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중력 모형 Gravity model | |
|---|---|
| 위치 | 4단계 수요모형의 통행분포 단계 |
| 기본형 | $T_{ij} = A_i O_i B_j D_j f(c_{ij})$ |
| 마찰함수 | 멱함수 · 지수 · 감마(태너) 꼴 |
| 이론적 근거 | 윌슨(1967)의 엔트로피 최대화 |
| 균형화 | 퍼네스 반복 = IPF = 싱크혼 |
| 보정 기준 | 관측 통행길이분포(TLD)의 평균과 형상 |
| 약점 | 행동 이론 부재 · 존 분할에 민감 |
| 대체 흐름 | 목적지 선택 로짓 · 경쟁 목적지 · 활동기반 모형 |
중력 모형(gravity model)은 두 지역 사이를 오가는 통행량이 각 지역의 통행 발생·유입 규모에 비례하고 둘 사이의 통행저항에는 반비례한다고 놓는 공간 상호작용 모형이다. 이름 그대로 뉴턴의 만유인력을 흉내 낸 것으로, 가장 소박한 형태가
이다. 교통계획에서는 4단계 수요모형의 두 번째 단계인 통행분포(trip distribution)를 담당한다 — 앞 단계인 통행 발생이 “존 에서 몇 통행이 나가고 존 로 몇 통행이 들어오는가”를 정하면, 이 단계가 그 행 합과 열 합을 만족하는 OD 행렬 를 채운다. 그 뒤로는 이산 선택 모형이 수단을 나누고 교통 배정이 경로에 얹는다.
물리 흉내에서 출발한 탓에 “그래서 사람이 왜 중력 법칙을 따르는데?”라는 질문에 오래 시달렸는데, 1967년 앨런 윌슨이 엔트로피 최대화로 이 형태를 유도하면서 비로소 통계적 근거가 붙었다. 이 문서에서 가장 볼만한 부분도 거기다.
2. 기본형과 제약 유형[편집]
실제로 쓰는 형태는 비례식이 아니라 균형화 인자(balancing factor) 를 붙인 것이다.
는 존 의 총 발생, 는 존 의 총 유입, 는 존 간 일반화 통행비용(시간, 거리, 요금의 가중합), 는 마찰함수(deterrence function)다. 어떤 제약을 걸었느냐에 따라 네 가지 판이 있다.
| 판 | 만족시키는 것 | |
|---|---|---|
| 무제약 | 총량만 | 둘 다 상수 하나 |
| 발생제약 (singly) | 행 합 | 만 |
| 유입제약 | 열 합 | 만 |
| 이중제약 (doubly) | 행 합과 열 합 둘 다 | 둘 다 |
발생제약 판은 인자가 닫힌 형태로 바로 나온다.
여기서 눈치챌 것이 있다. 이 판은 사실상 목적지 선택 확률을 쓰고 있고, 를 넣으면
가 되어 대표효용 인 다항 로짓과 완전히 같다. 즉 중력 모형과 이산 선택 모형은 대립하는 두 학파가 아니라, 한쪽이 다른 쪽의 특수한 경우다. 이 등가성이 뒤에서 “그럼 이론이 있는 쪽으로 갈아타자”는 흐름의 출발점이 된다.
이중제약 판은 사정이 다르다. 가 에, 가 에 의존하는 연립식
이 되어 닫힌 해가 없다. 그래서 반복법이 필요하다.
3. 마찰함수[편집]
는 “비용이 오르면 통행이 얼마나 빨리 죽는가”를 담는 함수다. 셋이 표준이다.
| 형태 | 식 | 성격 |
|---|---|---|
| 멱함수 | 뉴턴 원본. 짧은 통행을 과대추정 | |
| 지수 | 엔트로피 유도의 정답. 긴 통행 과소추정 경향 | |
| 감마(태너) | 둘의 절충. 모수 2개로 형상 조절 |
멱함수의 치명적 결함이 에서 발산한다는 것이다. 존 내부 통행(intrazonal)의 비용은 정의상 작아서 이 형태를 쓰면 존 안에서 다 해결한다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존내 비용을 인위적으로 채워 넣는 관행이 생겼는데, 그 값이 결과를 좌우하는 지경이 되면 이미 모형이 아니라 손보정이다.
