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점탄성 Viscoelasticity | |
|---|---|
| 분야 | 고체역학 × 유변학 × 비선형 구조해석 |
| 핵심 성질 | 시간·주파수 의존, 이력 의존, 에너지 소산 |
| 대표 모델 | Maxwell, Kelvin-Voigt, 일반화 Maxwell(Prony) |
| 실험 기법 | 완화 시험, 크리프 시험, DMA |
점탄성(viscoelasticity)은 재료가 하중에 대해 탄성 고체처럼 즉시 되돌아오는 성질과 점성 유체처럼 시간에 따라 흐르는 성질을 동시에 보이는 거동을 말한다. 스프링만 있으면 탄성, 대시팟만 있으면 점성인데, 점탄성체는 둘을 섞어 놓았다. 그래서 응력이 현재 변형률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변형률의 전체 이력에 의존한다.
고무, 플라스틱, 접착제, 아스팔트, 생체 조직, 심지어 유리와 콘크리트도 어느 정도는 점탄성이다. 손가락으로 지우개를 눌렀다 떼면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고, 오래 걸어둔 옷걸이의 플라스틱이 처지고, 방진 고무가 진동 에너지를 열로 먹어치우는 것이 전부 점탄성 현상이다.1
크리프 해석과 헷갈리기 쉬운데 결정적 차이가 있다. 금속 크리프는 고온에서 전위 운동으로 일어나는 비가역 변형이고 응력에 대해 강하게 비선형(, 은 3~8)이다. 반면 선형 점탄성은 상온의 고분자에서 나타나며 응력에 선형이고, 하중을 제거하면 (느리게나마) 대부분 회복된다. 또 초탄성 재료 모델이 경로 독립적인 순수 탄성이라면, 점탄성은 같은 고무의 시간 의존 성분을 담당한다. 실무의 고무 부품 해석은 보통 둘을 합친 점-초탄성(viscohyperelastic)으로 간다.
2. 스프링과 대시팟[편집]
점탄성 모델은 스프링()과 대시팟()의 조합으로 그려진다. 배치만 바꿔도 거동이 확 달라진다.
- Maxwell 모델 (직렬) — 응력이 지수적으로 감소하는 응력 완화를 잘 표현한다. 대신 하중을 유지하면 대시팟이 무한정 흘러 고체가 아니라 유체처럼 군다.
- Kelvin-Voigt 모델 (병렬) — 하중을 걸면 변형이 점근적으로 수렴하는 크리프를 잘 표현한다. 대신 응력 완화가 없고, 계단 하중에 순간 탄성 응답이 없다.
- 표준 선형 고체(SLS, Zener) — Maxwell 가지에 스프링 하나를 병렬로 붙인 3요소 모델. 순간 탄성 + 완화 + 평형 강성을 모두 갖춘 최소 구성이다.
현실의 재료는 완화 시간이 하나가 아니라 넓게 퍼져 있다. 그래서 실무는 Maxwell 가지를 여러 개 병렬로 붙인 일반화 Maxwell 모델을 쓰고, 그 완화 계수를 Prony 급수로 표현한다.
는 무한 시간 후 남는 평형 강성, 는 각 가지의 완화 시간이다. 상용 코드가 점탄성 물성으로 요구하는 것이 사실상 이 Prony 계수 표다. 보통 시간 십진수(decade)당 항 하나 정도를 두어 5~10개 항이면 충분하다.
3. 볼츠만 중첩 원리[편집]
선형 점탄성의 이론적 심장은 볼츠만 중첩 원리다. 과거의 각 변형률 증분이 만든 응력 응답이 서로 간섭 없이 그대로 더해진다는 가정이며, 여기서 유전 적분(hereditary integral)이 나온다.
응력이 변형률 이력에 완화 함수를 커널로 하는 합성곱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응력 이력에서 변형률을 얻으려면 크리프 컴플라이언스 를 커널로 쓴다. 다만 와 는 서로 단순 역수가 아니라 라플라스 영역에서 를 만족하는 관계다. “완화 시험 데이터로 크리프를 예측하겠다”고 그냥 역수를 취하는 것이 흔한 실수.2
4. 주파수 영역과 tan δ[편집]
정현 변형률 를 가하면 응력은 위상이 만큼 앞선 정현파로 나온다. 이를 복소 계수로 묶은 것이 복소 탄성계수다.
(저장 계수)는 한 주기 동안 저장했다 돌려주는 탄성분, (손실 계수)는 열로 소산되는 점성분이다. 손실 계수 tan δ가 곧 감쇠 능력이며, 방진 고무·제진 시트·엔진 마운트 설계는 목표 주파수 대역에서 tan δ를 키우는 게임이다. 이 값을 측정하는 장비가 DMA(동적 기계 분석)다.
여기서 중요한 실무 사실 하나. 점탄성 감쇠는 감쇠 문서의 비례 감쇠(레일리 감쇠)와 달리 주파수 의존적이다. 한 주파수에 맞춰 튜닝한 레일리 계수는 다른 대역에서 엉뚱한 감쇠를 준다. 넓은 대역을 봐야 하는 주파수 응답 해석에서 점탄성 재료를 레일리 감쇠로 뭉개면 결과가 조용히 틀린다.
