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분배 정리

편집 역사 토론
물리 계산물리 마지막 수정: 2026-08-01 04:33:41

1. 개요[편집]

등분배 정리(equipartition theorem)는 고전 통계역학에서, 해밀토니안에 이차식으로 들어가는 자유도 하나마다 평형 상태의 평균 에너지가 정확히 12kBT\frac{1}{2}k_B T씩 배정된다는 정리다. 단원자 이상기체의 E=32NkBT\langle E \rangle = \frac{3}{2}Nk_BT나 조화진동자의 E=kBT\langle E \rangle = k_BT가 전부 이 한 줄에서 나온다.

범위 정리: 이 문서는 정리의 정확한 성립 조건, 깨지는 방식, 그리고 MD 온도 측정에서의 자유도 계산을 다룬다. 속력 분포 자체의 형태와 실험적 검증은 맥스웰-볼츠만 분포, 적분기·힘장 등 시뮬레이션 전반은 분자동역학 문서에 있다.

2. 정확한 진술[편집]

교과서 버전(“자유도당 12kBT\frac{1}{2}k_BT“)은 사실 특수한 경우이고, 일반형은 정준 앙상블 평균으로 이렇게 쓴다. 위상공간 좌표를 xix_i(qqpp든)라 할 때

xiHxj=δijkBT\left\langle x_i \frac{\partial H}{\partial x_j} \right\rangle = \delta_{ij}\, k_B T

이다. 부분적분 한 번이면 나오며, 경계에서 eβHe^{-\beta H}가 0으로 죽는다는 조건만 쓴다. 여기서 해밀토니안이 H=kakxk2+(나머지)H = \sum_k a_k x_k^2 + (\text{나머지})처럼 분리 가능한 이차형식이면 xiH/xi=2aixi2x_i \partial H/\partial x_i = 2 a_i x_i^2이므로 곧바로

aixi2=12kBT\langle a_i x_i^2 \rangle = \tfrac{1}{2} k_B T

가 된다. 즉 성립 조건은 세 가지다. (1) 고전적일 것, (2) 그 좌표에 대해 이차형식일 것, (3) 적분 범위가 ±\pm\infty까지 열려 있을 것. 셋 중 하나만 깨져도 12kBT\frac{1}{2}k_BT는 보장되지 않는다.

정리가 좌표와 운동량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래서 조화진동자는 운동에너지에서 12kBT\frac{1}{2}k_BT, 퍼텐셜에서 12kBT\frac{1}{2}k_BT를 받아 총 kBTk_BT가 되고, 여기서 뒬롱-프티 법칙(CV=3NkBC_V = 3Nk_B)이 따라 나온다. 반면 이상기체 분자의 병진운동은 퍼텐셜 항이 없어 32kBT\frac{3}{2}k_BT에서 멈춘다.

3. 깨지는 경우들[편집]

등분배는 고전 극한의 정리라서, 실제 물질에서는 오히려 깨지는 쪽이 더 흥미롭다.

  • 양자 동결(freeze-out). 에너지 준위 간격 ω\hbar\omegakBTk_BT보다 크면 그 자유도는 들뜨지 못하고 바닥상태에 얼어붙어 열용량에 기여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모형이 저온에서 CVeω/kBTC_V \propto e^{-\hbar\omega/k_BT}로 지수적으로 죽고, 디바이 모형T3T^3 법칙을 주는 이유가 이것이다. 자세한 진동 모드 구조는 포논 분산 참고.
  • 이원자 분자의 계단형 비열. 상온의 N2\mathrm{N_2}는 병진 3 + 회전 2 = 5개 자유도만 살아 있어 CV52RC_V \approx \frac{5}{2}R이다. 진동 자유도(운동+퍼텐셜 2개)는 특성 온도가 3000 K대라 상온에서는 완전히 얼어 있고, 온도를 올리면 72R\frac{7}{2}R로 올라간다. 19세기에 이 “왜 진동은 안 세지는가”가 고전 통계역학의 대표적 미해결 문제였다.1
  • 자외선 파탄. 전자기장의 모드 하나하나에 kBTk_BT씩 배정하면 모드 수가 진동수 제곱으로 늘어나 총 에너지가 발산한다. 이게 레일리-진스 법칙이고, 흑체복사 스펙트럼과의 결정적 불일치가 양자 가설을 불러왔다. 즉 등분배 정리는 자기 자신의 실패로 양자역학을 낳은 셈이다.
  • 비조화 퍼텐셜. Ux4U \propto x^4 같은 항에서는 U=14kBT\langle U \rangle = \frac{1}{4}k_BT가 된다(일반형에 넣어 보면 xxU=4U=kBT\langle x \partial_x U\rangle = 4\langle U\rangle = k_BT). 열팽창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결정 퍼텐셜이 순수 이차형식이 아니라는 증거다.
  • 적분 범위 제한. 각도처럼 유한 구간에 갇힌 좌표, 또는 구속 동역학으로 묶여 버린 좌표는 애초에 자유도로 세지 않는다.

