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배기가스 재순환 Exhaust Gas Recirculation (EGR) | |
|---|---|
| 목적 | NOx 저감, 노킹 억제, 펌핑손실 저감 |
| 작동 원리 | 희석 · 열용량 증가 · 화학적 효과 |
| 배치 | 고압 루프(HP) / 저압 루프(LP) |
| 대표 부작용 | 디젤 PM 증가, 응축·파울링 |
| 해석 도구 | 1D 사이클 코드, 3D 반응성 CFD |
이미 탄 가스를 다시 집어넣는다. 태울 것도 없는데 왜? 태우지 않기 위해서다.
배기가스 재순환(EGR)은 배기의 일부를 흡기로 되돌려 실린더 안 혼합기를 연소생성물로 희석하는 기법으로, 주 목적은 국소 연소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 배기 규제 대응으로 양산차에 들어오기 시작해, 지금은 디젤·가솔린을 막론하고 사실상 모든 승용 엔진에 달려 있다.
핵심 발상은 단순하다. 흡기에 섞인 CO₂ 와 H₂O 는 더 이상 탈 것이 없으므로 열은 안 내면서 온도만 받아 준다. 같은 연료를 태워도 그 열을 나눠 가질 물질이 늘어나니 최고 온도가 내려가고, 온도에 지수적으로 민감한 열적 NO 생성이 급감한다. 다만 이 단순한 그림 뒤에는 세 갈래로 갈라지는 물리와, 실무자를 괴롭히는 부작용 목록이 붙어 있다.
2. EGR율을 어떻게 정의하는가[편집]
가장 널리 쓰이는 정의는 흡입 충전량 중 재순환 가스가 차지하는 질량분율이다.
문제는 EGR 유량을 직접 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좁고 뜨겁고 그을음 섞인 배관에 유량계를 달 수 없으니, 실무에서는 CO₂ 농도비로 대신한다.
이 두 정의가 늘 같은 값을 주지는 않는다(습분 제거 여부, 몰 기준 대 질량 기준). 게다가 외부 EGR 만 세느냐, 밸브 오버랩으로 남는 내부 잔류가스까지 세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갈린다. 연소 관점에서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후자, 즉 총 기연가스 분율(burned gas fraction)이므로 논문의 EGR율을 인용할 때는 정의부터 확인해야 한다.1 아이들 근처에서는 내부 잔류만으로 10%를 넘기도 한다.
3. NOx가 줄어드는 세 갈래 이유[편집]
문헌은 EGR 효과를 관행적으로 셋으로 분해한다.
- 희석 효과(dilution).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화염 반응이 느려지고 국소 온도가 내려간다. 확산 화염의 화학양론면에서 국소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디젤 NOx 저감의 주경로다.
- 열용량 효과(thermal). CO₂ 와 H₂O 는 다원자 분자라 정적 비열이 N₂·O₂ 보다 크다. 같은 발열량에 대해 온도 상승 폭이 작아진다. 실험적으로 N₂ 대신 CO₂ 나 Ar 을 넣어 세 효과를 분리하는 연구가 많이 있었고, 저감량의 상당 부분이 희석과 열용량의 합에서 나온다.
- 화학적 효과(chemical). 고온에서 CO₂ 와 H₂O 자체가 해리에 참여하고 라디칼 풀에 관여한다. 셋 중 기여가 가장 작은 것으로 보고되지만, 화학이 예민한 저온연소 영역에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세 효과 모두 최종적으로 온도를 통해 NOx 에 작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EGR 은 NO 생성 반응을 직접 막는 것이 아니라 그 반응이 살 수 있는 온도 영역을 좁힐 뿐이다.
4. 젤도비치 NOx의 지수 민감도[편집]
왜 온도만 조금 낮춰도 그렇게 잘 듣는지는 열적 NOx(젤도비치 기구)를 보면 바로 나온다. 율속 단계는 질소 삼중결합을 깨는 이 반응이다.
활성화 에너지가 약 319 kJ/mol, 즉 로 환산하면 3.8만 K 수준이다. 아레니우스 인자를 그대로 미분하면 온도 민감도가 나온다.
K 를 넣으면 이므로, 온도가 100 K 내려가면 율속 반응속도가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것이 EGR·린번·물분사·지각 점화가 전부 같은 손잡이를 잡고 있는 이유다. 화염 온도를 100~200 K 만 깎아도 NOx 는 자릿수가 흔들린다.
반대로 말하면 NOx 예측은 온도 예측 정확도에 인질로 잡혀 있다. CFD 에서 최고 온도를 50 K 틀리면 NOx 는 30% 씩 틀린다. NOx 정량 예측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가 모델의 정교함보다 온도장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실제 NO 는 화학평형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평형 계산으로 배출량을 산정하면 크게 과대평가한다.
