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보스-허바드 모형 Bose-Hubbard Model | |
|---|---|
| 자유도 | 격자 자리마다 보손 개수 $n_i=0,1,2,\dots$ (상한 없음) |
| 매개변수 | 터널링 $J$ · 현장 반발 $U$ · 화학퍼텐셜 $\mu$ |
| 제안 | 피셔·바이크만·그린스타인·피셔 (1989) |
| 실현 | 약슈 외 제안 (1998) → 그라이너 외 관측 (2002) |
| 주인공 | 초유체 ↔ 모트 절연체 양자상전이 |
| 평균장 임계점 | $(U/zJ)_c=2n+1+2\sqrt{n(n+1)}$ — $n=1$ 에서 $3+2\sqrt2$ |
| 수치 | QMC(부호 문제 없음) · DMRG · 거츠빌러 평균장 · 정확 대각화 |
페르미온은 부호 문제로 막혀 있고, 스핀 모형은 개수 자유도가 없다. 보손을 격자에 올리면 둘 다 피하면서 진짜 양자상전이가 나온다. 그래서 이 모형이 강상관 물리의 훈련장이 됐다.
보스-허바드 모형(Bose-Hubbard model)은 격자 위를 뛰어다니는 보손이 같은 자리에서 만날 때만 반발하는, 상호작용 보손계의 최소 모형이다. 해밀토니안은 세 항이 전부다.
는 자리 의 보손 생성·소멸 연산자, 다. 첫 항은 퍼지려는 운동에너지, 둘째 항은 뭉치지 말라는 반발, 셋째 항은 개수를 조절하는 손잡이. 운동에너지와 상호작용의 경쟁이라는 강상관 물리의 원형이 이보다 단순하게 쓰일 수 없다.
1989년 피셔 등이 초유체-절연체 전이의 일반론을 세우며 제시했고, 1998년 약슈·촐러 등이 광격자에서 이 해밀토니안이 거의 그대로 구현된다는 것을 보였으며, 2002년 그라이너 등이 실제로 관측했다. 종이 위의 장난감 모형이 14년 만에 실험 장치가 된 드문 사례다. 페르미온 판인 모트 절연체 쪽 이야기와는 무대가 다르니 섞지 말 것 — 아래 「페르미온 모트와 무엇이 다른가」 절에서 따로 정리한다.
2. 두 극한[편집]
의 양 끝은 계산 없이도 읽을 수 있다.
(초유체). 상호작용이 없으면 모든 보손이 최저 블로흐 상태에 들어간다. 바닥상태는 전 격자에 걸친 결맞은 상태
이고, 자리마다 개수가 푸아송 분포로 요동치는 대신 위상이 정해진다. 들뜸은 무갭 음파 모드고 압축률이 유한하다.
(모트 절연체). 뛰지 못하면 각 자리의 개수가 로 결정되는 정수 에 고정된다. 바닥상태는 곱상태
이고, 개수 요동이 0인 대신 위상이 완전히 불확정하다. 입자 하나를 옮기려면 한 자리를 로 만들어야 하니 만큼의 에너지가 든다 — 갭이 열린다. 화학퍼텐셜을 조금 움직여도 밀도가 안 변하므로 압축률 가 정확히 0이다.
개수와 위상이 정준 켤레라는 것이 이 대비의 핵심이다. 이므로 하나를 확정하면 다른 하나가 흐려진다. 두 상은 그 불확정성 관계의 양 끝에 앉아 있는 셈이고, 전이는 어느 쪽을 확정할지를 계가 바꾸는 사건이다.
3. 거츠빌러 평균장과 모트 로브[편집]
전이점을 잡는 가장 싼 방법은 호핑 항을 풀어 쓰는 것이다. 질서변수 를 도입하고
로 근사하면(이것이 거츠빌러 근사의 실체다), 격자 문제가 자리 하나짜리 해밀토니안으로 줄어든다. 배위수를 라 하면
이면 초유체, 이면 모트다. 전이점은 에 대한 2차 섭동론으로 바로 나온다. 바닥상태 에너지를 로 전개하면 의 부호가 뒤집히는 곳이 경계이고, 조건은
가 된다. 두 항이 각각 입자 하나를 더 넣는 비용과 구멍 하나를 만드는 비용의 역수다. 이 식을 에 대해 풀면 평면에서 각 정수 마다 혀처럼 생긴 닫힌 영역이 나오는데, 이것이 유명한 모트 로브다.
로브의 끝점은 판별식이 0이 되는 곳이고, 계산하면
이다(두 표현이 서로 역수인 것은 이기 때문). 에서 이고, 이 커지면 로 로브가 빠르게 쪼그라든다. 채움이 클수록 보손이 서로를 밀어내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며, 실험에서 트랩 중심의 높은 채움 영역이 먼저 초유체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로브 안과 로브 끝은 다른 전이다[편집]
같은 경계를 넘는데 지나는 지점에 따라 임계 거동이 다르다. 이것이 이 모형의 가장 교육적인 대목이다.
