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지진 토모그래피 Seismic Tomography | |
|---|---|
| 관측량 | 지진파 주시(travel time) · 위상 · 파형 |
| 미지수 | 지하 속도(또는 완속도) 구조 |
| 선형화 근거 | 페르마 원리 |
| 순문제 | 광선 추적 · 고속 행진법 · 파동 전파 |
| 역산 | 감쇠 최소제곱 + LSQR |
| 고질병 | 광선 커버리지 편중 → 비유일성·스미어링 |
지구를 CT에 넣을 수는 없다. 그런데 지구는 알아서 매년 수십만 번 스스로를 두드려 준다.
지진 토모그래피(seismic tomography)는 지진파가 관측소에 도달한 시각(또는 파형 전체)을 자료로 삼아 지하의 탄성파 속도 분포를 역산하는 기법이다. 의료 전산 단층촬영이 X선 감쇠량으로 인체 밀도를 재구성하는 것과 수학적 골격이 같아서 “토모그래피”라는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두 가지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첫째, 선원을 마음대로 놓을 수 없다 — 지진은 판 경계에 몰려서 나고 관측소는 육지에만 있다. 둘째, 광선 경로 자체가 미지수에 의존한다 — 속도 구조를 모르면 파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진 토모그래피는 라돈 변환처럼 깔끔하게 역변환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형적으로 부적절하고 비선형인 역문제다.
그럼에도 이 기법이 20세기 후반 고체지구물리학을 갈아엎었다. 맨틀 하부까지 내려간 침강 슬랩, 아프리카·태평양 아래의 거대 저속도 구조(LLSVP), 하와이 아래로 뻗은 플룸의 이미지가 전부 여기서 나왔다. 판구조론이 “표면의 이야기”에서 “지구 내부 대류의 단면도”로 승격된 순간이다.
2. 페르마 원리와 선형화[편집]
지진 토모그래피의 출발점은 주시가 완속도(slowness) 에 대해 선적분이라는 사실이다. 광선 경로를 라 하면
문제는 가 에 의존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페르마 원리가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실제 광선은 주시의 정류점이므로, 경로의 1차 섭동은 주시에 1차로 기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준 모형 에서 계산한 경로 를 그대로 쓰고 완속도만 흔들면
속도로 쓰면 다. 이 한 줄이 지진 토모그래피를 선형 문제로 만들어 준다. 지하를 셀로 쪼개고 셀 안의 광선 길이를 , 관측 의 주시 잔차를 라 하면
행렬 는 극도로 희소하다 — 광선 하나는 수만 개 셀 중 수십 개만 통과한다. 물론 이건 1차 근사이므로, 실무에서는 역산으로 을 갱신한 뒤 광선을 다시 추적하고 다시 역산하는 반복을 돌린다. 이 바깥 루프가 비선형성을 흡수하는 장치다.
3. 순문제 — 광선을 어떻게 쏘는가[편집]
를 만들려면 매 반복마다 수십만 개의 광선 경로와 주시를 다시 계산해야 하고, 이 순문제 계산이 전체 비용의 대부분을 먹는다. 세 계보가 경쟁한다.
- 슈팅법(shooting): 진원에서 출발각을 바꿔가며 쏘고 관측소에 맞을 때까지 각을 조정한다. 개념은 단순하지만 속도 구조가 복잡하면 관측소에 아예 도달하지 않는 그림자 구역이 생기고, 다중 도달(multipathing)에서 어느 가지를 잡았는지 알기 어렵다.
- 벤딩법(bending): 진원-관측소를 잇는 초기 경로를 놓고 주시가 정류가 되도록 경로를 구부린다. 수렴은 빠르지만 국소 정류점에 갇힌다.
- 격자 기반 최단 주시: 아이코날 방정식 를 격자에서 직접 풀어 모든 격자점의 초동 주시를 한 번에 얻는다. 고속 행진법이 표준이고, 반복 스윕을 쓰는 고속 스위핑법도 흔하다. 얻어진 장에서 기울기를 거꾸로 따라가면 광선이 나온다.
세 번째가 현대 실무의 기본값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초동에 대해서는 전역해가 보장되고, 그림자 구역이 없으며, 진원 하나당 한 번만 풀면 그 진원을 쓰는 모든 관측소의 주시가 동시에 나온다. 대가는 아이코날 방정식이 초동만 준다는 것 — 후속 도달파나 반사파를 쓰려면 다중 단계 FMM 같은 확장이 필요하다.
4. 역산 — 감쇠 최소제곱과 LSQR[편집]
는 크고(행 급, 열 급) 희소하며 랭크가 심하게 부족하다. 그래서 정규방정식을 세우거나 특이값 분해를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처음부터 정칙화된 문제를 반복법으로 푼다.
