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반데르발스 힘 van der Waals Force | |
|---|---|
| 분야 | 물리화학 × 분자동역학 × 콜로이드과학 |
| 세 성분 | 케솜(배향) · 디바이(유도) · 런던(분산) |
| 거리 의존 | 원자쌍 $-C_6/r^6$, 지연 영역 $-C_7/r^7$ |
| 거시적 기술 | 리프시츠 연속체 이론, 해머커 상수 |
| 계산상 지위 | LJ 12-6의 인력항 그 자체 |
화학 결합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힘. 그런데 이게 없으면 아르곤이 액체가 되지 않고, 도마뱀붙이는 천장에서 떨어지고, 힘장은 단백질을 접지 못한다.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은 전하도 화학 결합도 공유하지 않는 중성 분자 사이에 남아 있는 약한 정전기적 상호작용 전체를 묶어 부르는 이름이며, 거리가 멀 때 상호작용 에너지가 꼴로 감쇠하는 인력 성분들이 그 알맹이다. 이름은 실재 기체의 상태방정식에 인력 보정항 를 처음 집어넣은 요하너스 디데릭 판 데르 발스(1873)에서 왔다.1
한 덩어리처럼 불리지만 사실 성격이 다른 세 가지 기여가 우연히 같은 거리 의존성을 갖는 바람에 한 이름 아래 묶인 것이다. 셋을 구분하지 못하면 “왜 무극성 분자끼리도 끌어당기는가”, “왜 이 힘은 온도에 따라 어떤 건 변하고 어떤 건 안 변하는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없다.
2. 세 성분[편집]
| 성분 | 상호작용 상대 | 온도 의존 | 요구 조건 |
|---|---|---|---|
| 케솜(Keesom) 배향력 | 영구 쌍극자 ↔ 영구 쌍극자 | 로 감소 | 양쪽 다 극성 |
| 디바이(Debye) 유도력 | 영구 쌍극자 ↔ 유도 쌍극자 | 없음 | 한쪽만 극성이면 됨 |
| 런던(London) 분산력 | 순간 쌍극자 ↔ 유도 쌍극자 | 없음 | 조건 없음, 항상 존재 |
2.1. 케솜 배향력[편집]
두 영구 쌍극자가 고정되어 있다면 상호작용은 배향에 따라 인력도 반발도 된다. 그런데 열운동으로 자유롭게 회전하면서 볼츠만 가중으로 평균을 내면 인력 배향이 살짝 더 자주 나오므로, 남는 것은 인력이다.
분모에 가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온도가 오르면 열운동이 배향 선호를 뭉개서 인력이 약해진다. 이 성분만 유일하게 온도의 함수이며, 그래서 실험적으로 세 성분을 분리하는 고전적 방법이 유전율의 온도 의존성을 재는 것이었다.
2.2. 디바이 유도력[편집]
한쪽의 영구 쌍극자가 상대의 전자구름을 찌그러뜨려 유도 쌍극자를 만들고, 그 둘이 끌어당긴다.
여기서 는 분극률. 유도 쌍극자는 언제나 상대 쪽으로 정렬되므로 배향 평균을 해도 인력이 살아남고, 따라서 온도에 무관하다. 다만 크기가 대개 셋 중 가장 작다.
2.3. 런던 분산력[편집]
가장 보편적이고 대개 가장 큰 성분. 아르곤처럼 영구 쌍극자가 전혀 없는 원자끼리도 끌어당기는 이유가 이것 하나다. 전자 분포는 순간순간 요동치며, 원자 A의 순간 쌍극자가 만든 전기장이 B에 유도 쌍극자를 만들고, 두 요동이 상관되면서 평균 에너지가 내려간다. 2차 섭동론에서 나오는 결과라 음수가 보장된다 — 2차 섭동 보정은 바닥상태에서 항상 에너지를 낮추기 때문이다.
런던의 원래 근사식(두 개의 단일 진동수 드루드 진동자로 놓았을 때)은 이렇다.
는 이온화 에너지. 엄밀한 형태는 허수 진동수에서의 동적 분극률을 적분한 카시미르-폴더 공식이다.
이 식이 중요한 이유는 를 실제로 계산할 수 있는 처방이기 때문이다. 분산 보정의 D3 계수든 TS 방법이든, 결국 이 적분(또는 그 근사)에 원자별 분극률을 집어넣는 일이다.
