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관유동(pipe flow, 내부 유동)은 원관·덕트처럼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통로 안을 흐르는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유체역학의 고전 분야다. 날개 주위처럼 벽 한쪽만 있는 경계층 문제와 달리, 관유동은 벽이 유동을 사방에서 가두기 때문에 결국 관 전체가 점성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하수도, 원유 파이프라인, 혈관, 반도체 장비의 가스 배관, 원자로 냉각계통까지 — “관 속을 뭔가가 흐른다”면 전부 이 이론이 밑바탕이다.
관유동이 특별 대접을 받는 이유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해석해를 거의 내주지 않는 와중에 완전발달 층류 원관유동은 깔끔한 정확해가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하겐-푸아죄유 유동이다.
2. 발달 영역과 완전발달[편집]
유체가 관 입구로 막 들어올 때는 속도가 단면 전체에서 거의 균일하다. 하지만 벽에서 점착 조건(no-slip)에 걸린 유체는 멈추고, 그 영향이 점성을 통해 안쪽으로 번져 벽 근처에 경계층이 자란다. 관 중심에서 이 경계층들이 서로 만나면 속도분포가 더 이상 변하지 않는데, 이 지점부터를 완전발달 영역(fully developed region)이라 한다. 그 전까지가 입구 영역(entrance region)이다.
입구 길이(entrance length) 는 대략 다음과 같이 추정한다.
층류에서 이면 입구 길이가 관 지름의 120배에 달한다. 실험이나 해석에서 완전발달을 가정하려면 이 길이만큼 여유를 둬야 한다는 뜻이라, 전산유체역학 해석에서 관을 짧게 잘라놓고 완전발달을 기대하면 낭패를 본다.1 레이놀즈수 는 여기서도 판을 지배하는 무차원수다.
3. 하겐-푸아죄유 유동[편집]
완전발달 층류 원관유동에서는 축방향 운동량 방정식이 압력구배와 점성항의 균형으로 단순해지고, 그 해가 포물선형 속도분포로 떨어진다.
중심()에서 최대이고 벽()에서 0인 매끈한 포물선이다. 이를 단면에 대해 적분하면 유량과 압력강하의 관계가 나온다. 이것이 하겐-푸아죄유 법칙(Hagen-Poiseuille law)이다.
유량이 관 반지름의 4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 이 법칙의 백미다. 관 지름을 두 배로 키우면 같은 압력으로 16배가 흐른다. 혈관이 조금만 좁아져도 혈류가 급감하는 이유, 배관 설계에서 지름 한 치수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가 여기서 나온다.2
4. 층류-난류 전이[편집]
관유동의 판도는 레이놀즈수가 가른다. 원관 기준으로 널리 쓰이는 임계값은 다음과 같다.
- — 층류(laminar). 유선이 얌전하고 하겐-푸아죄유가 지배한다.
- — 전이(transition). 층류와 난류가 간헐적으로 오간다.
- — 난류(turbulent). 속도분포가 훨씬 평평(뭉툭)해진다.
이 임계 레이놀즈수는 1883년 오스본 레이놀즈가 유리관에 염료를 흘려 넣은 그 유명한 실험에서 확립됐다.3 다만 2300이라는 값은 절대적이지 않다. 입구 교란을 극도로 억제한 세심한 실험에서는 가 수만에 이르러도 층류가 유지되기도 한다. 전이는 임계값 문제라기보다 교란 증폭 문제에 가깝다.
5. 무디 선도와 마찰계수[편집]
실무에서 관유동 계산의 핵심은 압력강하를 구하는 것이고, 그 열쇠는 다르시 마찰계수(Darcy friction factor) 다. 압력강하는 다르시-바이스바흐 식으로 쓴다.
마찰계수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관건이다.
- 층류: 이론적으로 로 딱 떨어진다. 벽면 거칠기와 무관하다.
- 난류: 벽면 상대거칠기 와 에 함께 의존하며, 콜브룩(Colebrook) 식 같은 음함수로 주어진다. 손으로 못 풀어서 도표로 만든 것이 무디 선도(Moody chart)다.
무디 선도는 를 가로축, 를 세로축(로그-로그)에 놓고 상대거칠기별 곡선을 그린 한 장짜리 도표로, 20세기 배관 엔지니어의 필수 무기였다.4 흥미로운 점은 완전난류 영역에서 마찰계수가 와 무관하게 거칠기만으로 결정된다는 것 — 아무리 빨리 흘려도 상대적인 마찰 손실 비율은 거칠기가 정한다.
6. 해석에서의 관유동[편집]
관유동은 전산유체역학 코드를 검증(V&V)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벤치마크다. 완전발달 층류라면 정확해가 있으니, 해석이 포물선 분포와 를 재현하는지로 코드와 격자의 건전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난류 관유동은 다시 난류 모델링의 영역으로 넘어가, 벽 근처 처리를 벽함수로 할지 벽까지 적분할지에 따라 요구 격자와 정확도가 갈린다. 관 벽처럼 명확한 경계 조건이 있는 문제라 초심자의 첫 CFD 연습으로도 좋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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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관 CFD를 처음 해본 사람들이 “왜 입구에서 속도분포가 계속 변하냐”며 당황한다. 변하는 게 정상이다. 완전발달을 보고 싶으면 관을 길게 뽑거나 주기경계(periodic) 조건을 쓰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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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제곱 법칙은 의학에서도 유명하다. 혈관 반지름이 20%만 줄어도 같은 심장 압력으로 흐르는 혈류는 약 40% 감소한다. 물론 실제 혈류는 비뉴턴·박동성이라 하겐-푸아죄유는 근사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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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ynolds, O. (1883). 염료 줄기가 곧게 뻗다가 특정 유속에서 갑자기 흐트러지며 관 전체로 번지는 장면은 지금 봐도 극적이다. 유체역학 교과서가 100년 넘게 우려먹는 실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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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dy, L. F. (1944). 컴퓨터가 흔해진 지금은 콜브룩 식을 그냥 반복법으로 풀거나 하랜드(Haaland) 같은 명시적 근사식을 쓰지만, 무디 선도는 여전히 감을 잡는 데 최고다. 도표 한 장으로 물리를 읽는 낭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