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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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물리 전산유체역학 마지막 수정: 2026-07-23 04:34:52

1. 개요[편집]

토카막(tokamak)은 도넛(토러스) 모양의 진공 용기 안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어(magnetic confinement)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는 장치다. 이름은 러시아어 “토로이드 자기 코일 방(тороидальная камера с магнитными катушками)“의 약자에서 왔고, 1950년대 소련에서 태어났다.1 태양이 중력으로 수소를 가두어 융합시키는 일을, 지구 위에서 자기장이라는 훨씬 약한 밧줄로 흉내 내려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1억 도가 넘는 플라즈마는 어떤 고체 용기에도 닿는 순간 용기를 녹이거나 자기가 식어버린다. 그래서 물질이 아니라 자기장으로 만든 병에 담아야 한다. 하전 입자는 자기력선을 나선으로 감아 돌기 때문에, 자기력선을 도넛 안에 잘 말아두면 입자도 그 안에 갇힌다 — 는 게 발상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토카막 60년 역사의 전부다.

2. 왜 자기장을 꼬아야 하는가[편집]

토러스를 감싸는 외부 코일로 만든 자기장을 토로이달 자기장(toroidal field, 도넛의 긴 원을 따라 도는 방향)이라 한다. 직관적으로는 이 토로이달 장 하나만 있으면 입자가 도넛을 뱅뱅 돌며 갇힐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 된다. 토러스는 안쪽(중심축 쪽)이 바깥쪽보다 자기장이 강한 비균일 구조라, 자기장의 곡률과 기울기(∇B) 때문에 양이온과 전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위아래로 표류(drift)한다. 이 전하 분리가 수직 전기장을 만들고, 그 결과 E×B\mathbf{E}\times\mathbf{B} 표류가 플라즈마 전체를 바깥벽으로 밀어낸다. 순수 토로이달 장은 몇 마이크로초 만에 새어버리는 구멍 뚫린 병인 셈이다.

해결책은 자기력선을 나선(helical)으로 꼬는 것이다. 토로이달 장에 더해, 도넛 단면을 짧게 도는 폴로이달 자기장(poloidal field)을 겹치면 자기력선이 도넛 표면을 나선으로 감으며 위와 아래를 오간다. 그러면 위로 표류하던 입자가 자기력선을 따라 아래쪽으로도 실려가 표류가 상쇄된다. 토카막의 특징은 이 폴로이달 장을 플라즈마 자신에 흐르는 강한 전류로 만든다는 점이다. 진공 용기를 변압기의 2차 코일처럼 써서 플라즈마에 수 메가암페어의 전류를 유도한다.2

3. 안전인자 q[편집]

자기력선이 얼마나 촘촘히 꼬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안전인자(safety factor) qq다. 자기력선이 폴로이달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동안 토로이달 방향으로 몇 바퀴 도는지의 비율이다. 근사적으로

q(r)rBϕRBθq(r) \approx \frac{r B_\phi}{R B_\theta}

로, rr은 소반경 위치, RR은 대반경, BϕB_\phi·BθB_\theta는 각각 토로이달·폴로이달 자기장이다. 이름이 “안전”인자인 이유는 qq가 특정 유리수(특히 낮은 정수비, q=2q=2 같은)에 가까워지면 자기력선이 자기 위로 되돌아오면서 공진성 MHD 불안정(예: 킹크·티어링 모드)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안정적 운전을 위해 보통 플라즈마 가장자리에서 q>23q>2\sim3 정도를 유지한다. qq가 낮으면 갇힘은 좋아지지만 불안정은 커지는, 전형적인 공학적 줄다리기.

4. 붕괴와 시뮬레이션[편집]

토카막의 최대 악몽은 붕괴(disruption)다. 어떤 이유로든 갇힘이 순식간에 무너지면 수 메가암페어의 플라즈마 전류가 밀리초 단위로 사라지는데, 이때 유도되는 거대한 전자기력이 용기를 뒤흔들고, 갇혀 있던 열이 국소적으로 벽에 쏟아지며, 도망 전자(runaway electron)가 벽을 관통할 수 있다. 대형 장치일수록 이 하중이 구조를 위협하는 수준이라, 붕괴 예측·완화는 토카막 공학의 핵심 난제다.

여기서 계산물리가 등장한다. 평형과 안정성은 대개 자기유체역학(MHD)으로 유체 수준에서 기술하고, 힘 평형은 그래드-샤프라노프 방정식으로 푼다. 반면 입자 수준의 미시적 갇힘·수송·불안정은 플라즈마 시뮬레이션의 PIC(입자-격자)나 자이로카이네틱 기법으로 다룬다. 성능 지표로는 자주 무차원수와 비슷한 성격의 베타값 β\beta가 쓰이는데, 이는 플라즈마 압력 대 자기압의 비(β=p/(B2/2μ0)\beta = p / (B^2/2\mu_0))로, 같은 자기장으로 얼마나 많은 플라즈마를 담았는지를 뜻하는 경제성 지표다.3

5. 스텔러레이터, 그리고 다른 길[편집]

토카막이 유일한 자기 갇힘 방식은 아니다.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는 처음부터 코일 자체를 복잡하게 비틀어 나선 자기장을 만들어내므로, 플라즈마 전류를 강제로 흘릴 필요가 없다. 덕분에 붕괴 위험이 원리적으로 작고 정상상태 운전에 유리하지만, 3차원으로 뒤틀린 코일을 설계·제작하는 게 지옥이다.4 반대로 관성 갇힘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은 아예 자기장을 쓰지 않고, 연료 캡슐을 레이저로 순간 압축·가열해 관성으로 버티는 찰나에 융합시키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다.

토카막 진영의 기함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 ITER로,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건설 중인 대형 실험로다. “핵융합 순 에너지 이득이 공학적으로 가능한가”를 실증하는 게 목표다. 상용 발전까지는 아직 여러 관문이 남아 있지만, 60년간 “핵융합은 30년 후”라던 농담이 이번만큼은 조금 덜 농담이 되어가고 있다.

6. 관련 문서[편집]

7. Footnotes[편집]

  1. 이고르 탐과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원리를 제안하고, 레프 아르치모비치가 실험을 이끌었다. 1968년 소련의 T-3 토카막이 당시로선 믿기 힘든 온도를 보고하자 서방 과학자들이 “설마” 하며 직접 장비를 들고 가 측정했고, 사실임이 확인되자 전 세계가 토카막으로 갈아탔다.

  2. 변압기 방식이라 근본적으로 펄스 운전이다 — 2차 전류를 계속 유도하려면 1차 자속을 한 방향으로 계속 올려야 하는데, 이게 무한정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상상태 운전을 위해 중성입자빔이나 고주파로 전류를 따로 구동(non-inductive current drive)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3. 베타가 높다는 건 “약한(=값싼) 자석으로 많은 플라즈마를 담았다”는 뜻이라 경제성에 직결된다. 하지만 베타를 올리면 압력 구동 불안정이 심해져서, 트로이언 한계 같은 상한이 존재한다. 여기서도 공짜 점심은 없다.

  4. 독일의 Wendelstein 7-X가 대표적인 현대 스텔러레이터로, 코일 형상을 대규모 최적화로 설계했다. “컴퓨터가 없었으면 못 만들었을 기계”라는 평이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