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상사법칙 Law of Similitude | |
|---|---|
| 세 단계 | 기하 상사 → 운동학 상사 → 동역학 상사 |
| 성립 조건 | 지배 무차원수가 모형과 실물에서 같을 것 |
| 현실 | 전부 맞추는 것은 대개 불가능 |
| 자유표면 | 프루드 상사 채택, 마찰은 계산 보정 |
| 탄성 구조 | 코시 수 추가 → 모형 재료가 λ배 물러야 함 |
| 못 맞춘 대가 | 축척 효과(scale effect) |
큰 것을 못 만들겠으면 작게 만들어라. 단, 작아진 것이 무엇을 배신하는지는 알고 있어라.
상사법칙(law of similitude, similarity law)은 크기가 다른 두 물리계가 같은 현상을 보이기 위한 조건, 그리고 그 조건 아래에서 한쪽의 계측값을 다른 쪽으로 환산하는 규칙이다. 축소 모형으로 실물을 예측하는 모형실험의 존재 근거이자, 실험 데이터를 무차원 좌표에 모아 한 줄로 정리하는 상관식의 근거이기도 하다.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끝난다 — 지배 방정식과 경계조건을 무차원화했을 때 남는 계수(= 무차원수)가 모두 같으면, 무차원화된 해는 같다. 문제는 이 조건이 거의 언제나 과잉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의 상사법칙은 “어떻게 다 맞출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의 기술이다.1
2. 세 단계의 상사[편집]
- 기하 상사(geometric similarity). 모든 대응 길이의 비가 같은 축척비 다. 여기엔 흔히 잊히는 항목들이 딸려 온다 — 표면 조도, 틈새, 모서리 반경, 부착물. 실선 표면의 도장 요철을 축척비로 줄이면 나노미터가 되므로 아무도 못 만들고, 그래서 모형은 일부러 매끈하게 만들고 조도는 나중에 식으로 더한다. 기하 상사는 이미 이 지점에서 깨져 있다.
- 운동학 상사(kinematic similarity). 대응점에서 속도 벡터의 방향이 같고 크기 비가 일정하다. 결과적으로 유선 패턴이 닮는다. 시간 축척이 여기서 정해진다.
- 동역학 상사(dynamic similarity). 대응점에서 작용하는 각 종류의 힘(관성·점성·중력·압력·표면장력·탄성)의 비가 같다. 힘의 비가 곧 무차원수이므로, 동역학 상사 = 모든 관련 무차원수 일치다.
앞 단계가 성립해야 뒤 단계가 의미를 갖는다는 위계가 있다. 유선이 안 닮았는데 힘의 비만 맞춰 봐야 소용없다.
무차원수를 뽑아내는 절차 자체(차원 해석과 버킹엄 파이 정리)는 무차원수 문서가 다루므로 여기서 반복하지 않는다. 이 문서의 관심은 뽑아 놓은 무차원수들이 서로 싸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다.
3. 프루드 상사와 그 환산표[편집]
자유표면이 있는 문제 — 배, 파도, 하천, 슬로싱 — 에서는 중력파가 현상을 지배하므로 프루드 수를 맞춘다.
중력가속도는 양쪽에서 같다(원심분리기를 쓰지 않는 한). 여기서 나머지 물리량의 축척이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 물리량 | 실선/모형 비 | 비고 |
|---|---|---|
| 길이 | 정의 | |
| 속도 | 모형이 느리다 | |
| 시간·주기 | 모형이 빠르게 흘러간다 | |
| 진동수 | ||
| 가속도 | 중력을 못 바꾸니까 | |
| 힘·무게 | 같은 밀도 기준 | |
| 압력·응력 | ||
| 모멘트 | ||
| 동력 |
인 모형에서 1초는 실선의 5초이고, 모형에서 잰 1 N 은 실선의 15.6 kN 이다. 가속도 비가 1이라는 항목이 은근히 중요하다 — 모형에서 잰 수직가속도는 실선에서도 같은 g 값이므로, 승선감·화물 안전 판정을 모형에서 직접 읽을 수 있다.
4. 근본 충돌 — 프루드와 레이놀즈[편집]
같은 유체를 쓰면서 레이놀즈수까지 맞추려면 이어야 하는데, 프루드는 을 요구한다. 두 요구가 양립하려면
인 유체가 필요하다. 면 물보다 125배 묽은 액체다. 존재하지 않는다.
