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상전이(phase transition)는 온도·압력·자기장 같은 제어변수를 매끄럽게 바꾸는데도 계의 거시 상태가 어느 지점에서 비해석적(non-analytic)으로 급변하는 현상이다. 물이 100 ℃에서 끓고, 철이 퀴리점 1043 K에서 자성을 잃고, 헬륨이 2.17 K에서 초유체가 되는 그 지점들. 시뮬레이션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상전이가 성가신 이유는 명확하다 — 거기서 상관길이가 발산하면서 유한한 격자와 유한한 표본이 전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핵심 개념 셋만 먼저 박아두자. 질서변수(order parameter)는 무질서상에서 0, 질서상에서 0이 아닌 거시량이다(강자성체의 자화 , 액체-기체의 밀도차 , 초전도체의 갭 함수). 상관길이 는 요동이 서로 기억하는 거리다. 그리고 임계점은 가 되는 곳이다. 여기서는 상전이의 일반론에 집중하고, 구체 모형은 이징 모형 문서로 넘긴다.
2. 1차냐 2차냐 — 에렌페스트 분류와 그 현대판[편집]
에렌페스트의 원래 정의는 “자유에너지 의 차 도함수가 처음으로 불연속이면 차 전이”였다. 지금은 실용적으로 둘로만 나눈다.
- 1차 전이: 질서변수가 점프한다. 자유에너지의 1차 도함수(엔트로피·부피)가 불연속이므로 잠열이 있고, 두 상이 공존하며, 준안정 상태와 이력(과냉각·과열)이 생긴다. 물의 끓음, 대부분의 응고, 1차 구조전이.
- 연속 전이(2차 전이): 질서변수가 임계점에서 연속적으로 0으로 간다. 잠열이 없고 가 발산하며, 그 대가로 감수율·비열 같은 2차 도함수가 발산한다. 강자성 퀴리점, 액체-기체 임계점, 람다 전이.
시뮬레이션에서 둘을 구분하는 표준 수법은 에너지 히스토그램이다. 1차 전이에서는 전이온도 근처에서 가 두 봉우리로 갈라지고 그 사이 골이 계 크기에 지수적으로 깊어진다(계면 자유에너지 때문). 연속 전이에서는 봉우리 하나가 넓어질 뿐이다. 이 봉우리 사이 골 때문에 1차 전이에서는 단순 몬테카를로 방법이 한쪽 상에 갇혀버려서, 다정준(multicanonical)·왕-란다우 표본추출이나 병렬 템퍼링이 필요해진다.
3. 임계지수와 보편성[편집]
연속 전이 근처에서 물리량들은 환산온도 의 멱법칙을 따른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이 지수들이 물질의 세부사항에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격자 구조, 상호작용의 정확한 형태, 원자가 무엇인지 — 다 상관없다. 지수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공간 차원 와 질서변수의 대칭성(성분 수), 그리고 상호작용의 도달거리뿐이다. 같은 지수 집합을 공유하는 계들의 모임을 보편성 부류(universality class)라 한다. 액체-기체 임계점과 단축 강자성체가 같은 3D 이징 부류에 속한다는 사실은 처음 들으면 사기 같지만, 실험으로 확인된 이야기다.1
| 계 | |||
|---|---|---|---|
| 평균장(란다우) | 1/2 | 1 | 1/2 |
| 2D 이징(온사거) | 1/8 | 7/4 | 1 |
| 3D 이징(수치·부트스트랩) | 0.32642 | 1.2371 | 0.62997 |
지수들은 독립이 아니다. 러시브룩 , 위덤 , 피셔 , 그리고 초스케일링 가 성립한다. 초스케일링은 에서 깨진다 — 그 위에서는 평균장 지수가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4. 란다우 이론과 왜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가[편집]
란다우는 질서변수 이 작다는 가정하에 자유에너지를 대칭성이 허용하는 항으로 전개했다.
면 이 유일한 최솟값, 면 두 개로 갈라진다. 즉 연속 상전이는 자유에너지 지형에서 일어나는 초임계 갈래 분기다 — 이 관점의 일반론은 분기 이론 문서를 참고. 이면 6차항까지 필요해지고 전이는 1차가 된다.