3. 왜 6제곱인가, 그리고 언제 7제곱이 되는가[편집]
은 쌍극자-쌍극자 상호작용이 이고 그것이 2차 섭동론에서 제곱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나온다. 같은 논리로 쌍극자-사중극자 상관은 , 사중극자끼리는 항을 낳는다. 정확한 장거리 전개는 의 급수이며(다중극 전개와 같은 계보다), 실무에서 만 쓰는 것은 나머지가 훨씬 빨리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리가 아주 멀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요동 정보가 빛의 속도로 전달되므로, 두 원자의 거리가 특성 전이 파장 정도(대략 수십 nm)를 넘으면 A의 요동이 B에 도착했을 때 A는 이미 다른 상태다. 요동 상관이 깨지면서 인력이 더 빨리 감쇠하고, 지수가 하나 늘어 이 된다. 1948년 카시미르와 폴더가 양자전기역학으로 유도한 이 지연(retardation) 효과는 같은 해 카시미르가 발표한 두 금속판 사이의 카시미르 효과와 한 몸통이다.2
4. 거시적 물체 — 리프시츠 이론과 해머커 상수[편집]
원자쌍 퍼텐셜을 물체 부피 전체에 대해 이중 적분하면 거시적 물체 사이의 힘이 나온다. 1937년 해머커가 한 것이 이 방식이며, 결과가 해머커 상수 하나로 요약된다는 것이 요점이다. 두 평행 평판이 거리 만큼 떨어져 있을 때 단위면적당 상호작용 에너지는
이다. 원자 수준의 이 적분을 거치며 라는 훨씬 느린 감쇠로 바뀌는 것에 주목하자. 반데르발스 힘이 “단거리 힘”이라는 통념은 원자쌍 수준에서만 참이고, 마이크로미터 크기 입자 사이에서는 놀랍도록 멀리까지 살아 있다.
해머커식 적분에는 결함이 있다. 상호작용을 이체 가법적으로 가정했는데 응집상에서는 매질의 유전 응답이 서로를 가려서(screening) 가법성이 깨진다. 1955~56년 리프시츠는 아예 원자를 포기하고, 물체를 유전율 를 가진 연속체로 취급해 그 사이 전자기장의 영점 요동으로부터 힘을 유도했다. 여기서 해머커 상수는 세 매질(물체 1, 물체 2, 그 사이 매질 3)의 유전 스펙트럼으로부터 계산되는 유도량이 되고, 지연 효과도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리프시츠 이론의 재미있는 귀결 하나: 매질 3의 유전 응답이 1과 2 사이에 끼면 해머커 상수가 음수가 되어 반데르발스 힘이 반발이 된다. 액체 헬륨이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현상이나 얇은 액체막이 두꺼워지려는 경향이 이 부호로 설명된다.
5. 어디에 쓰이나[편집]
- 응집상의 존재 — 비활성 기체가 액화되고 고체가 되는 유일한 이유. 상전이를 논할 때 아르곤이 표준 시험대인 것도 상호작용이 순수 분산력뿐이라 깔끔하기 때문이다.
- 콜로이드 안정성 — 콜로이드 입자는 반데르발스 인력으로 뭉치려 하고 표면 전하의 전기 이중층 반발로 흩어지려 한다. 두 곡선을 더해 응집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데랴긴-란다우-페르베이-오버베이크, 즉 DLVO 이론이다. 페인트가 굳지 않고 우유가 분리되지 않는 이유가 이 줄다리기 안에 있다.
- 게코의 발바닥 — 도마뱀붙이 발가락의 강모(seta)는 끝이 수백 나노미터짜리 주걱(spatula) 수백 개로 갈라져 있다. 각각의 접촉 면적은 미미하지만 개수가 압도적이라 반데르발스 인력만으로 체중을 지탱한다. 접착제도 흡반도 아니고 정전기도 아니라는 것이 2000년대 초 실험으로 정리됐다.3
- 분자 인식 — 리간드가 결합 포켓에 들어맞을 때 접촉 면적이 커지면서 분산 인력이 축적된다. 분자 도킹 점수 함수에서 형상 상보성이 중요한 물리적 이유가 이것이다.
6. 시뮬레이션에서의 반데르발스[편집]
6.1. LJ 12-6이라는 타협[편집]
분자동역학 힘장에서 반데르발스 상호작용은 거의 예외 없이 레너드-존스 퍼텐셜로 들어간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인력항과 반발항의 신분이 다르다는 점이다.
