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옥탄가 Octane Number | |
|---|---|
| 재는 것 | 가솔린의 자기착화 저항성(내노킹성) |
| 기준연료 | iso-옥테인 = 100 · n-헵테인 = 0 |
| RON | ASTM D2699 — 600 rpm, 흡기 약 52 °C, 점화 13° BTDC 고정 |
| MON | ASTM D2700 — 900 rpm, 혼합기 149 °C, 점화시기 가변 |
| 파생 지표 | AKI = (RON+MON)/2 · 감도 S = RON−MON · 옥탄 지수 OI |
| 측정 장비 | CFR 단기통 가변압축비 엔진 |
연료의 성적표가 아니라, 어떤 표준 연료 섞은 것과 똑같이 얌전한가를 적은 등가 조성표다.
옥탄가(octane number)는 가솔린이 압축 과정에서 자기착화(노킹)에 저항하는 정도를, 같은 노킹 거동을 보이는 1차 기준연료의 iso-옥테인 부피 비율로 환산해 표기한 무차원 지표다. 정의에 “물리량”이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 옥탄가는 J이나 K처럼 측정되는 양이 아니라, 표준 엔진에서 표준 연료와 비겨서 매기는 등급이다. 그래서 옥탄가에는 항상 “어느 시험법으로 잰 값이냐”가 따라붙는다.
노킹이라는 현상 자체와 압축비-효율의 흥정은 노킹 문서가 다룬다. 이 문서는 척도가 어떻게 정의되고 어떻게 측정되며, 왜 현대 엔진에서 그 척도가 삐걱거리는가에 집중한다.
2. 척도의 정의 — 왜 하필 그 두 분자인가[편집]
1차 기준연료(Primary Reference Fuel, PRF)는 딱 두 개다.
- iso-옥테인(2,2,4-트라이메틸펜테인) = 100
- n-헵테인 = 0
둘을 부피비로 섞은 PRF-90(= iso-옥테인 90%, n-헵테인 10%)이 시료와 같은 노킹 강도를 내면 그 시료의 옥탄가는 90이다. 두 분자가 뽑힌 이유는 저온 반응성의 극단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직쇄인 n-헵테인은 2차 탄소가 많고 의 6원환 내부 수소 이동이 쉬워 저온 사슬분지가 잘 돌아간다. 반면 가지가 많은 iso-옥테인은 1차 수소가 대부분이라 같은 이성질화가 어렵고, 그 결과 저온에서 좀처럼 착화하지 않는다. 즉 옥탄가 척도의 물리적 실체는 화학반응 메커니즘의 RO₂ 저온 분지 경로이며, 냉염의 세기 차이가 그대로 등급 차이로 나타난다.
100을 넘는 연료는 어떻게 하나. iso-옥테인에 사에틸납(TEL)을 정해진 양만큼 탄 것을 기준으로 삼아 규격 표로 외삽한다. 100 이상 구간은 사실 납의 잔재인 셈이다.1 0 미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정의된다.
3. 어떻게 재는가 — CFR 엔진[편집]
시험 장비는 1929년부터 사실상 바뀌지 않았다. 미국 CFR(Cooperative Fuel Research) 위원회가 규정한 CFR 엔진은 단기통·4행정·수랭식이고, 결정적으로 운전 중에 실린더 헤드를 위아래로 움직여 압축비를 연속적으로 바꿀 수 있다. 제원은 보어 3.25 in(82.55 mm), 스트로크 4.5 in(114.3 mm), 배기량 약 612 cm³.
측정 절차는 이렇다.
- 시료를 넣고 냉각수를 100 °C로 유지하며 규정 회전수로 돌린다.
- 압축비를 서서히 올려 표준 노킹 강도에 도달시킨다. 노킹 세기는 자기변형식 픽업으로 압력 변화율을 잡아 노크미터 눈금으로 읽는다.
- 그 압축비를 고정한 채 시료와 두 개의 PRF 혼합물을 번갈아 넣어 노크미터 값을 낀다(브래킷팅). 시료의 눈금이 두 PRF 사이에 들어오면 내삽해 옥탄가를 낸다.
운전 조건이 둘이라 값도 둘이다.
| 지표 | 규격 | 회전수 | 흡기·혼합기 온도 | 점화시기 |
|---|---|---|---|---|
| RON (리서치 옥탄가) | ASTM D2699 | 600 rpm | 흡기 약 52 °C (기압에 따라 표에서 결정) | 13° BTDC 고정 |
| MON (모터 옥탄가) | ASTM D2700 | 900 rpm | 혼합기 149 °C | 압축비에 따라 가변 |
차이의 핵심은 말단가스가 겪는 온도 이력이다. MON은 혼합기를 미리 149 °C로 데우고 회전수를 올려 더 가혹한 조건을 만들므로, 같은 연료라도 MON이 RON보다 낮게 나온다. 두 시험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뒤에 나올 온갖 골칫거리의 뿌리다.