란다우 이론은 그림을 정확하게 그려주지만 지수를 틀리게 준다(). 이유는 요동을 무시했기 때문이며, 긴즈부르크 판정법에 따르면 요동이 무시 가능한 것은 상부 임계차원 위에서뿐이다. 3차원 현실에서는 요동이 지배적이라, 정확한 지수를 얻으려면 재규격화군이나 몬테카를로 방법이 필요하다. 참고로 2차원 XY 모형처럼 연속 대칭이 있는 경우 머민-바그너 정리에 의해 유한온도 질서 자체가 금지되며, 대신 소용돌이 쌍 풀림에 의한 BKT 전이라는 무한차 전이가 일어난다.
5. 유한 격자에서 를 잡아내는 법[편집]
유한한 격자 에서는 가 을 넘을 수 없으므로 발산이 둥근 봉우리로 잘린다. 이 잘림을 버그가 아니라 측정 도구로 쓰는 것이 유한크기 스케일링이다. 감수율은
형태를 가지므로, 여러 의 곡선을 대 로 다시 그렸을 때 하나로 겹쳐지는(data collapse) 조합이 답이다.
가장 실전적인 도구는 비너(Binder) 누적률이다.
에서 이 가우시안이므로 , 에서 두 델타함수라 로 간다. 그런데 정확히 에서는 가 (선행 차수에서) 에 무관해진다. 따라서 여러 의 곡선을 겹쳐 그리면 한 점에서 교차하고, 그 교차점의 가로좌표가 다. 지수를 몰라도 를 먼저 뽑을 수 있다는 게 이 방법의 강점.2
6. 임계 감속과 클러스터 알고리즘[편집]
임계점에서 시뮬레이션이 느려지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물리다. 마르코프 연쇄의 자기상관시간은
로 발산하며, 이를 임계 감속(critical slowing down)이라 한다.3 단일스핀 뒤집기(메트로폴리스·글라우버)의 동역학 지수는 2D 이징에서 이다. 격자 변을 2배로 키우면 독립 표본 하나 뽑는 데 스윕이 약 배 더 든다. 스윕 자체도 배 비싸지므로 총 비용은 — 격자를 키울수록 통계가 급격히 가난해진다.
탈출구는 클러스터 알고리즘이다. 스핀 하나가 아니라 상관된 덩어리를 통째로 뒤집는다.
- 스윈센-왕(1987): 포투인-카스텔레인 표현을 써서 같은 방향 이웃 사이에 확률 로 결합을 놓고, 만들어진 모든 클러스터를 각각 독립적으로 무작위 뒤집는다.
- 울프(1989): 무작위 시드에서 클러스터 하나만 키워 무조건 뒤집는다. 구현이 더 간단하고 큰 클러스터를 선호해 보통 더 효율적이다.
두 알고리즘 모두 상세균형을 만족하면서 를 극적으로 낮춘다(2D 이징 울프 알고리즘에서 ). 다만 만능은 아니다 — 좌절(frustration)이 있는 스핀글라스나 외부장이 있는 계에서는 클러스터가 격자를 통째로 삼키거나 결합 규칙이 무너져서, 다시 병렬 템퍼링 같은 확장 앙상블 기법으로 돌아가야 한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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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얘기를 들으면 “물이랑 자석이 같은 지수라고요?”라는 반응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렇다. 임계점에서는 계가 세부사항을 다 잊어버리고 대칭성과 차원만 기억한다. 재규격화군은 이 망각 과정을 흐름으로 정식화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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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교차점 자체에도 보정항이 있어서 쌍마다 교차점이 조금씩 흘러간다. 논문 쓸 거면 쌍의 교차점을 에 대해 외삽하자. 리처드슨 외삽법과 정신이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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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 감속은 다중격자법이 푸는 문제와 정확히 같은 병이다. 국소 갱신만으로는 장파장 오차/요동이 안 죽는다. 클러스터 알고리즘은 통계역학판 다중격자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