지수형이 이론적으로 특별한 위치를 갖는 이유는 아래에서 본다. 실무 판정 기준은 늘 같다 — 관측 통행길이분포(trip length distribution, TLD)를 재현하는가. 짧은 통행이 많은 도시부와 장거리 비중이 큰 지역간 모형은 서로 다른 를 원한다. 표 형태로 구간별 값을 직접 넣는 비모수 마찰계수표를 쓰는 기관도 있다.
4. 윌슨의 엔트로피 최대화[편집]
중력 형태가 어디서 오는가. 윌슨의 논증은 이렇다.1
통행 개가 있고, “어느 통행이 어느 OD 쌍에 배정되는가”를 미시상태로 본다. OD 행렬 라는 거시상태를 실현하는 미시상태의 수는 다항계수
이다. 통계역학과 정확히 같은 셈법이고, 관측될 OD 행렬은 주어진 제약 하에서 가 최대인 것이라고 놓는다. 스털링 근사로 이므로, 결국 엔트로피 를 최대화하는 문제다. 제약은 셋이다.
앞의 둘은 통행 발생 단계가 준 행·열 합이고, 세 번째가 결정적이다 — 이 지역의 총 통행비용(또는 총 통행거리) 예산이 로 관측되었다는 제약이다. 라그랑주 승수법으로 승수 를 붙여 미분하면
가 그대로 떨어진다. 중력 모형은 물리 유비가 아니라 최대 엔트로피 분포였다. 세 가지를 읽어 낼 수 있다.
- 마찰함수의 지수형은 선택이 아니라 결론이다. 비용 제약을 선형으로 걸면 지수형이 나온다. 멱함수를 원하면 상수 형태의 제약을 걸어야 하고, 태너 꼴은 둘을 다 걸면 나온다.
- 는 모수가 아니라 승수다. 총 통행비용 제약의 그림자 가격이다. 그래서 가 커진다는 것은 “같은 총 통행량에 허용된 통행비용 예산이 줄었다”는 뜻이고, 유류비가 오르면 가 오른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 균형화 인자는 행·열 합 제약의 승수다. 에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대개 헛수고인데, 애초에 라그랑주 승수의 지수라서 그렇다.
이 논증의 일반적 배경은 최대 엔트로피 원리 문서에 있다. 한 가지 정직한 유보를 달아 두면, 엔트로피 최대화는 행동 이론이 아니다. “가장 그럴듯한 배치”를 고르는 통계적 원리일 뿐, 사람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5. 퍼네스 반복 (IPF)[편집]
이중제약 모형의 는 번갈아 정규화로 푼다. 초기값 에서 시작해
- 모든 에 대해 — 행 합을 맞춘다.
- 모든 에 대해 — 열 합을 맞춘다.
- 행·열 오차가 허용치 아래면 종료.
행을 맞추면 열이 틀어지고 열을 맞추면 행이 틀어지는데, 틀어지는 폭이 매번 줄어들어 결국 양쪽을 다 만족한다. 교통 쪽에서는 퍼네스 법(Furness method), 통계 쪽에서는 반복 비례 적합(Iterative Proportional Fitting, IPF), 수치해석 쪽에서는 싱크혼 반복이라 부른다. 셋은 같은 알고리즘이고, 각자 다른 동네에서 독립적으로 발견된 뒤 한참 뒤에야 같은 것임이 밝혀졌다.2
성질을 알아 두면 디버깅이 쉬워진다.
