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잔류응력(residual stress)은 외부 하중이나 온도 구배가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도 물체 내부에 스스로 평형을 이루며 남아 있는 응력이다. 아무도 안 누르고 있는데 혼자 힘들어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외력이 0이므로 전체 단면에 대해 적분한 힘과 모멘트가 반드시 0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평형(self-equilibrium) 조건이 핵심이다.
이 조건 때문에 잔류응력은 절대 한쪽 부호만 존재할 수 없다. 어딘가가 인장이면 반드시 다른 어딘가는 압축이다. 이 “인장과 압축이 세트로 온다”는 성질이 잔류응력을 축복이자 저주로 만든다. 표면 압축 잔류응력은 피로 해석 수명을 늘려주는 공짜 보험이지만, 인장 잔류응력은 파괴역학적으로 균열을 벌려주는 조용한 살인자다.1
2. 왜 생기는가[편집]
잔류응력의 발생 원인은 결국 하나로 요약된다. 재료의 서로 다른 부분이 서로 다른 만큼 변형하려 했는데, 붙어 있어서 못 했기 때문이다. 부적합 변형(incompatible strain)이 탄성 구속을 만나면 응력이 남는다. 구체적인 경로는 셋 정도.
- 소성 부적합 — 표면만 국부적으로 소성 변형시키는 공정. 숏피닝(shot peening), 롤러 버니싱, 냉간 인발이 여기 속한다. 늘어난 표면층을 아래의 탄성 모재가 붙잡으므로 표면에 압축이 남는다.
- 열 부적합 — 급랭, 용접, 적층 제조 시뮬레이션에서 다루는 층별 응고. 먼저 식어 굳은 부분이 나중에 식으며 수축하려는 부분을 붙잡는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식은 곳이 인장을 뒤집어쓴다.
- 상변태 부적합 — 강의 오스테나이트 → 마르텐사이트 변태는 부피가 약 4% 팽창한다. 열수축과 변태팽창이 시간차로 싸우기 때문에 담금질 잔류응력의 부호는 냉각 속도에 따라 뒤집히기도 한다.
세 원인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용접 해석과 3D 프린팅이다. 그래서 그 둘의 잔류응력 예측이 제일 어렵다.
3. 측정 방법[편집]
해석 결과를 믿으려면 검증 및 확인이 필요한데, 잔류응력 측정은 유난히 성가시다. 잔류응력은 물리량이 아니라 “상태”에 가까워서 직접 게이지를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다들 우회한다.
| 방법 | 원리 | 파괴 여부 | 침투 깊이 |
|---|---|---|---|
| 홀 드릴링 | 구멍 뚫고 주변 변형 측정 | 반파괴 | ~2 mm |
| X선 회절 | 격자면 간격 변화 측정 | 비파괴 | ~10 μm |
| 중성자 회절 | 동일 원리, 투과력 큼 | 비파괴 | ~수십 mm |
| 컨투어법 | 절단면 변형 형상 역산2 | 파괴 | 전 단면 |
회절법은 원자 격자면 간격 를 자(ruler) 삼아 변형률을 재고 후크 법칙으로 응력을 환산한다. 즉 응력을 재는 게 아니라 변형률을 재서 곱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응력 기준 격자 상수 를 잘못 잡으면 결과가 통째로 시프트된다. 조성이 위치마다 다른 용접부에서 이 문제가 크게 터진다.3
4. 해석 기법[편집]
잔류응력 해석의 표준은 유한요소법 기반의 열-기계 순차 연성이다. 완전 연성이 아니라 순차인 이유는 단순하다. 기계적 변형이 온도장에 주는 되먹임이 대체로 무시할 만큼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간다.
- 열해석을 먼저 푼다. 이동 열원, 상변화 잠열, 복사·대류 경계를 포함해 온도 이력 를 얻는다.
- 그 온도 이력을 하중으로 기계 해석에 던진다. 각 스텝에서 열변형률을 빼고 남은 것이 응력을 만든다.
여기서 는 열팽창, 은 상변태, 은 크리프 해석에서 오는 성분이다. 응력은 오직 탄성 성분에서만 나온다.
