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응력

편집 역사 토론
구조해석 고체역학 마지막 수정: 2026-07-17 04:12:41

1. 개요[편집]

잔류응력(residual stress)은 외부 하중이나 온도 구배가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도 물체 내부에 스스로 평형을 이루며 남아 있는 응력이다. 아무도 안 누르고 있는데 혼자 힘들어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외력이 0이므로 전체 단면에 대해 적분한 힘과 모멘트가 반드시 0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평형(self-equilibrium) 조건이 핵심이다.

AσresdA=0,AσresydA=0\int_A \sigma_{\mathrm{res}} \, dA = 0, \qquad \int_A \sigma_{\mathrm{res}} \, y \, dA = 0

이 조건 때문에 잔류응력은 절대 한쪽 부호만 존재할 수 없다. 어딘가가 인장이면 반드시 다른 어딘가는 압축이다. 이 “인장과 압축이 세트로 온다”는 성질이 잔류응력을 축복이자 저주로 만든다. 표면 압축 잔류응력은 피로 해석 수명을 늘려주는 공짜 보험이지만, 인장 잔류응력은 파괴역학적으로 균열을 벌려주는 조용한 살인자다.1

2. 왜 생기는가[편집]

잔류응력의 발생 원인은 결국 하나로 요약된다. 재료의 서로 다른 부분이 서로 다른 만큼 변형하려 했는데, 붙어 있어서 못 했기 때문이다. 부적합 변형(incompatible strain)이 탄성 구속을 만나면 응력이 남는다. 구체적인 경로는 셋 정도.

  • 소성 부적합 — 표면만 국부적으로 소성 변형시키는 공정. 숏피닝(shot peening), 롤러 버니싱, 냉간 인발이 여기 속한다. 늘어난 표면층을 아래의 탄성 모재가 붙잡으므로 표면에 압축이 남는다.
  • 열 부적합 — 급랭, 용접, 적층 제조 시뮬레이션에서 다루는 층별 응고. 먼저 식어 굳은 부분이 나중에 식으며 수축하려는 부분을 붙잡는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식은 곳이 인장을 뒤집어쓴다.
  • 상변태 부적합 — 강의 오스테나이트 → 마르텐사이트 변태는 부피가 약 4% 팽창한다. 열수축과 변태팽창이 시간차로 싸우기 때문에 담금질 잔류응력의 부호는 냉각 속도에 따라 뒤집히기도 한다.

세 원인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용접 해석과 3D 프린팅이다. 그래서 그 둘의 잔류응력 예측이 제일 어렵다.

3. 측정 방법[편집]

해석 결과를 믿으려면 검증 및 확인이 필요한데, 잔류응력 측정은 유난히 성가시다. 잔류응력은 물리량이 아니라 “상태”에 가까워서 직접 게이지를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다들 우회한다.

방법원리파괴 여부침투 깊이
홀 드릴링구멍 뚫고 주변 변형 측정반파괴~2 mm
X선 회절격자면 간격 변화 측정비파괴~10 μm
중성자 회절동일 원리, 투과력 큼비파괴~수십 mm
컨투어법절단면 변형 형상 역산2파괴전 단면

회절법은 원자 격자면 간격 dd 를 자(ruler) 삼아 변형률을 재고 후크 법칙으로 응력을 환산한다. 즉 응력을 재는 게 아니라 변형률을 재서 곱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응력 기준 격자 상수 d0d_0 를 잘못 잡으면 결과가 통째로 시프트된다. 조성이 위치마다 다른 용접부에서 이 문제가 크게 터진다.3

4. 해석 기법[편집]

잔류응력 해석의 표준은 유한요소법 기반의 열-기계 순차 연성이다. 완전 연성이 아니라 순차인 이유는 단순하다. 기계적 변형이 온도장에 주는 되먹임이 대체로 무시할 만큼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간다.

  1. 열해석을 먼저 푼다. 이동 열원, 상변화 잠열, 복사·대류 경계를 포함해 온도 이력 T(x,t)T(\mathbf{x}, t) 를 얻는다.
  2. 그 온도 이력을 하중으로 기계 해석에 던진다. 각 스텝에서 열변형률을 빼고 남은 것이 응력을 만든다.
εtotal=εe+εp+εth+εtr+εcr\boldsymbol{\varepsilon}^{\mathrm{total}} = \boldsymbol{\varepsilon}^{e} + \boldsymbol{\varepsilon}^{p} + \boldsymbol{\varepsilon}^{th} + \boldsymbol{\varepsilon}^{tr} + \boldsymbol{\varepsilon}^{cr}

여기서 εth\boldsymbol{\varepsilon}^{th} 는 열팽창, εtr\boldsymbol{\varepsilon}^{tr} 은 상변태, εcr\boldsymbol{\varepsilon}^{cr}크리프 해석에서 오는 성분이다. 응력은 오직 탄성 성분에서만 나온다.