- — 위에서 유도한 진짜 물리. 지수 6은 섭동론의 결과다.
- — 파울리 반발의 근사인데, 실제 반발은 전자구름 겹침에서 오므로 지수함수 감쇠가 옳다. 12를 쓰는 이유는 을 제곱하면 공짜로 얻어지기 때문이며, 물리가 아니라 계산 편의다. 그래서 고압·충돌 영역에서는 벽이 지나치게 가팔라 오차가 커지고, 버킹엄이나 본-마이어 형태의 지수 반발로 갈아탄다.
6.2. 결합 규칙과 컷오프[편집]
이종 원자쌍 파라미터는 대개 로렌츠-베르텔로 결합 규칙 , 로 만든다. 산술평균-기하평균 조합은 편리하지만 근거가 약해서, 혼합물의 임계 물성을 맞추려고 보정 계수 를 끼워 넣는 것이 화학공학 쪽 관행이다. OPLS 계열은 에도 기하평균을 쓰는 등 힘장마다 규칙이 다르므로, 파라미터를 힘장 사이에 옮길 때 결합 규칙이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컷오프 바깥으로 잘려나간 인력은 균일 밀도를 가정하고 밖을 적분해 되돌려주는 꼬리 보정(tail correction)으로 보상한다. 에너지에는 , 압력에는 비슷한 차수의 보정이 붙는데, 표면장력이나 기액 계면처럼 밀도가 불균일한 계에서는 이 가정이 깨진다. 표면장력 계산에서 컷오프 의존성이 악명 높은 이유가 여기 있다.
6.3. 가법성이 깨지는 지점[편집]
LJ는 순수 이체 퍼텐셜이지만 실제 분산력은 그렇지 않다. 세 원자가 함께 있을 때 나타나는 3차 항(악실로드-텔러-무토 삼중쌍극자 항)은 대개 인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들어오며, 압축된 비활성 기체 고체의 상태방정식을 정밀하게 맞추려면 빼놓을 수 없다. 응집상 힘장은 이런 다체 효과를 이체 파라미터에 미리 녹여 넣는 방식으로 우회한다. 기체상 이량체 에너지를 못 맞추는 대신 액체 물성을 맞추는 이 전략은 물 모형에서 특히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6.4. 양자화학에서[편집]
밀도범함수이론의 국소·준국소 범함수는 이 힘을 구조적으로 담지 못한다. 분산은 멀리 떨어져 겹치지 않는 두 전자밀도 사이의 비국소 상관인데, 국소 범함수는 한 점의 밀도(와 그 구배)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DFT로 분자간 상호작용을 다루면 분산 보정을 켜는 것이 사실상 의무다. 상호작용 에너지를 성분별로 쪼개 “이 결합의 몇 퍼센트가 분산인가”를 답하는 도구는 대칭적응 섭동론이며, 수소결합조차 분산 기여가 무시 못 할 몫이라는 사실이 그 분석에서 나왔다.
7. 관련 문서[편집]
- 레너드-존스 퍼텐셜 · 힘장 · 분자동역학
- 분산 보정 · 대칭적응 섭동론 · 물 모형
- 수소결합 · 전자 상관 · 밀도범함수이론
- 다중극 전개 · 상전이 · 표면장력
- 분자 도킹 · DLVO 이론 · 콜로이드 · 카시미르 효과
8. Footnotes[편집]
-
판 데르 발스의 박사논문(1873)은 기체와 액체가 같은 상태방정식의 두 얼굴이라는 주장이었고, 맥스웰이 이걸 읽고 “네덜란드어를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논문”이라 평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정작 노벨상은 36년 뒤인 1910년에야 받았다. ↩
-
카시미르가 이 문제에 뛰어든 계기는 콜로이드 회사(필립스 연구소)에서 “왜 실험한 콜로이드 인력이 이론보다 빨리 죽느냐”는 실무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민원이 양자장론의 고전이 된 흔치 않은 사례. 참고로 보어에게 상담했더니 “영점 에너지랑 관계있을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는 이야기가 카시미르 본인의 회고에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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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코 접착의 반데르발스 가설을 두고 한동안 “모세관 힘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는데, 습도를 극단적으로 낮춘 진공에 가까운 조건과 소수성·친수성 표면 양쪽에서 모두 붙는다는 실험으로 정리됐다. 다만 습도가 접착력을 어느 정도 보강한다는 후속 연구도 있어서, “반데르발스가 주역, 모세관이 조연”이 현재의 절충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