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다항식

편집 역사 토론
수치해석 마지막 수정: 2026-08-09 04:39:23

1. 개요[편집]

최소다항식
Minimal polynomial
정의$m_A(A)=O$ 인 모닉 다항식 중 차수가 최소인 것
유일성유일 (소멸 이데알의 모닉 생성원)
특성다항식과$m_A \mid p_A$ — 케일리-해밀턴 정리
조르당 형각 고유값의 최대 블록 크기가 지수
대각화가능 $\iff$ $m_A$ 가 중근을 갖지 않음
수치 계산불연속 — 부동소수점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특성다항식은 행렬의 크기를 말해 주고, 최소다항식은 행렬의 성격을 말해 준다.

최소다항식(minimal polynomial) mAm_A 는 정사각행렬 AA 에 대해 mA(A)=Om_A(A) = O 를 만족하는 모닉 다항식 중 차수가 가장 낮은 것이다. 존재는 케일리-해밀턴 정리가 보장한다 — 특성다항식 pAp_A 자체가 AA 를 죽이므로 후보 집합이 비어 있지 않다. 유일성은 한 줄이다. 같은 최소 차수의 모닉 다항식이 둘 있으면 차를 취했을 때 차수가 낮으면서 여전히 AA 를 죽이는 다항식이 나오므로 모순이다.

더 깔끔한 진술은 이렇다. {qC[λ]:q(A)=O}\{q \in \mathbb{C}[\lambda] : q(A) = O\} 는 다항식환의 이데알이고, C[λ]\mathbb{C}[\lambda] 가 주 이데알 정역이므로 이 이데알은 생성원 하나로 표현된다. 그 모닉 생성원이 mAm_A 다. 여기서 곧바로 따라오는 것이 나눗셈 성질 — q(A)=Oq(A) = O 이면 mAqm_A \mid q 이고, 특히 mApAm_A \mid p_A 다.

2. 특성다항식과 무엇이 다른가[편집]

두 다항식은 근의 집합은 같고 중복도만 다르다. λ\lambdamAm_A 의 근인 것과 AA 의 고유값인 것은 동치다. 한쪽 방향은 Av=λvAv = \lambda v 에서 0=mA(A)v=mA(λ)v0 = m_A(A)v = m_A(\lambda)v 로 바로 나오고, 반대 방향은 mApAm_A \mid p_A 에서 나온다. 따라서

pA(λ)=i(λλi)ai,mA(λ)=i(λλi)mi,1miaip_A(\lambda) = \prod_i (\lambda - \lambda_i)^{a_i}, \qquad m_A(\lambda) = \prod_i (\lambda - \lambda_i)^{m_i}, \qquad 1 \le m_i \le a_i

이다. 몇 가지 예가 감을 잡아 준다.

행렬특성다항식최소다항식
단위행렬 InI_n(λ1)n(\lambda-1)^nλ1\lambda - 1
diag(2,2,3)\mathrm{diag}(2,2,3)(λ2)2(λ3)(\lambda-2)^2(\lambda-3)(λ2)(λ3)(\lambda-2)(\lambda-3)
멱영 조르당 블록 Jn(0)J_n(0)λn\lambda^nλn\lambda^n
사영행렬 (A2=AA^2=A)랭크에 의존λ2λ\lambda^2-\lambda 의 약수

degmA=n\deg m_A = n 인 행렬을 비퇴화(nonderogatory) 또는 순환행렬이라 부른다. 이는 모든 고유값의 기하적 중복도가 1인 것과 동치이고, 다시 AA 가 동반행렬과 닮음인 것과 동치다. 반대쪽 극단이 단위행렬 — 차수 1이다.

같은 정보를 다항식환 위의 가군으로 옮기면 λIA\lambda I - A스미스 표준형이 되고, 그때 mAm_A마지막 불변인자, pAp_A모든 불변인자의 곱이라는 대응이 생긴다. 복소수체에 의존하지 않는 유리 표준형이 여기서 나온다.1

3. 조르당 형에서 읽어내기[편집]

지수 mim_i 의 정체는 조르당 표준형이 정확히 알려준다. 크기 kk 인 블록 Jk(λ)=λI+NJ_k(\lambda) = \lambda I + N 에서 NN 은 멱영이고 Nk10N^{k-1} \ne 0, Nk=0N^k = 0 이므로 이 블록의 최소다항식은 정확히 (λλi)k(\lambda-\lambda_i)^k 다. 블록대각 행렬의 최소다항식은 블록별 최소다항식들의 최소공배수이므로,

mi=(고유값 λi 에 붙은 조르당 블록 중 가장  의 크기)m_i = \bigl(\text{고유값 } \lambda_i \text{ 에 붙은 조르당 블록 중 } \textbf{가장 큰 것}\text{의 크기}\bigr)

이다. 반면 pAp_A 의 지수 aia_i 는 그 고유값 블록들의 크기 총합이다. 최대냐 합이냐 — 딱 이 차이다. mim_i 를 고유값 λi\lambda_i지표(index)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가장 쓸모 있는 따름정리가 나온다.

