LC 소자 사슬로 본다는 발상이, 연속체를 유한 요소로 쪼개는 유한요소법의 사고방식과 은근히 닮았다.
3. 전신방정식[편집]
미소구간에 키르히호프 법칙을 적용하고 의 극한을 취하면, 전압과 전류에 대한 결합 편미분방정식이 나온다. 이것이 전신방정식(telegrapher’s equations)이다.2
두 식을 결합하면 각각 파동방정식 꼴이 되고, 그 해는 전파상수 를 가진 진행파로 나타난다. 여기서 는 감쇠상수, 는 위상상수다. 손실이 없는 이상적 선()에서는 가 되어 신호가 감쇠 없이 의 위상속도로 흐른다.
4. 특성임피던스[편집]
전송선을 진행하는 파동에서 전압과 전류의 비는 위치에 무관하게 일정한데, 이 비율을 특성임피던스 라 한다.
저손실 근사에서는 깔끔하게 로 정리된다. 특성임피던스는 선의 재료와 단면 형상이 정하는 고유한 값이지, 선의 길이나 끝에 뭘 달았는지와는 무관하다. 동축케이블에서 50 Ω과 75 Ω이 표준으로 굳어진 이유가 여기 있다.3 50 Ω은 전력 전달과 손실 사이의 절충점이고, 75 Ω은 손실 최소화에 유리해 방송·영상용으로 자리 잡았다.
5. 반사계수와 정재파비[편집]
전송선 끝에 붙은 부하 임피던스 이 와 다르면, 도달한 파동의 일부가 되돌아온다. 이 되돌아오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반사계수 다.
이면 , 즉 반사가 전혀 없다. 이 완벽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임피던스 정합의 목표다. 반사파와 입사파가 겹치면 선 위에 위치 고정된 간섭 무늬, 즉 정재파(standing wave)가 생기고, 그 최대·최소 진폭비를 정재파비(VSWR)로 정량화한다.
완전 정합이면 VSWR = 1, 완전 반사(개방·단락)면 무한대다. 고주파 계측에서 이 반사 특성은 S-파라미터의 (입력 반사계수)로 직접 측정되며, 안테나 해석에서 안테나가 급전선과 얼마나 잘 맞는지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된다.
6. 마이크로스트립과 실물 전송선[편집]
이론은 우아하지만 현실의 전송선은 형태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형태 | 구조 | 주 용도 |
|---|---|---|
| 동축케이블 | 중심도체 + 외부도체 | 계측, RF 배선 |
| 마이크로스트립 | 기판 위 스트립 + 하부 접지면 | PCB, MMIC |
| 스트립라인 | 유전체에 묻힌 스트립 | 다층 PCB |
| 평행2선 | 나란한 두 도선 | 안테나 급전, 전화선 |
이 중 마이크로스트립(microstrip)은 PCB 위에 구현하기 쉬워 고주파 회로 설계의 국룰이다. 다만 스트립 위쪽은 공기, 아래쪽은 기판이라 전기장이 두 매질에 걸쳐 분포하는 탓에, 실효 유전율이라는 어정쩡한 값을 써야 하고 해석이 은근히 까다롭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폐형 공식으로 어림잡은 뒤, 유한요소 전자기나 모멘트법 기반 EM 시뮬레이터로 최종 검증하는 것이 정석이다.4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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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절대적 경계가 아니라 관례적 눈금이다. 정밀도를 따지는 사람은 을, 대충 넘어가는 사람은 까지도 집중정수로 우긴다. 결국 “얼마나 틀려도 괜찮은가”의 문제라, 엄밀히는 취향과 마감 기한이 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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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전신(telegraph)방정식”인 이유는 19세기 대서양 횡단 전신 케이블 때문이다. 케이블이 길어지자 신호가 뭉개지는 현상을 헤비사이드(Oliver Heaviside)가 이 방정식으로 설명했고, 인덕턴스를 일부러 추가하면 왜곡이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수학이 통신 요금을 아껴준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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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오해가 “50 Ω은 인체 저항이라서”인데 전혀 무관하다. 동축케이블에서 최대 전력 용량은 약 30 Ω, 최소 손실은 약 77 Ω에서 나오고, 그 기하평균 언저리인 50 Ω이 절충값으로 채택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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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트립 폐형 공식(Hammerstad-Jensen 등)은 편하지만 오차가 수 % 있다. GHz 대역에서 이 몇 %가 정합을 어긋나게 만들 수 있어, 양산 전 EM 풀파 해석은 사실상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