항은 모형 크기(감쇠, damping), 은 라플라시안 같은 미분 연산자로 매끄러움(smoothing)을 강제한다. 티호노프 정규화의 전형적인 형태이고, 두 하이퍼파라미터를 어떻게 고르느냐가 결과 그림을 좌우한다.1
이 문제를 푸는 사실상의 표준이 LSQR(Paige & Saunders, 1982)이다. 골룹-카한 이중대각화를 이용해 최소제곱 문제를 크리로프 부분공간법으로 푸는 알고리즘으로, 를 저장하지 않고 행렬-벡터 곱만으로 돌아가며 를 명시적으로 만들지 않아 조건수 제곱 손해를 피한다. 놀레(Nolet, 1985)가 지진 토모그래피에 도입한 뒤 이 분야의 국룰이 됐다. 부수적인 장점 하나 — LSQR은 반복 자체가 정칙화 효과를 내므로(반복을 일찍 끊으면 큰 특이값 성분만 복원된다), 반복 횟수가 사실상 세 번째 정칙화 손잡이가 된다. 물론 그래서 “반복 몇 번 돌렸는지”를 논문에 안 쓰면 재현이 안 된다.
여기에 하나 더 얽힌 것이 진원-속도 결합이다. 진원 위치와 발진 시각 자체가 속도 모형으로부터 결정되기 때문에, 속도를 바꾸면 진원이 따라 움직이고 진원을 옮기면 잔차가 흡수되어 버린다. 국지 지진 토모그래피에서는 진원 파라미터와 속도를 같은 계에 넣어 동시에 푸는 것이 정석이며(Crosson 1976, Thurber 1983), 진원 성분을 소거(parameter separation)한 뒤 속도만 푸는 기법이 널리 쓰인다.
5. 분해능은 어떻게 주장하는가 — 그리고 왜 못 믿는가[편집]
역산 결과에 색을 칠하는 것은 쉽고, 그 색이 자료에서 나온 것인지 정칙화에서 나온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어렵다. 표준 도구는 세 가지다.
- 광선 밀도 / 유도 커버리지(DWS): 각 셀을 몇 개 광선이 지나갔는가. 가장 싸지만 가장 약한 지표 — 광선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지나가면 밀도가 높아도 그 방향으로는 아무것도 분해 못 한다.
- 분해능 행렬 : 복원된 모형이 참 모형의 어떤 가중 평균인지 알려준다. 이론적으로 가장 정직하지만 대규모 문제에서는 대각 성분조차 계산이 비싸다.
- 체커보드 시험: 정해진 크기의 양/음 이상체를 격자무늬로 깐 합성 모형에서 실제 관측과 동일한 광선 배치로 합성 자료를 만들고, 같은 역산 절차를 돌려 무늬가 복원되는지 본다. 압도적으로 많이 쓰인다.
체커보드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림 한 장으로 설득이 되기 때문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오래 비판받았다. 체커보드가 복원된다는 것은 “그 파장의 그 배치의 이상체”가 복원된다는 뜻이지, 다른 파장·다른 형태의 구조도 복원된다는 보장이 아니다. 특히 광선이 한 방향으로 몰린 영역에서는 체커보드가 예쁘게 나오는데도 실제 이상체는 광선 방향으로 길게 늘어나는 스미어링(smearing)을 겪는다.2 그래서 요즘 논문은 체커보드에 더해 실제 이상체 형태를 넣은 복원 시험, 특정 구조를 억지로 0으로 묶어보는 스퀴징 시험, 그리고 몬테카를로 방법 기반 사후분포 샘플링을 함께 싣는다.
6. 유한주파수 커널과 완전파형역산[편집]
주시 선적분 공식에는 숨은 가정이 있다 — 파의 주파수가 무한대라는 것. 실제 지진파는 주기 수 초~수십 초짜리 유한 대역 신호이고, 그 파가 “느끼는” 영역은 두께 0의 광선이 아니라 프레넬 영역만 한 두꺼운 관이다.
1차 산란(Born) 근사로 상호상관 주시의 민감도 커널을 제대로 계산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기하 광선 위에서 민감도가 정확히 0이고, 커널이 광선을 둘러싼 관 모양으로 퍼진다. 단면이 도넛이고 전체 모양이 바나나라서 바나나-도넛 커널(banana-doughnut kernel)이라 불린다.3 광선 위 산란체는 산란파가 주 위상과 90° 위상차를 가져 상호상관 시각을 이동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몬텔리 등(2004)이 이 커널로 전지구 P파 토모그래피를 다시 돌려 “하부 맨틀까지 이어지는 플룸”을 주장하면서 큰 논쟁이 붙었다. 반대 진영은 실제 개선 폭이 자료 커버리지 개선분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리하면 유한주파수 커널은 구조 크기가 프레넬 영역보다 작을 때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며, 그보다 큰 구조에서는 광선 이론과 거의 같은 답을 준다.