AA 가 대각화 가능     \iff mAm_A 가 서로 다른 일차식의 곱 (중근 없음).

모든 mi=1m_i = 1 이라는 것이 모든 블록이 1×11\times1 이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고유벡터를 세지 않고, 심지어 고유값을 구하지 않고도 대각화 가능성을 판정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A2=AA^2 = AmAλ2λm_A \mid \lambda^2-\lambda 라 사영행렬은 무조건 대각화 가능하고 고유값이 0과 1뿐이며, 그래서 대각합이 곧 랭크다 — 두 줄이면 끝난다.2

상수계수 선형 상미분방정식의 해 기저에 eλt,teλt,,tmi1eλte^{\lambda t}, te^{\lambda t}, \dots, t^{m_i-1}e^{\lambda t} 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지수다. tt 의 최고 차수를 정하는 것은 대수적 중복도가 아니라 최소다항식의 지수라는 사실은 임계 감쇠 진동계를 손으로 풀 때 실제로 쓰인다.

4. 크릴로프 차원의 상한[편집]

수치해석 쪽에서 이 개념이 밥값을 하는 곳은 여기다. 벡터 하나에 대해서도 같은 정의를 할 수 있다 — mA,b(A)b=0m_{A,b}(A)b = 0 인 최소 차수 모닉 다항식을 bb 의 최소다항식, 그 차수 ddAA 에 대한 bb등급(grade)이라 한다. 당연히 mA,bmAm_{A,b} \mid m_A 다. 그러면

dimKm(A,b)=min(m, d),Kd(A,b) 는 A-불변\dim \mathcal{K}_m(A,b) = \min(m,\ d), \qquad \mathcal{K}_d(A,b) \text{ 는 } A\text{-불변}

이다. 크릴로프 부분공간은 dd 차원에서 자라기를 멈추고 그 순간 불변 부분공간이 된다. 아놀디 알고리즘에서 hj+1,j=0h_{j+1,j} = 0 이 되는 “행운의 붕괴”가 정확히 이 시점이다.

따라서 크리로프 부분공간법의 유한 종료성이 따라온다. 정확 산술에서 GMRES와 CG는 늦어도 degmA,bdegmAn\deg m_{A,b} \le \deg m_A \le n 회 안에 정확해에 도달한다. 이론적으로는 반복법이 아니라 직접법인 셈이다.

그런데 실전에서 진짜 지렛대는 차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고유값의 개수다. 대각화 가능한 A=VΛV1A = V\Lambda V^{-1} 에 대해 GMRES 잔차는

rk2r02κ(V)mindegpkp(0)=1maxip(λi)\frac{\|r_k\|_2}{\|r_0\|_2} \le \kappa(V)\min_{\substack{\deg p \le k \\ p(0)=1}} \max_i |p(\lambda_i)|

로 눌린다. 서로 다른 고유값이 kk 개뿐이면 그 점들을 근으로 갖는 kk 차 다항식을 고를 수 있으므로 우변이 정확히 0 — kk 스텝 만에 끝난다. 전처리기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전처리는 조건수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몇 개의 뭉치로 모아 낮은 차수 다항식이 그 위에서 작아지게 만든다. 진짜 최소다항식의 차수는 여전히 nn 이지만, “실효 차수”가 뭉치 개수로 내려가는 것이다.3

5. 왜 부동소수점에서는 계산하지 않는가[편집]

degmA\deg m_A행렬 성분에 대해 불연속이다. 이것 하나로 이야기가 끝난다.

InI_n 의 최소다항식은 차수 1이다. 그런데 In+εNI_n + \varepsilon N 을 아무 NN 으로나 흔들면 거의 확실히 고유값 nn 개가 전부 달라지고, 그 순간 최소다항식은 특성다항식과 같아져 차수가 nn 이 된다. ε=1016\varepsilon = 10^{-16} — 반올림 한 번 — 이어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무작위로 뽑은 행렬은 거의 확실히 mA=pAm_A = p_A 이고, 최소다항식이 짧아지는 것은 구조가 정확히 박혀 있을 때뿐이다.