4. 비리얼 정리라는 사촌[편집]

일반형 xiH/xj=δijkBT\langle x_i \partial H/\partial x_j\rangle = \delta_{ij}k_BT에서 xix_i로 운동량을 넣으면 등분배가 나오고, 좌표를 넣으면 비리얼 정리가 나온다. qiH/qi=qiFi=kBT\langle q_i \partial H/\partial q_i \rangle = -\langle q_i F_i \rangle = k_BT이므로 전체를 더하면

iqiFi=3NkBT\left\langle \sum_i \mathbf{q}_i \cdot \mathbf{F}_i \right\rangle = -3N k_B T

가 되고, 여기에 벽이 주는 힘(경계 항)을 분리하면 곧바로 압력 식

pV=NkBT+13i<jrijfijp V = N k_B T + \frac{1}{3}\left\langle \sum_{i<j} \mathbf{r}_{ij} \cdot \mathbf{f}_{ij} \right\rangle

이 떨어진다. 첫 항이 이상기체, 둘째 항이 비리얼 압력 보정이다. MD 코드가 매 스텝 힘을 계산하면서 rijfij\mathbf{r}_{ij}\cdot\mathbf{f}_{ij}를 함께 누적해 두는 이유가 이것이며, 온도와 압력이 사실상 같은 정리의 두 얼굴이라는 점에서 구현이 한 루프 안에 들어간다. 주기경계조건 아래에서는 최소 이미지 규약에 맞춰 rij\mathbf{r}_{ij}를 잡아야 하고, 여기서 실수하면 온도는 멀쩡한데 압력만 이상한 전형적 증상이 나온다.

5. MD에서의 온도 — 자유도 세기가 전부다[편집]

시뮬레이션에서 등분배 정리의 실질적 쓸모는 온도의 조작적 정의를 준다는 데 있다. 운동에너지 K=i12mivi2K = \sum_i \frac{1}{2}m_i v_i^2의 각 항이 이차형식이므로

T=2KNfkBT = \frac{2K}{N_f k_B}

이고, 여기서 NfN_f실제로 살아 있는 자유도의 수다. 이 NfN_f를 잘못 세면 온도가 통째로 어긋나며, 계가 작을수록 오차 비율이 커진다.

  • 원자 NN개, 구속 없음, 병진 운동량 보존 → Nf=3N3N_f = 3N - 3. 총 운동량이 보존되어 무게중심 운동이 열운동에 기여하지 않으므로 3을 뺀다.
  • SHAKE/RATTLE 등으로 결합 길이 NcN_c개를 고정 → Nf=3NNc3N_f = 3N - N_c - 3. 강체 물 모형(예: TIP3P)은 분자당 3개 구속이 걸려 자유도가 확 줄어든다.
  • 주기경계조건 상자에서는 회전 대칭이 없으므로 회전 자유도 3은 빼지 않는다. 진공 클러스터 계산이라면 빼야 한다.

원자 3000개짜리 계에서 3-3을 빠뜨리면 오차가 0.1% 수준이라 대개 묻히지만, 물 분자 100개짜리 테스트 계에서 구속 자유도를 안 빼면 온도가 30%씩 틀어진다. “왜 목표 온도 300 K인데 220 K로 나오지?”의 8할은 NfN_f 오류다.

한 가지 더. 위 식이 주는 것은 순간 온도이고, 열역학적 온도는 그 시간 평균이다. 정준 앙상블에서 운동에너지는 자유도 NfN_f개의 카이제곱 분포를 따르므로 순간 온도의 상대 요동은

σTT=2Nf\frac{\sigma_T}{\langle T \rangle} = \sqrt{\frac{2}{N_f}}

이다. 원자 1000개면 약 2.6%, 원자 100개면 8%가 정상적인 요동이라는 뜻이다. 이걸 모르고 순간 온도를 목표값에 딱 붙이려 서모스탯을 세게 조이면, 정확히 그 요동을 인위적으로 죽이는 셈이라 열용량 같은 요동 기반 관측량이 통째로 틀어진다.

6. 플라잉 아이스 큐브[편집]

등분배가 시뮬레이션에서 극적으로 깨지는 유명한 사고가 플라잉 아이스 큐브(flying ice cube) 문제다. 속도를 균일하게 스케일링하는 서모스탯(베렌트센 계열)을 오래 돌리면, 수치 오차로 조금씩 새어 나온 무게중심 운동량이 계속 누적되는데 서모스탯은 총 운동에너지만 보므로 이를 열운동으로 착각해 내부 자유도의 에너지를 깎아 낸다. 결과적으로 계 전체는 통째로 날아가면서 내부는 얼어붙는다 — 온도계는 300 K를 가리키는데 구조는 얼음이 되는 것이다.2

대응은 단순하다. 주기적으로 무게중심 운동량을 0으로 재설정하고(대신 그만큼 NfN_f에서 3을 빼고), 균일 스케일링 대신 정준분포를 제대로 표본추출하는 서모스탯(노제-후버 체인, 랑주뱅, 속도 재추출 계열)을 쓴다. 등분배 정리는 여기서 진단 도구로도 쓰인다 — 병진·회전·진동 각 부분공간의 운동에너지를 따로 재서 전부 12Nf(α)kBT\frac{1}{2}N_f^{(\alpha)}k_BT 근처인지 확인하면, 에너지가 특정 모드에 몰려 있는지를 바로 잡아낼 수 있다.3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1. 켈빈이 1900년 강연에서 꼽은 “19세기 물리학 하늘의 두 조각 구름” 중 하나가 바로 이 비열 문제였다. 나머지 하나는 마이컬슨-몰리 실험. 두 구름은 각각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되었으니, 구름치고는 꽤 큰 것이었다.

  2. 이름은 Harvey, Tan & Cheatham (1998)의 논문에서 굳었다. 실제로 시각화하면 단백질 덩어리가 물 상자 안에서 통째로 한 방향으로 미끄러져 가는 게 보이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대개 “우주 공간이라 그런가” 하고 넘어간다.

  3. 이 진단은 공짜에 가깝고 한 줄이면 짜지는데도 잘 안 한다. 그러다 논문 리비전에서 리뷰어에게 “온도 정의에 쓴 NfN_f를 명시하라”는 코멘트를 받고 나서야 스크립트를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