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카르만 와열 von Kármán vortex street | |
|---|---|
| 분야 | 유체역학 × 전산유체역학 |
| 발생 조건 | 원기둥 후류, 레이놀즈수 약 47 이상 |
| 핵심 무차원수 | 스트로할수 St ≈ 0.2 |
| 대표 사고 | 타코마 내로스 교량 붕괴(일부 관련) |
| 관련 개념 | 레이놀즈수, 경계층 |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 전깃줄이 우웅 우는 소리, 그리고 무너진 다리. 범인은 전부 이 소용돌이 행렬이다.
카르만 와열(von Kármán vortex street)은 유체 속에 놓인 뭉툭한 물체(대표적으로 원기둥) 뒤편에서,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소용돌이가 좌우 번갈아 규칙적으로 떨어져 나가며 만드는 소용돌이 행렬이다. 헝가리 출신 항공공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Theodore von Kármán)이 1911년 그 안정성 조건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며 이름이 붙었다.1 후류에 생기는 두 줄의 어긋난 소용돌이 배열이 마치 도시의 엇갈린 가로수 길(street) 같다 하여 “와열(vortex street)“이라 부른다.
강물 속 교각 뒤, 굴뚝 뒤, 잠수함 잠망경 뒤 — 흐름을 가로막는 둥근 것이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자연에서 가장 흔한 난류 전조 현상이다.
2. 왜 소용돌이가 떨어지나[편집]
원기둥에 유체가 부딪히면 앞쪽에서 갈라진 흐름이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뒤쪽 어느 지점에서 표면을 놓치고 떨어져 나온다. 이것을 경계층 박리(separation)라 한다. 박리된 전단층(shear layer)은 위아래에서 각각 안쪽으로 말려들며 소용돌이를 만든다.
문제는 이 위아래 소용돌이가 사이좋게 동시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이 먼저 자라 반대쪽 흐름을 끌어당기면 균형이 깨지고, 다 자란 소용돌이가 떨어져 나가면 이번엔 반대쪽이 자란다. 이 자기-교대(self-sustained alternation)가 규칙적인 진동을 만든다. 그 결과 물체는 흐름 방향(항력)뿐 아니라, 흐름에 수직인 방향(양력)으로도 주기적으로 떨리는 힘을 받는다. 그리고 이 가로 방향 진동이 온갖 사고의 근원이 된다.
3. 레이놀즈수에 따른 얼굴 변화[편집]
카르만 와열이 나타나느냐, 어떤 모습이냐는 전적으로 레이놀즈수 가 결정한다. 원기둥 지름 , 유속 , 동점성 로 정의한다.
- : 흐름이 원기둥에 착 붙어 뒤에서 얌전히 다시 합쳐진다. 소용돌이 없음.
- : 뒤에 대칭인 쌍둥이 소용돌이가 붙어 있지만 떨어지진 않는다. 정지 상태.
- : 드디어 카르만 와열 등장. 층류 상태로 규칙적으로 소용돌이가 떨어진다. 시뮬레이션 교과서에 나오는 그 예쁜 그림이 이 구간.
- : 후류가 난류로 전이하지만 와열의 주기성은 유지된다.
- 부근: 항력 위기(drag crisis). 경계층이 난류가 되며 박리점이 뒤로 밀려 항력계수가 급감한다. 골프공에 딤플을 파는 이유가 이것.
4. 스트로할수 — 소용돌이의 박자[편집]
소용돌이가 떨어지는 주파수 는 놀랍도록 규칙적이다. 이 규칙성을 무차원으로 잡아낸 것이 무차원수의 하나인 스트로할수(Strouhal number)다.
여기서 는 소용돌이 이탈 주파수, 는 원기둥 지름, 는 유속이다. 원기둥의 경우 가 수백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넓은 구간에서 가 거의 로 일정하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지름과 유속만 알면 소용돌이가 초당 몇 번 떨어질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2 전깃줄이 바람에 특정 음정으로 우는 것도, 그 주파수 가 가청 주파수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걸 특별히 에올리언 톤(Aeolian tone)이라 부른다.