이 시험은 비싸고 느리다. 전용 엔진 한 대, 훈련된 운전자, 시료 수백 mL, 한 값에 한 시간 남짓. 그래서 정유소는 근적외선 분광이나 NMR로 조성을 재고 상관식으로 옥탄가를 추정하는 대체 수단을 병행하며, 이 상관식들의 기준값을 만드는 것이 여전히 CFR 엔진의 일이다.
4. AKI, 감도, 그리고 표기의 혼란[편집]
주유소 표기가 나라마다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은 이 AKI(Anti-Knock Index, 흔히 (R+M)/2로 적혀 있다)를 펌프에 표시하고, 유럽·한국·일본은 RON을 그대로 쓴다. AKI가 RON보다 대개 8~10 낮으므로 미국의 “91 프리미엄”과 한국의 “91 보통유”는 전혀 다른 연료다. 여행 가서 헷갈리는 고전적인 함정.
PRF는 정의상 두 시험에서 같은 값을 내므로 이다. 반면 방향족·올레핀·알코올이 많은 실제 가솔린은 가 5~12 정도로 크고, 에탄올처럼 극단적인 성분은 더 크다. 감도가 크다는 것은 온도 이력에 대한 반응성 민감도가 PRF와 다르다는 뜻이고, 물리적으로는 NTC 거동(저온에서 온도를 올렸는데 착화가 늦어지는 구간)의 형태가 PRF와 다르다는 신호다. 감도는 결함이 아니라 정보다 — 뒤에서 보듯 현대 엔진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된다.
5. 옥탄 지수 — 척도가 엔진을 못 따라간 순간[편집]
문제는 이것이다. 실제 엔진의 말단가스 온도-압력 궤적은 RON 시험 조건에도, MON 시험 조건에도 정확히 맞지 않는다. 1930년대 자연흡기 엔진은 두 조건 사이 어딘가였지만, 과급 직분사가 표준이 된 지금은 아예 그 바깥이다.
칼가트기가 정리한 처방이 옥탄 지수(Octane Index)다.
는 연료가 아니라 엔진 운전 조건이 정하는 계수다. 이면 그 엔진에서는 RON이 곧 내노킹성이고, 이면 MON이 지표다. AKI는 를 박아 놓은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를 결정하는 물리량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 미연가스 압력이 15 bar에 도달했을 때의 미연가스 온도다(15 bar라는 값 자체에 특별한 의미는 없고, 압축 폴리트로프 곡선의 위치를 하나의 숫자로 찍기 위한 기준점이다). 같은 압력에서 미연가스가 더 뜨거우면 가 크고, 더 차가우면 작아진다.
그리고 여기서 가 음수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 과급 직분사 엔진은 압력을 밀어 올리면서 인터쿨러와 연료 증발 잠열로 온도는 낮추므로, 같은 압력에서 미연가스 온도가 RON 시험보다도 낮다. RON 시험이 이미 두 시험 중 “덜 뜨거운” 쪽인데 그보다 더 차가우니, RON 바깥으로 외삽하는 셈이 되어 이 된다. 결과는 직관에 반한다.
이면 이므로, RON이 같다면 감도 가 큰 연료가 더 좋다.
에탄올 블렌드나 방향족이 많은 연료가 최신 과급 엔진에서 실측 내노킹성이 좋게 나오는 현상이 이렇게 설명된다. HCCI 같은 저온 압축착화 연소에서도 가 크게 음수인 영역이 보고돼 있어, AKI라는 지표가 현대 엔진에서 왜 자꾸 어긋나는지는 결국 이 한 줄로 요약된다 — 두 시험 조건의 산술평균은 애초에 아무 엔진도 대표하지 않는다.2
6. 옥탄가 요구량 — 엔진 쪽의 숫자[편집]
연료에 옥탄가가 있듯, 엔진에는 옥탄가 요구량(Octane Requirement, ORI 문헌에서는 OR)이 있다. 특정 운전점에서 노킹 없이 돌릴 수 있는 최소 옥탄가다. 요구량은 고정된 값이 아니라 흡기 온도, 습도, 고도, 배기가스 재순환 비율, 그리고 연소실 퇴적물에 따라 움직인다. 새 엔진을 수천 km 굴리면 퇴적물이 쌓여 요구량이 몇 옥탄가 올라가는 현상을 ORI(Octane Requirement Increase)라 부르고, 이 때문에 신차 시험 성적과 실제 사용 조건이 어긋나기도 한다.
현대 엔진의 실제 대응은 “노킹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노킹하면 물러선다”이다. 노크 센서가 진동을 감지하면 ECU가 점화시기를 지각시켜 노킹을 피하고, 안 나면 조금씩 다시 진각한다. 그래서 요구 옥탄가보다 낮은 연료를 넣어도 엔진은 부서지지 않고, 대신 출력과 연비가 조용히 깎인다. 반대로 요구량을 이미 만족하는 차에 더 비싼 고옥탄가 연료를 넣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점화시기가 이미 최적 진각(MBT)에 도달해 있으면 더 진각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7. 세탄가 — 정확히 반대인 척도[편집]
디젤은 요구 사항이 정반대다. 압축착화 엔진에서는 연료가 분사되자마자 잘 착화해야 하고, 점화지연이 길면 그동안 쌓인 예혼합 연료가 한꺼번에 타면서 압력 상승률이 튀는 디젤 노크가 난다. 그래서 디젤의 등급은 세탄가(cetane number, ASTM D613)이고 척도는 이렇게 정의된다.
