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디-크로스법

편집 역사 토론
수치해석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마지막 수정: 2026-08-30 04:21:47

1. 개요[편집]

하디-크로스법
Hardy Cross Method
제안Hardy Cross (1936), Univ. of Illinois 실험공학보 286호
대상폐합 루프가 있는 가압 관망의 정상류 해석
미지수관 유량 Q — 절점 연속식은 처음부터 만족시켜 둔다
보정식$\Delta Q = -\sum h_f \big/ \bigl(n\sum \lvert h_f/Q\rvert\bigr)$
정체루프별 1차원 뉴턴 스텝 + 가우스-자이델 갱신
수렴1차(선형) — 루프가 많고 얽힐수록 느려진다
현재 지위손계산·교육용. 실무 표준은 EPANET의 전역 경사법

계산기가 없다. 관은 40개고 루프는 6개다. 그런데 내일까지 상수관망을 설계해야 한다. 1936년의 답.

하디-크로스법관망의 각 폐합 루프마다 수두 폐합오차를 없애는 유량 보정량 ΔQ\Delta Q 를 계산해 그 루프의 모든 관에 한꺼번에 더해 주는 일을 반복하는, 관망 유량 해석의 고전적 반복법이다. 미국의 구조공학자 하디 크로스(Hardy Cross)가 1936년에 발표했으며, 그 전까지 사실상 “감으로 맞춰 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던 격자형 상수관망 설계를 종이와 계산자만으로 풀 수 있게 만들었다.

핵심 발상은 미지수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다. 관망의 미지수는 원래 관마다의 유량 QQ 와 절점마다의 수두 HH 인데, 하디 크로스는 처음부터 절점 연속식을 정확히 만족하는 유량 배분에서 출발한다. 그러면 남는 위반은 루프를 한 바퀴 돌았을 때 수두가 제자리로 안 돌아온다는 것뿐이고, 미지수는 독립 루프 수만큼의 보정량으로 줄어든다. 절점이 30개, 관이 45개인 관망에서 미지수가 16개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2. 지배식과 저항 모형[편집]

관망을 노드-링크 그래프로 본다. 절점 NN 개, 관 MM 개, 연결 그래프라면 독립 폐합 루프의 개수는 회로 랭크

L=MN+1L = M - N + 1

이다. 지배식은 두 종류다. 절점 연속식(각 절점에서 유입 = 유출 + 수요)과 루프 에너지식(한 루프를 돌아 손실을 부호까지 세어 더하면 0). 저수지가 둘 이상이면 그 사이를 잇는 경로를 가상 루프로 추가하고, 폐합값을 0 대신 두 저수지의 수두차로 둔다.

관 하나의 마찰손실은 유량의 멱함수로 모형화한다.

hf=rQn1Qh_f = r\,\lvert Q\rvert^{\,n-1}Q

절댓값을 끼운 것은 역류에서도 손실이 흐름을 방해하도록 부호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rrnn 은 손실식이 정한다.

손실식저항계수 r (SI)지수 n
달시-바이스바흐 식0.0826 f L d−52
하젠-윌리엄스10.67 L C−1.852 d−4.8711.852

달시-바이스바흐의 0.0826은 8/(π2g)8/(\pi^2 g) 이므로 유도된 상수이고, 하젠-윌리엄스 식의 10.67은 20세기 초 미국 상수도 자료 회귀에서 나온 순수 경험 상수다. 손계산 시대에 하젠-윌리엄스가 압도적으로 선호된 이유는 명확하다 — rr 이 유량에 무관한 상수라 표를 한 번만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달시-바이스바흐를 쓰면 마찰계수 ff레이놀즈수와 상대조도의 함수라 반복마다 콜브룩 식을 다시 풀거나 무디 선도를 다시 읽어야 한다. 계산자 시대에 이건 사형선고였다.

