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굴곡도(tortuosity, 기호 )는 다공질 매체 안에서 유체나 이온이 실제로 지나가는 경로가 직선 거리보다 얼마나 더 긴지를 나타내는 무차원 수다. 가장 단순한 기하학적 정의는
로, 는 실제 경로 길이, 은 시료 양단의 직선 거리다. 정의상 이고,
모래에서 대략 1.21.5, 점토나 압축 분말에서 25, 극단적인 층상 구조에서는 10을 넘는다.
문제는 이 값이 측정 방법마다 다른 물리량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논문에서 “굴곡도”라는 단어만 보고 값을 가져다 쓰면 거의 틀린다. 그래서 굴곡도는 다공질 매체 분야에서 공극률만큼 자주 등장하면서도 가장 말이 안 통하는 물성으로 악명이 높다.1
2. 세 가지 굴곡도[편집]
같은 기호 가 최소 세 가지 뜻으로 쓰인다.
| 종류 | 정의 | 측정 방법 |
|---|---|---|
| 기하학적 굴곡도 | 공극 골격의 최단 경로 길이비 | 마이크로 CT + 거리 변환·측지선 |
| 수력학적 굴곡도 | 유선 길이의 유량 가중 평균 | 스토크스·격자 볼츠만 방법 계산 |
| 확산(전기) 굴곡도 | 유효확산계수·전도도의 감소분 | 전기전도도 측정, 추적자 확산 |
기하학적 굴곡도는 공극이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계산할 수 있지만,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좁은 목을 통과하는 경로는 기하학적으로 짧아도 유량이 거의 없어서 수력학적 굴곡도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시료에서 보통 순서로 값이 커진다.
확산 굴곡도는 아예 정의가 다르다. 유효확산계수를 통해
로 정의되는데, 여기서 인지 인지, 수축계수 를 따로 두는지가 문헌마다 다르다. 어떤 저자는 를 아예 의 제곱으로 정의해 버려서 값이 2배 이상 어긋난다. 값을 인용할 땐 정의식을 반드시 같이 확인해야 한다.
3. 왜 필요한가[편집]
굴곡도는 단독으로 측정되는 물성이라기보다, 다른 식의 오차를 흡수하는 자리로 태어났다.
- 코제니-카르만 식의 유도에서 굽은 관 보정으로 가 등장하고, 최종식에서는 코제니 상수 안에 숨는다. 에서 , 즉 가 암묵적으로 가정돼 있다.
- 아치의 법칙 (지층 저항률 계수)에서는 전기 굴곡도가 그대로 관측량이 된다. 석유물리 검층은 사실상 굴곡도를 재는 작업이다.
- 콘크리트 내구성, 리튬이온 전지 전극, 연료전지 기체확산층에서 유효 물성 예측은 거의 전부 꼴의 브루그만 관계 ()로 정리되는데, 이는 를 가정한 것과 같다. 전지 쪽에서 브루그만 지수를 실측으로 보정하면 1.5가 아니라 2~4로 나오는 경우가 흔하고, 그 차이가 곧 구조의 굴곡도다.2
4. 어떻게 계산하는가[편집]
마이크로 CT 이진 영상에서 계산하는 표준 절차는 이렇다.
-
기하학적. 공극 상에 대해 유입면에서 측지선 거리 변환을 돌려 각 출구 화소까지의 최단 경로 길이를 구하고, 직선 거리로 나눈다. 고속 행진법(fast marching)이나 BFS로 충분하다. 막힌 공극과 고립 클러스터는 먼저 제거해야 하는데, 이걸 안 하면 연결도 안 된 기공 때문에 값이 무의미해진다.
-
수력학적. 공극 안에서 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어 속도장 를 얻고, 유선을 적분해 길이를 유량 가중 평균한다. 유선 추적이 번거로우면 근사식
을 쓴다. 전체 속도 크기의 평균을 주방향 성분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유선 적분 없이 같은 스케일의 값을 준다. 다만 재순환 영역이 있으면 과대평가된다.
-
확산·전기. 공극에서 라플라스 방정식을 풀어 유효전도도를 구하고 로 역산한다. 세 방법 중 구현이 가장 간단하고 재현성도 좋아서, 비교 기준선으로 쓰기에 좋다.
모두 대표 체적 요소(REV)보다 큰 영역에서 계산해야 한다. 시료가 작으면 값이 방향별로 10~20% 흔들리고, 비등방 시료에서는 방향별 가 아예 다르다. 실무에서는 세 방향을 모두 계산해 텐서로 보고하는 게 정석이다.
5. 흔한 오해[편집]
- “굴곡도는 공극률만의 함수다.” 아니다. 브루그만 관계는 무작위 구 충전층에서 통하는 근사일 뿐, 층상·섬유상 구조에서는 같은 공극률에서 가 배로 갈린다.
- “가 1에 가까우면 흐름이 좋다.” 굴곡도가 낮아도 기공 목이 좁으면 수리전도도는 낮다. 굴곡도는 경로 길이의 척도이고, 투과도는 거기에 단면 수축까지 곱해진 결과다. 둘을 혼동해서 설계 방향을 잘못 잡는 게 전극 개발에서 흔한 실패다.
- “측지선으로 구한 값이 정답이다.” 최단 경로는 유체가 다니는 길이 아니다. 흐름 계산에 쓸 값이면 수력학적 정의로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