5. 시간-온도 중첩[편집]
고분자의 점탄성은 온도에 극도로 민감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비결정성 고분자는 열유변학적 단순(thermorheologically simple) 성질을 가져서, 온도를 바꾼 효과가 완화 곡선을 로그 시간축에서 평행 이동시키는 것과 같다. 이 이동량이 이동 인자 이고, 유리전이온도 부근에서는 WLF 식이 잘 맞는다.
이 원리 덕분에 온도를 올려 짧게 시험한 데이터를 이어 붙여 수십 년치 마스터 커브를 만들 수 있다. 크리프 해석의 Larson-Miller 외삽과 발상이 똑같은, 시간과 온도를 맞바꾸는 거래다. 물론 재료가 상전이나 결정화를 겪으면 이 가정 자체가 무너진다.
6. 수치 구현[편집]
유전 적분을 매 시간 스텝마다 전체 이력에 대해 다시 적분하면 계산량이 로 폭발하고 메모리도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유한요소법 구현은 지수 커널의 재귀 성질을 이용한다.
Prony 급수의 각 가지에 대해 내부 상태변수 를 두면, 지수 함수의 성질 때문에 다음 스텝 값이 직전 스텝 값과 이번 증분만으로 갱신된다.
전체 이력을 저장할 필요 없이 가지 개수만큼의 텐서만 적분점에 들고 있으면 되고, 비용이 스텝당 으로 떨어진다. 이 재귀 갱신식이 상용 코드 점탄성 구현의 표준이며,3 여기서 나오는 알고리즘 접선 강성 역시 탄소성 해석에서와 같은 이유로 일관되게 미분해 줘야 뉴턴-랩슨법 수렴이 산다.
주의할 점 몇 가지.
- 시간 스텝과 완화 시간. 가 가장 짧은 보다 훨씬 크면 그 가지는 사실상 즉시 완화된 것으로 취급되어 초기 응답을 놓친다. 관심 시간 척도에 맞는 가지만 남기는 게 실용적이다.
- 체적/전단 분리. 고무는 전단은 크게 완화되지만 체적은 거의 완화되지 않는다. Prony 급수를 전단과 체적에 따로 주는 것이 정석이며, 체적까지 완화시키면 비물리적으로 물러진다.
- 선형성 범위. 볼츠만 중첩은 작은 변형률 가정이다. 큰 변형에서는 초탄성 골격에 점탄성 완화를 얹은 형태로 확장해야 한다.
7. 어디에 쓰나[편집]
- NVH·방진 — 엔진 마운트, 부싱, 제진 강판. 목표 주파수에서 tan δ 최대화가 설계 목표다.
- 타이어 — 구름 저항(에너지 소산)과 젖은 노면 그립이 둘 다 점탄성 손실에서 나온다. 낮은 주파수 손실은 줄이고 높은 주파수 손실은 키우는 상충 설계가 업계의 영원한 숙제.
- 패키징·전자 — 솔더와 몰딩 컴파운드의 응력 완화가 열 사이클 신뢰성을 좌우한다. 피로 해석과 붙어 다닌다.
- 생체역학 — 연골, 인대, 뇌 조직. 충격 해석에서 점탄성 없이는 손상 예측이 안 된다.
- 컴퓨터 그래픽스 — 소프트바디와 천 시뮬레이션의 감쇠 항이 사실상 Kelvin-Voigt다. 물리적 정확도보다 안정성을 위해 넣는 경우가 많지만.
8. 관련 문서[편집]
- 응력과 변형률 · 고체역학 · 연속체역학
- 크리프 해석 · 초탄성 재료 모델 · 탄소성 해석
- 감쇠 · 주파수 응답 해석 · 모드 해석
- 유한요소법 · 뉴턴-랩슨법
- 비선형 구조해석 · 피로 해석
- 천 시뮬레이션 · Abaqus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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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 퍼티(Silly Putty)가 점탄성 교보재로 유명하다. 천천히 당기면 엿가락처럼 늘어나고(점성 지배), 세게 던지면 튀어 오르며(탄성 지배), 망치로 치면 유리처럼 깨진다. 같은 물질이 시간 척도에 따라 액체·고체·취성체를 오간다는 사실을 손으로 확인시켜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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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가 서로의 역수가 되는 건 완화가 전혀 없는 순수 탄성일 때뿐이다. 그럼에도 “완화 계수의 역수를 컴플라이언스로 넣었는데 왜 크리프가 안 맞죠”라는 질문은 매년 새로 태어난다. 합성곱의 역원은 각 시점의 역수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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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귀식이 없었다면 점탄성 FEA는 산업적으로 성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수 함수만이 “과거 전체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할 수 있게 해주는 커널이라는 점에서, Prony 급수는 계산 편의를 위해 선택된 물리 모델의 대표 사례다. 실제 재료의 완화 스펙트럼이 지수의 합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