3. 보정식은 어디서 나오는가[편집]

한 루프 kk 에 속한 관들의 유량을 전부 같은 양 ΔQ\Delta Q 만큼 바꿔도 절점 연속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루프는 닫힌 회로이므로 어느 절점에서든 들어온 만큼 나가기 때문이다. 이 관찰이 방법 전체를 떠받친다. 이제 보정 후 루프 폐합조건을 요구하면

pLkrpQp+ΔQn1(Qp+ΔQ)=0\sum_{p\in L_k} r_p\,\lvert Q_p+\Delta Q\rvert^{\,n-1}(Q_p+\Delta Q) = 0

이고, ΔQ\Delta Q 에 대해 1차까지 테일러 전개하면

phf,p  +  ΔQpnrpQpn10\sum_p h_{f,p} \;+\; \Delta Q\sum_p n\,r_p\lvert Q_p\rvert^{\,n-1} \approx 0

이다. rpQpn1=hf,p/Qpr_p\lvert Q_p\rvert^{n-1} = \lvert h_{f,p}/Q_p\rvert 이므로 정리하면 그 유명한 한 줄이 나온다.

  ΔQk=pLkhf,pnpLkhf,pQp  \boxed{\;\Delta Q_k = -\,\frac{\displaystyle\sum_{p\in L_k} h_{f,p}}{\displaystyle n\sum_{p\in L_k} \left\lvert \frac{h_{f,p}}{Q_p}\right\rvert}\;}

분자는 부호를 살려 더하고 분모는 절댓값으로 더한다는 것이 이 식의 유일한 함정이자 손계산 사고의 90%다. 부호 규약은 루프마다 시계방향을 양으로 잡는 것이 관례이며, 어느 쪽을 잡든 한 루프 안에서 일관되기만 하면 된다.

4. 손계산 절차 — 표를 채운다[편집]

  1. 독립 루프를 고른다. 평면 관망이면 눈에 보이는 최소 면(mesh)들을 잡으면 되고, 개수가 MN+1M-N+1 개인지 확인한다.
  2. 초기 유량을 배분한다. 모든 절점에서 연속식이 정확히 맞아야 한다. 실무 요령은 트리 하나를 잡아 말단부터 수요를 거꾸로 누적하고, 남는 루프 관에 적당한 값을 주는 것.
  3. 루프마다 표를 만든다. 열은 관 번호 / L / d / r / Q / h_f / |h_f/Q| 이고, hfh_f 열과 마지막 열의 합계를 낸다.
  4. ΔQ\Delta Q 를 계산해 그 루프의 모든 관에 더한다. 루프 진행 방향과 관의 가정 방향이 반대면 부호를 뒤집어 더한다.
  5. 다음 루프로 넘어간다. 두 루프가 공유하는 관은 양쪽 보정을 모두 받는다. 여기가 초보자가 가장 많이 빠뜨리는 지점이다.
  6. 모든 루프의 hf\lvert\sum h_f\rvert 가 허용치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반복.

수렴 후 수두는 수두가 알려진 절점(저수지)에서 출발해 관을 따라 hfh_f 를 빼 나가며 채운다. 하디-크로스는 유량을 먼저 풀고 수두를 나중에 복원하는 방법이다.

5. 정체 — 루프별 1차원 뉴턴[편집]

이 방법의 성격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루프 방정식계에 대한 뉴턴법인데, 야코비안의 대각 성분만 쓰고 비대각을 버린 것.

루프 미지수를 ΔQ=(ΔQ1,,ΔQL)\Delta\mathbf{Q}=(\Delta Q_1,\dots,\Delta Q_L) 로 두면 루프 방정식 Fk(ΔQ)=0F_k(\Delta\mathbf{Q})=0 의 야코비안은

FkΔQj=n ⁣ ⁣pLkLj ⁣ ⁣±rpQpn1\frac{\partial F_k}{\partial \Delta Q_j} = n\!\!\sum_{p\,\in\,L_k\cap L_j}\!\! \pm\, r_p\lvert Q_p\rvert^{\,n-1}

이고, 비대각항은 두 루프가 공유하는 관에서만 생긴다. 하디-크로스의 보정식은 정확히 j=kj=k 항, 즉 대각만 남긴 것이다. 게다가 갱신을 루프 하나씩 순차적으로 적용하므로 가우스-자이델이지 야코비도 아니다. 여기서 방법의 성능이 전부 설명된다.

