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비테이션 Cavitation | |
|---|---|
| 분야 | 유체역학 × 다상유동 × 수치해석 |
| 발생 조건 | 국소 압력 < 증기압 |
| 핵심 무차원수 | 캐비테이션 수 σ |
| CFD 모델 | 레일리-플레세트, 균질혼합/수송방정식 |
1. 개요[편집]
캐비테이션(Cavitation, 공동현상)은 흐르는 액체 속 국소 압력이 그 온도에서의 증기압(vapor pressure) 아래로 떨어지면서 액체가 끓듯이 증기 기포로 변하고, 그 기포가 다시 압력이 높은 곳으로 흘러가 격렬하게 붕괴(collapse)하는 현상이다. 물이 끓는 것과 물리적으로 같은 상변화이지만, 온도를 올려서가 아니라 압력을 낮춰서 일어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1 프로펠러 날개 끝, 펌프 임펠러 입구, 밸브 목처럼 유속이 빨라져 베르누이 방정식에 의해 압력이 뚝 떨어지는 곳에서 어김없이 발생한다.
캐비테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기포가 생길 때가 아니라 붕괴할 때다. 미세한 증기 기포가 고압 영역에서 순식간에 짜부라지면 극단적인 국소 고압과 마이크로 제트(micro-jet)가 발생하고, 이것이 인근 고체 표면을 반복적으로 두들겨 금속조차 벌집처럼 갉아낸다. 선박 프로펠러가 곰보가 되고, 수차와 펌프가 수명을 잃고, 밤새 웅웅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생기는 배후에는 대부분 이 현상이 있다. 그래서 유체 기계 설계자에게 캐비테이션은 난류 모델링 못지않은 영원한 숙적이다.
2. 캐비테이션 수[편집]
캐비테이션의 발생 경향을 하나로 요약하는 무차원수가 캐비테이션 수(cavitation number) 이다.
여기서 는 기준 압력, 는 증기압, 는 기준 유속이다. 분자는 “증기압까지 얼마나 여유가 있는가”를, 분모는 “동압(dynamic pressure)이 얼마나 센가”를 뜻한다. 가 크면 압력 여유가 넉넉해 캐비테이션이 잘 안 생기고, 가 작아질수록 위험해진다. 어떤 임계값 (초생, inception) 아래로 내려가면 캐비테이션이 시작된다. 유체 기계 성능 곡선에서 를 낮춰가며 양정이나 효율이 급락하는 지점을 찾는 시험이 국룰인 이유가 여기 있다.
3. 물리와 피해[편집]
캐비테이션은 발생 형태에 따라 여러 얼굴을 가진다. 프로펠러 날개 끝 소용돌이를 따라 생기는 팁 보텍스 캐비테이션(tip vortex cavitation), 표면에 얇게 붙어 자라는 시트 캐비테이션(sheet cavitation), 그리고 그것이 떨어져 나와 구름처럼 흘러가며 붕괴하는 클라우드 캐비테이션(cloud cavitation) 등이다. 이 가운데 침식(erosion) 피해가 가장 심한 것은 표면 근처에서 붕괴하는 형태로, 붕괴 시 발생하는 충격파와 마이크로 제트가 국소적으로 GPa 급 압력을 만들어낸다.2
피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재료 침식으로, 반복 붕괴가 표면을 피로 파괴시켜 파괴역학적 균열을 키운다. 둘째는 소음과 진동으로, 잠수함의 은밀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소음원이다. 셋째는 성능 저하로, 펌프 입구에서 캐비테이션이 심해지면 유량이 끊기는 캐비테이션 서지가 일어난다. 흥미롭게도 이 파괴력을 역이용해 초음파 세척, 수술용 결석 파쇄, 심지어 폐수 처리에 쓰기도 한다. 늘 그렇듯 자연 현상에 선악은 없다.
4. CFD 모델링 — 레일리-플레세트[편집]
캐비테이션을 전산유체역학으로 다루는 것은 만만치 않다. 상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나고, 액체와 증기의 밀도 비가 수백~수만 배에 달하며, 계면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론적 출발점은 단일 구형 기포의 반경 이 주변 압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술하는 레일리-플레세트 방정식(Rayleigh-Plesset equation)이다.
여기서 는 기포 내부 압력, 는 표면장력이다. 우변의 압력차가 기포를 부풀리거나 짜부라뜨리는 구동력이며, 붕괴 국면에서는 관성항이 지배하며 이 발산에 가깝게 커진다. 이 방정식 하나가 캐비테이션의 폭력성을 수학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실제 유동장에는 기포가 수십억 개 있으므로, 이걸 하나하나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5. 균질혼합 모델과 수송방정식 모델[편집]
산업용 CFD에서는 대개 액체와 증기를 하나의 유효 매질로 뭉뚱그려 다루는 균질혼합 모델(homogeneous mixture model)을 쓴다. 혼합물의 밀도를 증기 체적분율(vapor volume fraction) 로 정의하고,
하나의 운동량 방정식으로 혼합물 전체를 푼다. 상변화의 핵심은 이 가 어떻게 증가·감소하느냐인데, 여기서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상태방정식이나 경험식으로 압력만 보고 를 즉시 결정하는 방식(barotropic). 둘째, 에 대한 별도의 수송방정식(transport equation)을 세우고 증발·응축 소스항으로 상변화율을 모델링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소스항 은 흔히 레일리-플레세트 방정식을 단순화해 유도하며, 슈네어-사우어(Schnerr-Sauer), 진첼(Zwart-Gerber-Belamri), 쿤츠(Kunz)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3 ANSYS Fluent, OpenFOAM, STAR-CCM+ 모두 이 계열의 모델을 기본 탑재한다. 여기에 계면을 날카롭게 잡는 VOF 방법이나 다상유동 프레임워크를 결합하는 것이 실무의 전형이다. 물론 수렴성은 여전히 신에게 맡겨야 한다 — 밀도가 순간적으로 수백 배 튀는 강비선형 문제라, 완화 계수를 극단적으로 낮추고 시간 스텝을 CFL 조건 아래로 조이며 인내심으로 버티는 것이 국룰이다.
6. 관련 문서[편집]
- 베르누이 방정식 ·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 다상유동 · VOF 방법
- 무차원수 · 레이놀즈수
- 전산유체역학 · 공력해석
- 난류 모델링 · CFL 조건
- ANSYS Fluent · OpenFOAM
7.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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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캐비테이션을 “냉비등(cold boil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물이 미지근한 온도에 끓는 것과 같은 원리 — 압력이 낮으면 증기압에 도달하기 쉽다. 다만 캐비테이션은 이 일이 밀리초 단위로 흐르는 물속에서 벌어진다는 게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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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에 따라 국소 붕괴 압력이 1 GPa를 넘는다는 추정도 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재료의 항복강도를 아득히 넘는다. “물방울이 강철을 뚫는다”는 게 은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벌어지는 셈. 프로펠러가 곰보 되는 걸 처음 본 신입 엔지니어의 표정은 대체로 국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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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스항 모델들은 대부분 경험 계수를 품고 있어서, 특정 케이스에서 잘 맞던 계수가 다른 케이스에서는 어긋나기 일쑤다. 캐비테이션 CFD가 아직도 “예측”보다 “재현”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침식 위치 예측까지 가면 난이도는 한 차원 더 올라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