이 충돌의 해결책 — 저항을 마찰과 조파로 쪼개어 각각 레이놀즈수와 프루드수의 함수로 두는 프루드 가설, ITTC-1957 상관선, 형상계수 , ITTC-1978 확장 절차 — 는 예인수조가 상세히 다룬다. 여기서는 구조만 기억하면 된다. 맞출 수 있는 무차원수는 실험으로 맞추고, 못 맞추는 것은 그 효과를 따로 모형화해 계산으로 갈아 끼운다. 이 패턴은 조선에 국한되지 않고, 아래 모든 사례에서 형태만 바꿔 반복된다.
못 맞춘 무차원수 때문에 모형과 실물의 무차원 응답이 달라지는 것을 축척 효과(scale effect)라 부른다. 축척 효과는 오차가 아니라 체계적 편향이라, 반복 실험으로 줄일 수 없고 오직 모형화로만 보정된다. 여기가 상사법칙의 진짜 전선이다.
5. 다른 축들 — 무엇을 더 못 맞추는가[편집]
5.1. 표면장력 — 웨버 수[편집]
는 프루드 상사 아래서 로 작아진다. 즉 모형에서는 표면장력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세다. 결과는 구체적이다. 짧은 파(대략 파장 2 cm 이하)는 중력파가 아니라 표면장력파가 되어 분산 관계 자체가 다르고, 물보라와 기포의 크기·거동이 안 닮으며, 계면이 깨져야 할 곳에서 안 깨진다. 활주정 스프레이나 슬래밍 의 기포 혼입이 축소 모형에서 특히 못 미더운 이유다. 대책은 사실상 “모형을 충분히 크게 만든다” 하나뿐이며, 이것이 수조의 축척비 상한을 정하는 숨은 제약이다.
5.2. 압력과 캐비테이션 — 캐비테이션 수[편집]
프루드 상사에서 분모는 배 작아지는데 분자의 대기압은 그대로다. 따라서 모형의 캐비테이션 수는 실선보다 배 커진다 — 모형에서는 캐비테이션이 일어나야 할 곳에서 안 일어난다. 해결책은 정면돌파다. 수조나 터널의 기압을 배 낮춘 감압 시설을 쓰거나(감압 예인수조), 프루드를 포기하고 캐비테이션 수와 레이놀즈수를 맞추는 전용 시설(캐비테이션 터널)을 쓴다. 하나의 시설이 모든 상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시험이 시설별로 쪼개지는 대표 사례다.
5.3. 압축성 — 마하 수 대 레이놀즈 수[편집]
풍동에서는 마하수를 맞추는 순간 속도가 고정되고, 그러면 레이놀즈수는 로만 조절 가능하다. 모형이 작아 이 이미 손해이므로 남은 손잡이는 밀도와 점성계수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압 풍동(밀도를 올린다)과 극저온 풍동(질소를 −170 °C 급으로 냉각해 밀도는 올리고 점성계수는 내린다)이다. 극저온 풍동은 같은 크기 모형으로 레이놀즈수를 한 자릿수 이상 끌어올린다. **“상사를 맞추기 위해 시설의 온도까지 바꾼다”**는, 축척 효과와의 싸움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는 사례.
5.4. 탄성 구조 — 코시 수[편집]
구조가 유동 하중에 유의미하게 변형되면(유탄성) 관성 대 탄성의 비인 코시 수 가 추가된다. 프루드와 동시에 맞추면
즉 모형 재료의 탄성계수가 실물의 이어야 한다. 강재 선박의 1/50 모형이라면 탄성계수 4 GPa 급 재료가 필요한 셈이라, 실무에서는 통짜 모형 대신 분절 모형 + 탄성 백본 — 선체를 몇 조각으로 자르고 계산된 강성의 보로 이어 붙여 굽힘 강성만 상사시키는 방식 — 을 쓴다. 휘핑·스프링잉 계측 모형이 하나같이 몸통이 잘려 있는 이유다. 국부 판 응답까지 상사시키는 건 포기한다.
5.5. 중력이 하중인 문제 — 원심 모형[편집]
흙이나 암반처럼 자기 무게가 곧 주 하중인 구조에서는 응력 상사에 가 들어온다. 축소하면 응력이 배 작아져 재료의 비선형 거동이 통째로 달라진다. 지반공학이 택한 해법은 무차원수 대신 중력을 바꾸는 것이다. 1/n 모형을 g 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에 넣으면 응력장이 실물과 같아진다. 상사법칙에서 ” 는 상수”라는 전제를 돈으로 깨 버린 유일한 계열.2
5.6. 열전달[편집]
형태의 강제대류 상관식은 결국 상사법칙의 산물이다. 자연대류로 가면 그라스호프 수 가 지배하는데, 같은 유체로 을 맞추려면 이라 축척비가 조금만 커져도 온도차가 우스운 값이 된다. 열전달 해석에서 축소 모형 실험이 유체역학만큼 흔하지 않은 이유다.