  • 수렴은 1차(선형)다. 전 미지수를 동시에 다루는 뉴턴이 2차 수렴하는 것과 대비된다.
  • 루프 결합이 강할수록 느려진다. 공유 관이 많은 조밀한 격자형 관망에서 최악이고, 루프가 거의 독립인 나뭇가지형에 가까울수록 빠르다. “루프 하나짜리 관망은 두세 번에 끝나는데 열두 개짜리는 백 번을 돌아도 안 끝난다”는 실습 경험담이 여기서 나온다.
  • 초기값 품질이 반복 수를 지배한다. 시작점이 연속식을 만족해야 한다는 제약까지 있어 자동화가 껄끄럽다.
8절점 10관 3루프 관망에서 연속식만 맞춘 초기 유량에 루프별 보정 ΔQ_k = −Σh_f/(n Σ|h_f/Q|) 를 루프 하나씩 순차로 더한다. 하젠-윌리엄스 기본 설정에서 폐합오차가 1e−6 m 아래로 내려가는 데 하디-크로스는 9반복, 같은 야코비안을 통째로 쓰는 뉴턴-랩슨은 4반복이 걸리고, 공유관 저항을 20배로 올리면 26 대 6까지 벌어진다. 다르시-바이스바흐 쪽은 마찰계수를 0.02 로 고정해 돌린다.

수치적으로 조심할 곳도 분명하다. 어떤 관의 유량이 0에 가까워지면 분모가 무너진다. n>1n>1 이므로 hf/Q=rQn10\lvert h_f/Q\rvert = r\lvert Q\rvert^{n-1}\to 0 이고, 그 관이 분모 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ΔQ\Delta Q 가 폭주해 다음 반복에서 유량 부호가 뒤집히며 진동한다. 표준 처방은 Q\lvert Q\rvert 에 하한을 두거나(예: 설계유량의 10410^{-4}), 관 하나의 손실 도함수에 작은 상수를 더해 두는 것이다. EPANET이 저유량 구간의 마찰계수를 3차 다항식으로 매끄럽게 잇는 것도 목적은 같다 — 물리가 아니라 야코비안을 위한 처리다.

6. 변형들[편집]

  • 절점 보정형(Cornish, 1939). 유량 대신 절점 수두를 미지수로 두고, 절점마다 연속식 잔차를 없애는 수두 보정 ΔH\Delta H 를 같은 논리로 만든다. 루프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 루프가 많은 망에서 선호됐다. 대칭적으로 보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 이쪽은 절점 연속식을 반복 중에 만족시켜 가고, 원래 방법은 처음부터 만족시켜 둔다.
  • 동시 보정형(Epp·Fowler, 1970). 위에서 버린 비대각항을 되살려 L×LL\times L 루프 야코비안을 통째로 푼다. 2차 수렴이 회복되며, 사실상 “컴퓨터가 생긴 뒤의 하디-크로스”다.
  • 선형이론법(Wood·Charles, 1972). 루프를 포기하고 관 유량을 직접 미지수로 두되, 손실식을 hf(rQ(k)n1)Qh_f \approx (r\lvert Q^{(k)}\rvert^{n-1})Q 로 얼려 선형계를 반복해 푼다. 초기값에 관대하다는 것이 큰 실용적 장점이었다.
  • 전역 경사법(Todini·Pilati, 1988). QQHH 를 동시에 미지수로 두고 뉴턴을 돌린 뒤 슈어 보수로 절점 방정식만 남긴다. 남는 행렬이 대칭 양정치 그래프 라플라시안이라 촐레스키 분해가 그대로 꽂힌다. 오늘날의 표준이며, 자세한 사정은 EPANET 문서에 있다.