- n-헥사데케인(세테인, ) = 100 — 직쇄 장쇄 알케인, 저온 반응성 최상
- HMN(2,2,4,4,6,8,8-헵타메틸노네인, 이소세테인) = 15
원래는 -메틸나프탈렌을 0으로 썼는데 산화 안정성과 취급성 문제로 1962년에 HMN으로 교체하면서, 하한이 0이 아니라 15인 어색한 척도가 됐다. 높은 옥탄가와 높은 세탄가는 같은 화학의 양쪽 끝이다 — 저온 사슬분지가 잘 돌면 세탄가가 높고 옥탄가가 낮다. 그래서 두 값은 대체로 반비례하지만, 연료군이 다르면(알코올, 방향족) 관계가 깨지므로 일반적인 환산식은 없다. 세탄가 시험 역시 CFR 엔진을 쓰지만 압축비 대신 점화지연을 맞추는 절차이고, 요즘은 정적 연소기에서 점화지연을 직접 재는 유도 세탄가(DCN)가 널리 쓰인다.
8. 계산으로 옥탄가를 예측할 수 있는가[편집]
당연히 시도한다. 논리는 이렇다. 옥탄가는 결국 착화지연 의 함수이므로, 상세 화학반응 메커니즘으로 0차원 균질 반응기를 돌려 를 얻고, 그것을 RON·MON 조건에 대응하는 조건에서 평가한 뒤 PRF의 값과 비교하면 옥탄가가 나와야 한다. 실제로 이런 상관식이 여럿 제안돼 있고, 순수 탄화수소나 단순 혼합물에서는 꽤 맞는다.
그런데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고, 이유가 근본적이다.
- RON/MON은 균질 0차원이 아니라 엔진 시험이다. 실린더 내 온도 불균일, 벽 열전달, 잔류가스, 혼합기 분포가 결과에 들어간다. 어느 조건 하나로 대표하기 어렵다.
- 표준 노킹 강도라는 판정 기준 자체가 압력 진동의 세기여서, 착화 시점뿐 아니라 반응성 구배와 여기 시간이 관여한다(노킹의 폭굉 반도 논의).
- 블렌딩이 비선형이다. 성분들의 옥탄가를 부피 가중 평균해도 실제 혼합물의 값이 안 나온다. 특히 에탄올은 기유 조성에 따라 실효 블렌딩 옥탄가가 순수 상태(RON 약 109)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라디칼 풀을 성분끼리 공유하는 이상 각 성분의 화학이 독립일 리 없다.
그래서 실무의 정직한 접근은 옥탄가를 직접 예측하기보다 엔진 조건에서의 를 계산해 노킹의 리븐굿-우 적분에 넣는 것이다. 옥탄가는 연료를 사고파는 계약 언어이고, 계산이 다루는 언어는 착화지연이다. 그 사이 번역이 필요한 곳에서 충격파관과 급속압축기 데이터가 다리 역할을 한다.
9. 자주 나오는 오해[편집]
- “고옥탄가 연료는 에너지가 더 많다.” 아니다. 옥탄가와 발열량은 별개이고, 옥탄가를 올리는 대표 첨가제인 에탄올은 오히려 체적 발열량이 가솔린보다 30% 남짓 낮다. 고옥탄가 연료의 이득은 엔진이 더 높은 압축비·더 진각된 점화시기를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지, 연료 자체가 힘이 센 게 아니다.
- “옥탄가가 높으면 잘 탄다.” 정확히 반대다. 옥탄가가 높다는 것은 자기착화가 잘 안 된다는 뜻이다. 화염 전파 속도와는 거의 무관하다.
- “엔진 청소를 위해 가끔 고급유를 넣는다.” 세정성은 옥탄가가 아니라 첨가제 패키지의 문제다.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어도 인과는 아니다.
- “RON 100이면 어떤 엔진에서도 100만큼 좋다.” 위 옥탄 지수 절이 이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같은 RON이라도 감도에 따라 엔진마다 순위가 뒤바뀐다.3
10. 관련 문서[편집]
11. Footnotes[편집]
-
사에틸납은 1921년 미즐리와 보이드가 노킹 억제제로 찾아낸 물질이다. 미즐리는 나중에 냉매용 CFC도 발명했는데, 덕분에 “지구 대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단일 개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었다. 한 사람이 대기권을 두 번 망가뜨리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 ↩
-
그래서 “AKI를 없애고 RON 표기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주기적으로 나온다. 물론 주유소 간판과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비용 앞에서 매번 조용히 사라진다. 척도는 물리학이 아니라 제도라서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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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에서 확실히 하고 갈 것 하나. 옥탄가는 연료의 속성이지만 내노킹성은 연료와 엔진의 관계다. 둘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순간 위의 오해가 전부 다시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