5. 배치 — 고압 루프와 저압 루프[편집]
과급 엔진에서 EGR 을 어디서 빼서 어디에 넣느냐가 시스템 설계의 갈림길이다.
| 항목 | 고압 루프 (HP-EGR) | 저압 루프 (LP-EGR) |
|---|---|---|
| 추출 위치 | 터빈 상류 배기 매니폴드 | 후처리 하류 |
| 주입 위치 | 압축기 하류 흡기 | 압축기 상류 |
| 응답 속도 | 빠름 (경로가 짧다) | 느림 (수송 지연이 크다) |
| 가스 청정도 | 그을음·오일 포함 | 필터를 거쳐 깨끗함 |
| 과급과의 관계 | 터빈 일을 뺏는다 | 터빈 일을 유지 |
| 고유 위험 | 흡기 포트 퇴적물 | 압축기 입구 응축·부식 |
HP-EGR 은 구조가 간단하고 과도 응답이 빠르지만, 흡기와 배기의 압력차를 만들어야 흐른다. 과급기가 흡기압을 올려 두면 차압이 사라지므로 스로틀을 조이거나 벤투리를 쓰거나 가변 터빈 노즐로 배압을 만들어야 하고, 그 자체가 손실이다.
LP-EGR 은 압축기 상류에 넣으므로 차압 확보가 쉽고 실린더 간 분배가 균일하다는 장점이 크다. 대신 경로가 길어 EGR율의 수송 지연이 수백 ms 에서 초 단위까지 가고, 이것이 과도 운전 제어를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차가운 압축기 입구에서 물이 맺히면 임펠러가 침식되는 문제가 있어, 응축 회피가 제어 로직의 한 축을 차지한다.2 요즘 디젤은 둘을 다 달아 운전점에 따라 배분하는 듀얼 루프가 흔하다.
6. 냉각 EGR과 그 청구서[편집]
재순환 가스를 그대로 넣으면 뜨거워서 충전효율을 깎고 온도를 오히려 올린다. 그래서 EGR 쿨러로 냉각수와 열교환시켜 넣는 쿨드 EGR이 표준이 됐다. 같은 EGR율에서 온도 저감 효과가 훨씬 크고, 밀도가 높아져 충전량 손실도 줄어든다.
그 대가가 둘이다.
- 응축. 배기에는 연료 수소가 산화된 물이 상당량 있고, 황분이 있으면 황산도 생긴다. 쿨러 출구 온도를 이슬점 아래로 내리면 응축액이 맺혀 쿨러와 하류 부품을 부식시킨다. 그래서 쿨러 출구 온도 하한과 바이패스 밸브가 제어 대상이 된다.
- 파울링. 그을음과 미연 탄화수소가 차가운 관벽에 응고·퇴적해 열전달 성능을 갉아먹는다. 초기 수백 시간 동안 열교환 효율이 뚜렷하게 떨어졌다가 어느 수준에서 평형에 이르는 것이 전형적인 거동이라, 인증 시험에서는 아예 “안정화된 성능”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열역학적 이동(thermophoresis)이 주 퇴적 기구로 지목되며, 예측 모델은 아직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7. 디젤 — PM과 NOx의 시소[편집]
디젤에서 EGR 을 올리면 NOx 는 내려가는데 매연(PM)이 올라간다. 산소가 줄어 국소적으로 연료 과농인 영역이 넓어지고 오래 유지되기 때문이며, 이 반비례 관계를 PM-NOx 트레이드오프라 부른다. 배기 규제가 둘을 동시에 조이면서 이 곡선을 통째로 안쪽으로 밀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커먼레일 초고압 분사·다단 분사·후처리 장치 도입의 직접적인 동기였다.
이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는 표준 도구가 - 지도다. 가로축에 국소 당량비, 세로축에 국소 온도를 놓으면 그을음이 생기는 섬(대략 과농 + 중간 온도)과 NOx 가 생기는 섬(대략 희박~화학양론 + 고온)이 서로 다른 자리에 그려진다. 통상적인 디젤 연소 궤적은 두 섬 사이를 지나며 양쪽을 조금씩 건드린다. 대량 EGR(40~50% 이상)로 온도를 충분히 낮추면 궤적이 두 섬 아래로 빠져나간다 — 이것이 저온연소(LTC)와 HCCI 계열의 발상이며, 대신 CO 와 미연 탄화수소가 늘고 후처리 온도가 확보되지 않는 새로운 문제로 갈아탄다.
8. 가솔린 — 노킹과 펌핑손실[편집]
가솔린에서 쿨드 EGR 이 최근 다시 주목받은 이유는 NOx 가 아니다. 삼원촉매가 NOx 를 이미 잘 잡기 때문이다. 이유는 셋이다.