- 로브 옆구리를 가로지르는 경우(일반 전이). 를 바꾸면서 넘으므로 밀도가 변한다. 입자나 구멍이 묽게 생겨나는 과정이라 묽은 보스 기체 부류에 속하고, 동역학 지수가 이며 평균장이 3차원 이상에서 사실상 정확하다.
- 로브 끝을 통과하는 경우(고정 정수 채움). 밀도가 고정된 채로 전이하므로 입자와 구멍이 대칭적으로 생긴다. 유효 이론이 상대론적이 되어 이고, 보편성 부류가 차원 XY 모형이다.
후자가 진짜 양자임계점이다. 2차원이면 3차원 XY, 1차원이면 2차원 XY — 그리고 2차원 XY 는 코스털리츠-사울레스 전이다. 즉 1차원 보스-허바드의 로브 끝은 BKT 전이이며, 갭이 같은 거듭제곱이 아니라 본질적 특이성 로 열린다. 평균장은 이 구조를 정성적으로도 못 잡는다.
숫자로 보면 참혹하다.
| 차원 | 배위수 | 평균장 | 정확한 값 | 오차 |
|---|---|---|---|---|
| 3D 정육면체 | 6 | 34.97 | 29.34 (QMC) | +19% |
| 2D 정사각 | 4 | 23.31 | 16.74 (QMC) | +39% |
| 1D 사슬 | 2 | 11.66 | 약 3.3 (DMRG) | +250%, 게다가 부류 자체가 틀림 |
평균장은 언제나 전이를 늦게 본다. 요동을 통째로 빼먹었으니 질서상이 과대평가되는 것이고, 차원이 낮을수록 요동의 몫이 커지니 오차도 커진다. 평균장이 왜 저차원에서 실패하는가를 보여 주는 표준 예제로 이만한 것이 없다.
5. 광격자 실험[편집]
이 모형이 유명해진 결정적 계기는 2002년 그라이너 등의 실험이다. Rb 응축체를 3차원 광격자에 얹고 레이저 세기를 올리면 터널링 가 지수적으로 죽고 현장 반발 는 완만히 커지므로, 레이저 노브 하나로 를 몇 자릿수 훑는다.
관측 신호가 우아하다. 격자를 끄고 자유 팽창시킨 뒤 흡수 영상을 찍으면 위상 결맞음이 있는 초유체는 브래그 조건을 만족하는 선명한 간섭 봉우리를 보이고, 모트 쪽으로 넘어가면 봉우리가 사라진다. 다시 얕게 하면 되살아난다 — 가역적이므로 결어긋남에 의한 파괴가 아니라 진짜 상전이라는 증거다. 격자 깊이와 의 대응, 와니에 함수로 를 계산하는 방법 등 실험 쪽 각론은 광격자 문서에 있다.
실험을 이론과 비교할 때 반드시 걸리는 함정이 트랩이다. 실제 계는 균일 격자가 아니라 조화 퍼텐셜이 얹혀 있어 국소 화학퍼텐셜이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떨어진다. 그래서 상도의 수직선을 따라 여러 상이 동시에 존재한다 — 중심에 모트, 그 바깥에 초유체 껍질, 다시 모트, 다시 초유체. 이 “웨딩 케이크” 구조가 양자기체 현미경으로 직접 촬영되면서 국소밀도근사가 잘 듣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뒤집어 말하면 트랩을 무시하고 균일계 계산을 실험 데이터에 그대로 맞추면 틀린다.
6. 수치적으로 푸는 법[편집]
정확 대각화. 가장 정직하지만 힐베르트 공간이 사납다. 보손은 자리당 개수 상한이 없어 로 잘라야 하고, 자리에 개 보손이면 차원이 이다. 자리 20개 근처가 한계. 다만 작은 계의 정답을 주므로 다른 방법의 검산에 계속 쓰인다.
양자 몬테카를로. 이 모형의 주력이자, 보손계의 특권이 드러나는 곳이다. 호핑 항의 비대각 행렬요소가 로 전부 음수이므로 를 전개했을 때 나오는 경로 가중치가 전부 양수다. 즉 부호 문제가 없다. 웜 알고리즘이나 확률급수전개(SSE)를 쓰면 수천 자리 격자를 유한온도에서 돌릴 수 있고, 위 표의 29.34 와 16.74 가 그렇게 나온 값이다. 페르미온이었다면 같은 정밀도는 꿈도 못 꾼다.
DMRG·텐서망. 1차원에서는 DMRG가 사실상 정확하다. BKT 전이의 지수적으로 느린 열림을 잡아내려면 유한 크기 스케일링을 아주 조심해서 해야 하고, 문헌의 1차원 임계점이 3.3 근처에서 수렴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가 그것이다. 텐서 네트워크 계열은 2차원으로도 확장되지만 얽힘 면적법칙이 불리해진다.
거츠빌러·시간 의존 계산. 상도의 얼개를 훑거나 트랩이 있는 큰 계의 밀도 분포를 빠르게 얻을 때는 자리별 거츠빌러 파동함수를 자기일관으로 푸는 것이 여전히 표준이다. 격자 깊이를 시간에 따라 바꾸는 램프 동역학은 1차원이면 TEBD, 그 이상이면 시간 의존 거츠빌러로 다룬다. **“얼마나 천천히 램프해야 단열인가”**가 실험 설계에 직결되는 질문인데, 임계점 근처에서 갭이 닫히므로 원리적으로 완전한 단열이 불가능하다는 것(키블-주렉)이 답의 일부다.