- 수렴 조건. 행 합과 열 합의 총계가 같아야 한다(). 안 맞으면 영원히 진동하므로, 대개 발생·유입 중 한쪽을 총계에 맞춰 미리 스케일한다. 시드 행렬 에 0이 많으면 제약을 만족하는 행렬 자체가 없을 수 있고, 그럴 때도 반복은 안 멈춘다.
- 수렴 속도. 선형(기하급수적) 수렴이고, 실무 규모에서 보통 10~20회면 충분하다. 시드에 0이 많거나 행·열 구조가 극단적이면 급격히 느려진다.
- 정보이론적 정체. IPF의 극한은 시드 행렬에 가장 가까우면서 주어진 행·열 합을 만족하는 행렬이며, 여기서 “가깝다”는 쿨백-라이블러 발산 기준이다. 볼록집합 두 개에 번갈아 KL 사영하는 것이라 수렴이 보장된다. 그래서 IPF는 기존 OD 행렬을 새 장래 총량에 맞춰 갱신하는 데도 그대로 쓰인다 — 이 용도로는 “성장인자법”이라 부른다.
- 최적수송과의 관계. 엔트로피 정규화된 최적수송 문제의 해법이 바로 싱크혼 반복이다. 비용 , 정규화 세기 , 주변분포 를 넣으면 중력 모형의 이중제약 판과 식이 동일하다. 교통계획이 1960년대에 손으로 굴리던 절차가 2010년대 기계학습에서 미분 가능한 수송 문제 풀이로 부활한 셈이다. 자세한 것은 엔트로피 정규화 문서에 있다.
6. 보정[편집]
모형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상 의 모수 하나뿐이라, 보정은 를 어떻게 정하느냐로 압축된다. 기준은 관측 통행길이분포다.
가장 널리 쓰이는 절차는 평균 통행비용 맞추기다. 현재 로 전체 모형(마찰함수 계산 → 퍼네스 반복)을 돌려 모형 평균 통행비용 를 구하고, 관측값 와 비교해 를 갱신한 뒤 다시 돌린다. 하이먼의 방법이 고전인데, 첫 갱신은 두 평균의 비를 곱하는 식으로 하고 그다음부터는 할선법으로 를 좁힌다. 가 에 대해 단조 감소이므로 몇 번이면 잡힌다. 다만 바깥에 퍼네스 반복이 통째로 들어 있는 이중 루프라, 안쪽을 대충 수렴시키면 바깥 할선법이 노이즈를 좇아 진동한다. 계층 반복 구조의 전형적인 함정이다.
평균만 맞추면 형상이 안 맞는 경우가 흔하다. 그때는 모수를 늘리거나(태너 꼴) 구간별 마찰계수표로 간다. 여기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K-인자(K-factor)다. 특정 OD 쌍에만 곱하는 보정 계수인데, 넣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맞출 수 있고 그 순간 모형은 예측력을 잃는다. 관측 연도의 잡음을 외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 건너기나 행정구역 경계처럼 설명 가능한 물리적 장벽이 있을 때만, 그리고 그 이유를 보고서에 적을 수 있을 때만 쓰는 것이 원칙이다.
7. 한계와 대체 흐름[편집]
- 행동 이론이 없다. 위에서 본 대로 발생제약 판은 목적지 선택 로짓과 등가지만, 그 로짓에 들어가는 대표효용이 로 고정돼 있다. 개인 속성(소득, 차량 보유)도, 목적지의 다른 속성(업종 구성, 주차 여건)도 못 넣는다. 반면 목적지 선택 모형으로 다시 쓰면 그 전부를 설명변수로 넣을 수 있고 계수의 통계적 유의성도 잴 수 있다. 분포 단계를 이산 선택으로 갈아타는 흐름의 본질이 이것이다.
- 목적지끼리 경쟁하지 않는다. 어떤 존 옆에 비슷한 존이 잔뜩 있으면 그 매력은 나눠 가져야 하는데, 중력 모형은 각 존을 독립으로 본다. 로짓의 IIA 문제와 정확히 같은 병이다. 포더링엄의 경쟁 목적지(competing destinations) 모형이 목적지의 접근성 지표를 설명변수로 추가해 이를 보정한다.