이 흐름의 종착지가 완전파형역산(FWI)이다. 주시라는 요약 통계 대신 파형 전체를 맞추고, 민감도는 커널 공식이 아니라 수반 방법으로 얻는다. 관측 잔차를 시간 역방향으로 재전파시킨 장(adjoint field)과 순방향 장을 상호상관해 기울기를 만드는 방식이라, 파라미터 수에 무관하게 순전파 1회 + 역전파 1회로 전체 기울기가 나온다. 계보를 짚으면 라일리(1983)와 타란톨라(1984)의 정식화 → 탐사 지구물리에서의 실용화 → 트롬프·테이프·류(2005) 이후의 전지구·지역 수반 토모그래피다.
대가는 두 가지다. 첫째, 반복마다 3차원 탄성파 파동 전파를 두 번씩 풀어야 해서 스펙트럴 방법 계열의 스펙트럴 요소법이나 유한차분법으로 대규모 파동방정식을 푸는 것이 필수다. 둘째, 사이클 스키핑 — 초기 모형이 반 주기 이상 어긋나면 파형 맞추기가 엉뚱한 국소 최소점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실무는 저주파부터 맞춰 올라가는 다중 스케일 전략을 쓰고, 초기 모형은 여전히 주시 토모그래피가 제공한다. 주시 토모그래피는 FWI에 밀려난 게 아니라 FWI의 전처리 단계로 승진했다.
7. 비유일성이 어디서 오는가[편집]
이 분야의 근본 제약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자료 배치다.
- 지진은 판 경계에 몰려 있고 관측소는 육지에 몰려 있다. 남태평양·남대서양 아래 맨틀은 광선이 거의 지나가지 않는다.
- 원거리 지진(telesism)의 광선은 관측망 아래로 거의 수직하게 꽂힌다. 그래서 수평 위치는 잘 잡히지만 깊이 방향 분해능이 나쁘고, 얕은 구조의 이상이 깊은 쪽으로 길게 번진다.
- 속도와 진원 위치, 관측소 보정항, 발진 시각이 서로 상쇄되는 방향으로 잔차를 흡수한다. 상대 주시(이중차, double-difference)를 쓰면 공통 경로 오차가 상쇄되어 국지 구조 분해능이 크게 올라가는 이유다.
- 등방 속도만 푸는 모형에 실제로는 이방성인 매질을 넣으면, 이방성이 등방 속도의 인공 이상체로 둔갑한다.
결국 지진 토모그래피 그림을 읽는 요령은 하나다. 색이 짙은 곳이 아니라 광선이 지나간 곳을 먼저 본다. 색은 정칙화가 칠할 수도 있지만, 광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8. 관련 문서[편집]
- 역문제 · 티호노프 정규화 · 조건수
- 고속 행진법 · 아이코날 방정식 · 페르마 원리
- 전산 단층촬영 · 라돈 변환
- 크리로프 부분공간법 · 켤레기울기법 · 희소행렬 · 특이값 분해
- 파동방정식 · 유한차분법 · 스펙트럴 방법
- 민감도 해석 · 몬테카를로 방법
- 완전파형역산 · 탄성파 탐사 · 수반법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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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쇠를 세게 걸면 아무것도 안 나오고, 약하게 걸면 광선 방향으로 줄무늬가 잔뜩 생긴다. 그래서 논문 그림은 대체로 “충분히 매끄럽고 충분히 극적인” 지점에서 멈춰 있다. L-곡선을 그려서 정했다고 쓰는 것이 예의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고른 뒤 L-곡선을 나중에 그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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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크·리베라·비틀링거(1993)가 이 함정을 정면으로 지적한 이래 “체커보드는 분해능 시험이 아니라 광선 커버리지 시각화”라는 표현이 굳었다. 그럼에도 30년째 모든 논문에 체커보드 그림이 실린다. 리뷰어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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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어원이 너무 노골적이라 처음 들으면 농담인 줄 알지만 정식 학술 용어다. 커널 단면을 그리면 정말로 가운데가 뚫린 도넛이고, 진원-관측소를 잇는 3차원 형상은 정말로 바나나처럼 휜다. 다렌·훙·놀레(2000)의 그림을 보면 왜 저 이름밖에 없었는지 납득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