- 노킹 억제. 희석은 말단가스의 온도 이력을 낮추고 반응성을 떨어뜨려 자착화 지연시간 를 늘린다. 그만큼 점화시기를 최적점(MBT)에 가깝게 진각할 수 있어 효율이 오르고, 압축비를 올릴 여지도 생긴다.
- 고부하 농후화 회피. 과거에는 터빈과 배기밸브를 보호하려고 고부하에서 연료를 과농하게 뿜어 배기 온도를 낮췄다. 연료를 태우지 않고 냉각재로 쓰는 셈이라 연비 손실이 크다. 쿨드 EGR 로 온도를 잡으면 화학양론 운전을 유지할 수 있다.
- 펌핑손실 저감. 부분부하에서 EGR 로 충전량을 채우면 스로틀을 덜 조여도 되므로 펌핑 일이 줄어든다. 린번과 같은 이득을 얻으면서 삼원촉매를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이 EGR 쪽의 결정적 강점이다.
한계는 연소 안정성이다. 희석이 심해지면 층류 화염 속도가 떨어지고 초기 화염핵 성장이 느려져 사이클 변동이 커진다. 실무 상한은 대개 IMEP 의 변동계수(COV) 3~5% 로 잡으며, 이 한계를 밀어내려고 고에너지 점화·다중 점화·예연소실 제트 점화·강한 텀블 유동을 동원한다.
9. 시뮬레이션에서 EGR을 다루는 법[편집]
1D 엔진 사이클 코드(GT-Power, WAVE, BOOST 류)에서 EGR 은 별도 모델이 아니라 가스 조성의 수송 문제다. 배관망을 1차원 압축성 유동으로 풀면서 기연가스 분율을 스칼라로 함께 실어 나르고, EGR 밸브는 유출계수를 갖는 오리피스로, 쿨러는 유효도(effectiveness)를 갖는 열교환기로 모델링한다. 실린더는 보통 미연·기연 2구역으로 나눠 비베 함수 류의 열방출률을 넣고, 기연 구역에 젤도비치 기구를 얹어 NO 를 적분한다. 여기서 EGR 은 두 경로로 작용한다 — 초기 조성과 비열을 바꾸고, 연소 지속기간(사실상 상관식)을 늘린다. 과도 운전 해석에서 결정적인 것은 수송 지연이라, LP 루프의 관 길이를 실물대로 넣지 않으면 제어기 튜닝 결과가 실차에서 재현되지 않는다.
3D 반응성 CFD 에서는 EGR 이 별도 물질이 아니라 그냥 흡기 조성의 일부다. 다만 실무 지표가 몇 개 붙는다.
- 잔류가스 분율의 공간 분포. 실린더 간·실린더 내 불균일이 사이클 변동의 주원인이므로, 밸브 오버랩 구간까지 포함한 전 사이클 해석으로 분포를 뽑는다.
- 희석 지표. 국소 산소 몰분율이나 기연가스 질량분율을 화염 속도 상관식·착화 지연 상관식의 입력으로 쓴다. 상관식이 EGR 을 인자로 갖고 있지 않으면 EGR 조건에서 통째로 빗나간다.
- 화학의 부담. 저온 대량 EGR 영역은 화학 시간척도가 길어져 평형 가정이 무너지고(담쾰러 수), 유한율 화학을 켜야 한다. 그러면 강성 방정식 적분 비용이 지배적이 되어 메커니즘 축소가 필수가 된다.
결국 EGR 해석의 정확도는 “EGR 을 얼마나 잘 모델링했는가”보다 **“온도장과 조성 불균일을 얼마나 잘 맞췄는가”**에 달려 있다. EGR 자체는 스칼라 하나일 뿐이다.3
10. 관련 문서[편집]
- 연소 시뮬레이션 · 층류 화염 속도 · 화학평형
- 노킹 · 자착화 · 옥탄가 · 세탄가 · HCCI
- 질소산화물 · 디젤 엔진 · 가변 밸브 타이밍
- 담쾰러 수 · 메커니즘 축소 · 강성 방정식
- Cantera · 화학반응 메커니즘
11.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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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R 20%“라는 문장만 보고 두 논문을 비교하다가 결론이 뒤집히는 일이 실제로 있다. 외부 EGR만 센 20%와 내부 잔류 포함 20%는 실린더 안에서 전혀 다른 조건이다. 표 각주까지 읽는 습관이 여기서 값을 한다. ↩
-
압축기 입구 응축은 계산으로 잡기 까다로운 축에 든다. 국소 습도·온도·압력이 전부 필요한데다 액적이 맺히는 것은 벽면 국소 현상이라, 결국 실물 내구시험이 최종 심판이 되는 영역이다. “일단 돌려”가 통하지 않는 두 번째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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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GR 관련 상담의 절반은 “EGR 모델을 어떻게 고칠까요”로 시작해 “격자와 벽온도부터 보시죠”로 끝난다. 온도가 지수 안에 들어 있는 한 이 구도는 안 바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