5. 공진과 진동 유발 — VIV[편집]
카르만 와열의 진짜 위험은 소용돌이 이탈 주파수 가 구조물의 고유진동수와 맞아떨어질 때 온다. 이때 구조물이 공진하며 진폭이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이를 소용돌이 유발 진동(Vortex-Induced Vibration, VIV)이라 한다.
해양 플랫폼의 라이저 파이프, 고층 굴뚝, 송전선, 해저 케이블 등이 VIV의 단골 피해자다. 그래서 굴뚝을 자세히 보면 나선형 띠(helical strake)가 감겨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장식이 아니라 소용돌이가 축 방향으로 한꺼번에 떨어지지 못하게 흐트러뜨려 VIV를 죽이는 장치다. 이 문제는 유체가 구조를 흔들고 구조가 다시 유체에 영향을 주는 전형적인 유체-구조 연성 문제라, CFD와 구조해석을 함께 돌려야 제대로 풀린다.
6. 여담 — 타코마 다리의 오해[편집]
카르만 와열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게 1940년 미국 타코마 내로스 교량(Tacoma Narrows Bridge)의 붕괴다. 바람에 다리가 출렁출렁 비틀리다 무너지는 흑백 영상은 공대생이라면 한 번쯤 본다. 오랫동안 이 사고가 “카르만 와열의 공진 때문”이라고 교과서에 실렸다.
그런데 이건 절반쯤 오해다. 실제 붕괴는 단순한 소용돌이 이탈 공진이 아니라, 다리 자체의 비틀림이 바람에서 에너지를 스스로 빨아들이는 **에어로엘라스틱 플러터(aeroelastic flutter)**라는, 더 무섭고 자기증폭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이 후대 유체역학자들의 결론이다.3 카르만 와열이 초기 진동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수는 있지만, 붕괴에 이르게 한 폭주는 플러터였다. 그럼에도 “카르만 와열이 다리를 무너뜨렸다”는 이야기가 끈질기게 살아남은 걸 보면, 좋은 밈은 참인 밈보다 오래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7. 시뮬레이션의 단골 손님[편집]
원기둥 주위 유동은 CFD 벤치마크의 국룰이다. 형상이 단순하고, 실험 데이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난류 모델링이 소용돌이 이탈 주파수를 제대로 잡아내는지 검증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원기둥 케이스는 사실상 CFD 코드의 “Hello, World”다. OpenFOAM 튜토리얼에도 어김없이 들어 있다. 다만 층류 구간을 지나 난류로 넘어가면 RANS 모델이 주기성을 뭉개버리기 일쑤라, LES나 DES 같은 무거운 모델을 꺼내야 예쁜 와열이 재현된다.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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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만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괴팅겐에서 어느 박사과정생이 원기둥 후류 실험에서 자꾸 진동이 잡히는 걸 고민하자, 카르만이 “그건 소용돌이가 어긋나 떨어질 때만 안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해준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정작 그는 이 현상을 자기가 처음 관찰했다고 주장하진 않았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성당 벽화에도 비슷한 소용돌이가 그려져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 무늬를 봐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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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할수가 넓은 구간에서 0.2로 거의 일정하다는 건, 소용돌이 이탈이 유체의 세부 사정보다 물체 크기와 유속이라는 거시 스케일에 지배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공학자들은 복잡한 계산 없이 봉투 뒷면 계산으로 이탈 주파수를 때려 맞힐 수 있다. 이런 걸 스케일링의 승리라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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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ah & Scanlan(1991)의 논문 “Resonance, Tacoma Narrows Bridge Failure, and Undergraduate Physics Textbooks”가 이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한 고전이다. 제목부터 “학부 물리 교과서가 틀렸다”고 대놓고 저격하는 패기가 일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