- 존 분할에 민감하다. 존을 어떻게 자르느냐로 분포와 존내 통행 비중이 통째로 바뀐다. 공간 데이터의 고질병인 가변 공간 단위 문제(MAUP)가 그대로 나타난다. 존을 잘게 쪼개면 존내 통행이 존간 통행으로 튀어나오면서 TLD가 바뀌고, 도 다시 잡아야 한다.
- 비용에 대한 경쟁 이론. 스토퍼의 개재기회 모형(intervening opportunities)은 “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 사이에 놓인 기회의 수가 통행을 막는다”고 본다. 방사형으로 기회를 세어 가며 확률적으로 멈추는 구조라 중력 모형과는 발상이 다르고, 일부 기관 모형에 여전히 남아 있다.
- 순차 구조 자체의 결함. 분포 단계가 쓰는 는 배정 단계의 결과인데 배정은 아직 안 돌았다. 교통 배정 문서가 다루는 피드백 루프 문제이며, 근본 처방으로는 활동기반 모형이 제안된다.
8. 다른 동네의 중력 모형[편집]
같은 형태가 여러 학문에서 독립적으로 재발명됐다. 국제무역에서는 두 나라 간 교역량을 GDP의 곱과 거리의 함수로 설명하는 중력 방정식이 실증 무역론의 주력 도구이고(틴베르헨이 1960년대에 정착시켰다), 소매 상권 분석에서는 라일리의 소매인력 법칙이 두 도시 사이 상권 경계를 인구와 거리로 예측한다. 인구 이동, 통신 트래픽, 전염병 확산의 공간 확산 모형에서도 같은 뼈대가 등장한다. 형태가 이렇게 잘 살아남는 이유는, 결국 주변합 제약과 비용 예산 제약 하의 최대 엔트로피 배치라는 매우 약한 가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약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것은 넓게 맞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설명력이 얕다는 뜻이기도 하다.3
9. 관련 문서[편집]
- 이산 선택 모형 · 교통 배정 · 워드롭 균형 · 프랭크-울프 알고리즘
- 최대 엔트로피 원리 · 라그랑주 승수법 · 쿨백-라이블러 발산
- 최적수송 · 엔트로피 정규화 · 반복 비례 적합
- 최대우도추정 · 민감도 해석 · 볼록 최적화
- 통행 발생 · 활동기반 모형 · 군중 시뮬레이션
10. Footnotes[편집]
-
Wilson, A. G. (1967). “A statistical theory of spatial distribution models”. Transportation Research 1(3), 253–269. 통계물리의 볼츠만 논증을 도시 모형에 그대로 이식한 논문이고, 덕분에 교통계획 교과서에 스털링 근사가 등장한다. 통계역학을 배운 사람이 교통 수업에서 이 대목을 만나면 잠시 어리둥절해지는 것이 국룰. ↩
-
절차 자체는 통계학 쪽 데밍과 스티븐이 1940년에 인구조사표 조정용으로 이미 쓰고 있었고, 행렬을 이중확률행렬로 만드는 문제로서의 수렴 이론은 싱크혼과 크노프가 1960년대에 정리했다. 교통·통계·행렬론·기계학습이 각자의 이름으로 같은 반복을 60년 넘게 굴린 셈이다. “새 알고리즘을 발명했다”고 생각했을 때 일단 옆 학과에 물어봐야 하는 이유. ↩
-
무역 중력 방정식은 계수가 놀랄 만큼 안정적으로 추정된다는 점 때문에 “경제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실증 관계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성공이 곧 인과 설명이 아니라는 지적도 같은 강도로 따라붙는다. 교통에서 중력 모형이 이산 선택에 밀려난 이유와 정확히 같은 종류의 불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