6. 왜곡 모형과 부분 상사[편집]
전부 못 맞출 때 쓰는 정직한 타협이 둘 있다.
- 왜곡 모형(distorted model). 하천·하구·항만 수리 모형은 수평 축척과 연직 축척을 다르게 준다. 수평 1/500, 연직 1/50 같은 식이다. 상사대로 연직도 1/500 로 줄이면 수심이 수 mm 가 되어 점성과 표면장력이 지배하고 흐름이 층류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기하 상사가 깨졌으므로 경사·조도·확산 계수를 실측으로 튜닝해야 하고, 이 모형은 예측 도구라기보다 보정된 아날로그 계산기에 가깝다.3
- 부분 상사(partial similitude). 지배적인 무차원수 하나만 맞추고 나머지는 임계값 위로만 올려 둔다. 레이놀즈수가 충분히 크면 항력계수가 레이놀즈수에 둔감해지는 자기상사(self-similar)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 안에만 들어가면 정확히 못 맞춰도 된다. 각진 물체의 풍동 시험이나 완전난류 관유동이 이 논리를 쓴다. 위험은 실물이 자기상사 영역인데 모형이 아직 아닌 경우이고, 그래서 난류 천이를 강제하는 촉진장치를 붙인다(모형실험 참조).
7. 수치해석과 상사법칙[편집]
CFD 는 상사법칙의 소비자이자 그 한계를 깨는 도구다.
- 무차원화는 계산의 기본 위생이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대표 길이·속도로 무차원화하면 점성항 앞에 가 붙는다. 변수들이 근처에 모이므로 부동소수점 소거 오차가 줄고, 수렴 판정 문턱을 물리 단위와 무관하게 정할 수 있다.
- CFD 에는 축척 효과가 없다 — 원리적으로는. 실선 레이놀즈수를 그대로 넣고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수치해석의 결정적 이점이고, 실제로 가 정말 레이놀즈수에 무관한지 같은 질문은 모형 스케일과 실선 스케일을 같은 코드로 풀어 비교하는 방식으로만 답할 수 있다. 다만 대가는 있다. 실선 레이놀즈수에서는 경계층이 극단적으로 얇아 벽함수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면 축척 효과가 격자 의존성과 난류 모델링 오차로 모습을 바꿔 되돌아온다. 축척 효과가 사라진 게 아니라 모델 오차로 이사한 것이다.
- 일부 수치기법은 자체 상사 제약을 갖는다. 격자 볼츠만 방법은 비압축 유동을 풀 때도 격자 마하수를 작게 유지해야 하고, 완화시간과 레이놀즈수·격자 해상도가 한 식으로 묶여 있어 “물리 상사”와 “수치 상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파라미터 창을 찾아야 한다. 입자법에서도 무차원 시간간격과 음속 설정이 같은 역할을 한다.
- 스케일 불변성이라는 더 깊은 사촌. 임계 현상에서 상관길이가 발산할 때 계가 축척에 대해 불변이 되는 성질은 재규격화군이 다루는 주제다. 상사법칙이 “두 크기를 맺는 규칙”이라면 저쪽은 “모든 크기가 같아 보이는 상태”의 이론으로, 뿌리는 같고 문법이 다르다.
8. 관련 문서[편집]
- 모형실험 · 예인수조 · 활주정 · 슬래밍
- 무차원수 · 프루드 수 · 레이놀즈수
- 캐비테이션 · 난류 천이 · 경계층 · 벽함수
-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 난류 모델링 · 격자 볼츠만 방법
- 열전달 해석 · 재규격화군 · 실험계획법
- 차원 해석 · 웨버 수 · 코시 수 · 풍동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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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상사법칙 강의의 첫 시간과 마지막 시간의 분위기가 정반대다. 첫 시간에는 “무차원수만 맞추면 작은 걸로 큰 걸 안다”는 우아한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시간에는 “그런데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보정식 목록이 사실상 공학의 본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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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모형 실험의 장비 사양표에는 “반경 몇 m, 최대 몇 g, 페이로드 몇 t” 같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읽다 보면 이게 지반공학 실험실인지 우주인 훈련시설인지 헷갈린다. 실제로 둘의 하드웨어는 꽤 비슷하게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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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모형 수리실험실에 가면 강 하류가 실제보다 훨씬 가파르게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은 지형을 잘못 만든 줄 알지만, 연직을 열 배 부풀린 결과다. 사진으로만 보면 협곡이고 실제로는 완만한 평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