수식은 얌전해 보이지만 현실은 비선형 구조해석 지옥이다. 항복강도·탄성계수·열팽창계수가 전부 온도의 함수이고, 융점 근처에서는 강성이 거의 0으로 죽어야 하며, 그 죽은 요소가 식으면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게다가 소성 이력이 경로 의존적이라 시간 스텝을 키우면 답이 슬금슬금 달라진다.
Inherent strain(고유변형률) 법은 이 비용을 못 견딘 사람들이 만든 지름길이다. 소형 상세 모델에서 최종 소성변형률만 뽑아내 그것을 대형 모델에 초기 변형률로 심어 한 번의 탄성 해석으로 끝낸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며칠 걸릴 것이 몇 분에 끝나므로, 대형 조립체 변형 예측에서는 아직도 국룰이다.4
5. 제어와 활용[편집]
잔류응력은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호를 골라서 심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 완화(제거) — 응력제거 열처리 시뮬레이션(PWHT)이 정석. 항복강도를 온도로 떨어뜨려 잔류응력이 스스로 소성 완화되게 만든다. 진동 응력 완화(VSR)나 기계적 오버로딩도 쓰이지만 효과는 부분적이다.
- 주입(활용) — 숏피닝, 레이저 피닝, 저온 확관(cold expansion). 항공기 리벳 구멍은 확관으로 압축 잔류응력을 넣어 균열 발생을 늦춘다. 피로 해석에서 압축 잔류응력은 평균응력을 낮추는 효과로 들어간다.
- 강화유리 — 표면 압축, 내부 인장의 교과서적 사례. 그래서 강화유리는 표면 흠집에는 강하지만 모서리를 찍히면 저장된 탄성에너지가 한 번에 풀리며 산산조각 난다.
설계 관점에서 잔류응력이 형상 최적화나 위상 최적화 결과를 무력화하는 일도 흔하다. 해석상 완벽한 형상이 프린팅 중 워핑으로 뒤틀려버리면 그 최적해는 종이 위에만 존재한다.
6. 현업에서의 현실[편집]
- 해석 결과와 측정값이 부호까지 맞으면 그날은 술을 사도 된다. 크기가 2배 안에 들어오면 보통은 성공으로 친다.
- 제일 자주 틀리는 입력은 격자도 요소 타입도 아니고 고온 물성치다. 800도에서의 항복강도 데이터가 없으면 그냥 외삽하게 되는데, 그 외삽이 답을 지배한다.
- “왜 가공하고 나니까 부품이 휘었나요?” — 소재 안에 원래 있던 잔류응력이 절삭으로 평형을 잃고 재분배된 것이다. 가공이 응력을 만든 게 아니라 있던 것을 드러낸 것.
- 시험편은 안 휘는데 실제 부품은 휜다. 구속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잔류응력은 구속의 함수다.
7. 관련 문서[편집]
- 응력과 변형률 · 폰 미제스 응력
- 소성 · 비선형 구조해석
- 피로 해석 · 파괴역학 · 크리프 해석
- 적층 제조 시뮬레이션
- 열전달 해석 · 다물리 연성해석
- 유한요소법 · 검증 및 확인
- 응력집중 · 좌굴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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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용기와 배관의 응력부식균열(SCC)은 인장 잔류응력이 없으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부식 환경 + 인장응력 + 민감한 재료, 이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 용접부가 그 셋을 친절하게 다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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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투어법은 시편을 와이어 방전으로 자른 뒤 절단면이 튀어나온 형상을 CMM으로 재고, 그 형상을 “원래 평면으로 되밀면 얼마의 응력이 필요한가”를 역문제로 푸는 방식이다. 부품 하나 파괴하고 얻는 정보치고는 꽤 알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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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을 위해 시편을 잘게 쪼개 무응력 쿠폰을 만드는 게 정석인데, 그 쪼개는 과정에서 또 잔류응력이 생긴다. 재귀의 향기가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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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고유(inherent)“라 뭔가 재료의 본질적 성질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공정 조건마다 다시 캘리브레이션해야 하는 경험 파라미터에 가깝다. 대리 모델의 사촌쯤으로 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