σ=C:εe=C:(εtotalεpεthεtrεcr)\boldsymbol{\sigma} = \mathbb{C} : \boldsymbol{\varepsilon}^{e} = \mathbb{C} : (\boldsymbol{\varepsilon}^{\mathrm{total}} - \boldsymbol{\varepsilon}^{p} - \boldsymbol{\varepsilon}^{th} - \boldsymbol{\varepsilon}^{tr} - \boldsymbol{\varepsilon}^{cr})

수식은 얌전해 보이지만 현실은 비선형 구조해석 지옥이다. 항복강도·탄성계수·열팽창계수가 전부 온도의 함수이고, 융점 근처에서는 강성이 거의 0으로 죽어야 하며, 그 죽은 요소가 식으면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게다가 소성 이력이 경로 의존적이라 시간 스텝을 키우면 답이 슬금슬금 달라진다.

Inherent strain(고유변형률) 법은 이 비용을 못 견딘 사람들이 만든 지름길이다. 소형 상세 모델에서 최종 소성변형률만 뽑아내 그것을 대형 모델에 초기 변형률로 심어 한 번의 탄성 해석으로 끝낸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며칠 걸릴 것이 몇 분에 끝나므로, 대형 조립체 변형 예측에서는 아직도 국룰이다.4

5. 제어와 활용[편집]

잔류응력은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호를 골라서 심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 완화(제거) — 응력제거 열처리 시뮬레이션(PWHT)이 정석. 항복강도를 온도로 떨어뜨려 잔류응력이 스스로 소성 완화되게 만든다. 진동 응력 완화(VSR)나 기계적 오버로딩도 쓰이지만 효과는 부분적이다.
  • 주입(활용) — 숏피닝, 레이저 피닝, 저온 확관(cold expansion). 항공기 리벳 구멍은 확관으로 압축 잔류응력을 넣어 균열 발생을 늦춘다. 피로 해석에서 압축 잔류응력은 평균응력을 낮추는 효과로 들어간다.
  • 강화유리 — 표면 압축, 내부 인장의 교과서적 사례. 그래서 강화유리는 표면 흠집에는 강하지만 모서리를 찍히면 저장된 탄성에너지가 한 번에 풀리며 산산조각 난다.

설계 관점에서 잔류응력이 형상 최적화위상 최적화 결과를 무력화하는 일도 흔하다. 해석상 완벽한 형상이 프린팅 중 워핑으로 뒤틀려버리면 그 최적해는 종이 위에만 존재한다.

6. 현업에서의 현실[편집]

  • 해석 결과와 측정값이 부호까지 맞으면 그날은 술을 사도 된다. 크기가 2배 안에 들어오면 보통은 성공으로 친다.
  • 제일 자주 틀리는 입력은 격자도 요소 타입도 아니고 고온 물성치다. 800도에서의 항복강도 데이터가 없으면 그냥 외삽하게 되는데, 그 외삽이 답을 지배한다.
  • “왜 가공하고 나니까 부품이 휘었나요?” — 소재 안에 원래 있던 잔류응력이 절삭으로 평형을 잃고 재분배된 것이다. 가공이 응력을 만든 게 아니라 있던 것을 드러낸 것.
  • 시험편은 안 휘는데 실제 부품은 휜다. 구속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잔류응력은 구속의 함수다.

7. 관련 문서[편집]

8. Footnotes[편집]

  1. 압력용기와 배관의 응력부식균열(SCC)은 인장 잔류응력이 없으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부식 환경 + 인장응력 + 민감한 재료, 이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 용접부가 그 셋을 친절하게 다 제공한다.

  2. 컨투어법은 시편을 와이어 방전으로 자른 뒤 절단면이 튀어나온 형상을 CMM으로 재고, 그 형상을 “원래 평면으로 되밀면 얼마의 응력이 필요한가”를 역문제로 푸는 방식이다. 부품 하나 파괴하고 얻는 정보치고는 꽤 알차다.

  3. d0d_0 측정을 위해 시편을 잘게 쪼개 무응력 쿠폰을 만드는 게 정석인데, 그 쪼개는 과정에서 또 잔류응력이 생긴다. 재귀의 향기가 난다.

  4. 이름이 “고유(inherent)“라 뭔가 재료의 본질적 성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공정 조건마다 다시 캘리브레이션해야 하는 경험 파라미터에 가깝다. 대리 모델의 사촌쯤으로 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