요약하면 하디-크로스는 손계산에 최적화된 방법이고 나머지는 전부 희소 선형대수에 최적화된 방법이다. 하디-크로스가 밀린 것은 방법이 틀려서가 아니라 계산 환경이 바뀌어서다.

7. 그래도 남는 자리[편집]

박물관 유물 취급하기엔 아직 살아 있는 구석이 있다.

  • 교육. 관망 해석을 처음 배울 때 이 방법만큼 “연속식과 에너지식이 각각 무슨 일을 하는지”를 손으로 체감시키는 도구가 없다. 표를 세 번 채우면 왜 공유 관이 두 번 보정받는지 몸으로 안다.
  • 작은 망의 개념 설계. 루프 두세 개짜리 소화용수 배관이나 공조(HVAC) 덕트망은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 충분하고, 실제로 그렇게들 한다.
  • 가스·열배관. 압축성 가스망(르누아르 식)이나 지역난방 열배관에서도 손실이 rQnr Q^n 꼴이면 논리가 그대로 이식된다.
  • 디버깅. 대형 코드가 이상한 답을 뱉을 때, 관망 일부를 떼어 루프 폐합을 손으로 확인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검증 절차다. 검증 및 확인 정신에서 손계산은 언제나 최후의 심판이다.

8. 여담 — 구조공학자가 만든 수리학 방법[편집]

하디 크로스는 원래 구조공학자다. 그가 더 유명해진 업적은 1930년에 발표한 모멘트 분배법(부정정 골조를 손으로 푸는 그 방법)이며, 20세기 중반 철근콘크리트 골조 설계를 사실상 혼자 떠받쳤다.

두 방법의 논리 구조가 글자 그대로 같다는 점이 재미있다. 전체 계를 한 번에 푸는 대신, 국소 불평형을 골라 그 자리에서 없애고 여파를 이웃에 나눠 주는 일을 반복한다. 골조에서는 절점의 불평형 모멘트를 부재 강성에 비례해 분배하고 반대편에 전달(carry-over)하며, 관망에서는 루프의 수두 불평형을 유량 보정으로 없앤다. 둘 다 오늘날의 언어로는 완화법(relaxation method)이고, 둘 다 사람이 “지금 제일 안 맞는 곳”을 눈으로 골라 손볼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삼았다.1

그리고 두 방법 모두 컴퓨터가 직접 해법을 감당하게 되면서 실무에서 밀려났다. 계산의 값이 떨어지면 똑똑한 근사의 값도 같이 떨어진다.2 하디 크로스 본인은 이런 흐름을 예감했는지, 만년에는 공학 교육에서 “계산 기술”보다 “판단”을 가르쳐야 한다는 에세이를 여럿 남겼다.3

9. 관련 문서[편집]

10. Footnotes[편집]

  1. 완화법(Southwell relaxation)이 유행하던 시절, 숙련자는 격자 위 잔차 표를 훑어보고 “여기부터 손대면 빨리 끝난다”를 감으로 골랐다. 사람이 전처리기 역할을 하던 시대다. 지금 그 감은 다중격자법의 완화자와 스케줄러가 대신한다.

  2. 밀렸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외 상하수도 관련 자격시험에서 하디-크로스 문제는 여전히 단골이며, 채점자가 보는 것은 답이 아니라 분자와 분모의 부호 처리다. 250년 된 가상일 표 문제와 정확히 같은 이유로 살아남았다.

  3. 그의 에세이집 Engineers and Ivory Towers(1952)는 “공학은 계산이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로 결정을 내리는 기술”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하다. 관망 해석 코드를 돌리다 경고창을 세 번쯤 무시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