여기에 후진 오차 해석의 논리를 얹으면 결론이 확정된다. 후진 안정한 알고리즘은 ”AA 근처 어떤 행렬의 정확한 답”을 준다. 그런데 AA 근처 행렬은 거의 전부 최소다항식 차수가 nn 이다. 따라서 후진 안정한 알고리즘은 원리적으로 최소다항식을 복원할 수 없다. 조르당 표준형이 계산 불가인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이며, 실제로 둘은 같은 정보다.

연속적인 대체물이 의사스펙트럼이다. Λε(A)={z:σmin(zIA)ε}\Lambda_\varepsilon(A) = \{z : \sigma_{\min}(zI-A)\le\varepsilon\} 을 놓고 “서로 다른 고유값이 몇 개냐”를 “해상도 ε\varepsilon 에서 뭉치가 몇 개냐”로 바꾼다. 위의 다항식 상계도 대응물이 있어서, Λε\partial\Lambda_\varepsilon 의 길이를 LεL_\varepsilon 이라 할 때

p(A)2Lε2πεmaxzΛεp(z)\|p(A)\|_2 \le \frac{L_\varepsilon}{2\pi\varepsilon}\max_{z\in\Lambda_\varepsilon}|p(z)|

가 성립한다. κ(V)\kappa(V) 라는 계산 불가능한 양이 등고선 길이라는 잴 수 있는 양으로 바뀐 셈이다.

한술 더 뜨면, 비정규 행렬에서는 고유값 정보 자체가 수렴을 예측하지 못한다. 그린바움-프타크-스트라코시(1996)는 임의로 지정한 비증가 잔차 곡선과 임의로 지정한 스펙트럼에 대해, 정확히 그 곡선을 그리는 행렬과 우변이 존재함을 보였다. 스펙트럼과 GMRES 수렴 사이에는 원리적으로 아무 관계도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소다항식은 비정규 행렬의 수렴을 설명하는 언어로는 부족하다.

물론 최소다항식을 실제로 계산하는 세계도 있다. 정확 산술, 즉 유리수체나 유한체 위의 컴퓨터 대수다. λIA\lambda I - A 의 스미스 표준형을 구하거나, 크릴로프 수열의 첫 선형종속을 정확 연산으로 잡아내면 된다. 비드만(Wiedemann, 1986)의 희소 선형계 알고리즘은 유한체 위에서 수열 {uAkb}\{u^{\top}A^kb\} 의 최소다항식을 베를레캄프-매시로 찾아 해를 구성하는데, 암호 분야의 대규모 희소 문제에서 여전히 현역이다.4

6. 관련 문서[편집]

7. Footnotes[편집]

  1. 조르당 형은 특성다항식이 일차식으로 완전히 쪼개지는 체(대표적으로 C\mathbb{C})에서만 온전하지만, 불변인자와 유리 표준형은 임의의 체에서 성립한다. 그래서 유한체 위에서 선형대수를 하는 부호이론·암호 쪽 사람들은 조르당 대신 불변인자로 말한다. 같은 정보를 다른 언어로 쓰는 것뿐이지만, 언어를 잘못 고르면 정리 하나가 통째로 거짓이 된다.

  2. A2=AA^2=AtrA=rankA\mathrm{tr}\,A = \mathrm{rank}\,A” 는 선형대수 시험 단골인데, 최소다항식으로 접근하면 세 줄, 정공법으로 하면 한 페이지다. 시험장에서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3. 반대 방향의 함정도 있다. “고유값이 kk 개뿐이니 kk 스텝이면 끝난다”를 부동소수점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크릴로프 벡터의 직교성이 무너지면 이론상 끝났어야 할 스텝에서 잔차가 남고, 계속 돌리면 다시 내려간다. GMRES/CG가 ”nn 스텝 직접법”이 아니라 “잘 전처리하면 훨씬 일찍 멈추는 반복법”으로 취급되는 이유다.

  4. 여기서 재미있는 역전이 일어난다. 부동소수점에서는 “최소다항식을 계산한다”가 금기어인데, 유한체에서는 나눗셈에 오차가 없으므로 그것이 오히려 가장 빠른 길이 된다. 수치해석의 상식과 컴퓨터 대수의 상식이 정반대인 지점이고, 두 분야 사람이 같은 회의실에서 싸우는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