수치 실무의 잔소리 하나. 절단은 무해해 보이지만 초유체 쪽에서 위험하다. 개수 요동이 푸아송이라 꼬리가 두껍고, 를 작게 잡으면 반발을 인위적으로 키운 것과 같아서 임계점이 엉뚱하게 나온다. 를 늘려 가며 수렴을 확인하는 것이 격자 수렴 지수 검사와 같은 위상의 필수 절차다.
7. 페르미온 모트와 무엇이 다른가[편집]
이름이 닮아서 자주 섞이는데, 보스-허바드의 모트 절연체와 모트 절연체 문서의 그것은 다른 물건이다.
| 보스-허바드 | 페르미-허바드 | |
|---|---|---|
| 입자 | 보손. 한 자리에 여럿 | 페르미온. 스핀 포함 자리당 최대 2개 |
| 절연체가 되는 조건 | 채움이 정수 + 큼 | 반채움 + 큼 |
| 절연체의 남은 자유도 | 없음. 유일한 곱상태 | 스핀. 자리마다 위아래 두 가지 |
| 그래서 생기는 것 | 없음 | 초교환 → 반강자성 |
| 밴드 이론과의 관계 | 애초에 무관(보손엔 페르미면이 없다) | 밴드 이론이 금속이라고 틀리게 예측 |
| QMC 부호 문제 | 없음 | 반채움 밖에서 심각 |
특히 마지막 두 줄이 결정적이다. 「밴드 이론의 실패」라는 모트 절연체 개념의 알맹이가 보손에는 아예 적용되지 않으며, 스핀 자유도가 없으니 반강자성도 초교환도 없고, 따라서 도핑해도 고온초전도 비슷한 것이 나오지 않는다. 공유하는 것은 “상호작용이 이기면 국소화된다”는 발상뿐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8. 여담[편집]
- 이 모형에 무질서를 얹으면 초유체와 모트 사이에 보스 글라스라는 제3의 상이 끼어든다. 압축률은 유한한데 초유체는 아닌 이상한 상이다. 피셔 등의 1989년 논문이 유명해진 진짜 이유가 이 상의 예측이었고, 나중에 “초유체와 모트가 직접 맞닿을 수 없다”는 포함 정리 형태로 정교해졌다. 앤더슨 국소화의 상호작용 버전이라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 보손이라 부호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이 모형을 알고리즘 개발의 표준 시험대로 만들었다. 새 QMC 기법이 나오면 일단 여기서 29.34 를 재현하는지 본다. 검증할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산이다.1
- 정수 채움이 아니면 아무리 를 키워도 모트가 안 된다. 반 자리가 남으면 그 구멍이 공짜로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모트가 안 나와요”의 상당수가 물리가 아니라 원자 수 조절 실패다.2
- 위상 자유도가 없는 모트 상태를 두고 “결맞음이 없다”고 말하는데, 정확히는 격자 전체에 걸친 위상 결맞음이 없다는 뜻이다. 각 자리 안의 양자역학은 멀쩡히 살아 있고, 실제로 자리마다 정확히 개가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히 양자역학적인 상태다. 이 성질을 이용해 모트 상태를 양자 정보 처리의 초기 자원(자리마다 원자 하나짜리 레지스터)으로 쓰자는 것이 냉원자 양자컴퓨팅의 출발점이다.3
9. 관련 문서[편집]
- 광격자 ·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 와니에 함수 · 블로흐 정리
- 모트 절연체 · 상전이 · 재규격화군 · 코스털리츠-사울레스 전이
- 양자 몬테카를로 · 부호 문제 · DMRG · 텐서 네트워크
- 이징 모형 · 앤더슨 국소화 · 힐베르트 공간 · 상관함수
- 마르코프 연쇄 몬테카를로 · 양자 얽힘 · 계산물리
10. Footnotes[편집]
-
반대로 말하면 이 모형에서 잘 듣는다고 페르미온에서도 될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웜 알고리즘이 보손계를 평정한 뒤에도 페르미온 쪽은 여전히 막혀 있다. 어려움의 근원이 알고리즘이 아니라 가중치의 부호이기 때문이다. ↩
-
냉원자 실험에서 원자 수는 매 샷마다 몇 % 씩 흔들린다. 그래서 “정수 채움”은 트랩 중심에서 국소적으로만 성립하고, 그 영역이 충분히 커야 신호가 보인다. 논문의 예쁜 웨딩 케이크 사진 뒤에는 조건을 맞추는 수백 번의 반복이 있다. ↩
-
그리고 이 발상에는 아름다운 반전이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재미없는 상」이라고 배운 모트 절연체가, 알고 보니 자리마다 원자가 정확히 하나씩 놓인 완벽한 배열이라는 점에서 가장 쓸모 있는 초기 상태였다. 물리에서 지루함과 유용함이 이렇게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