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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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역학 시뮬레이션 전산유체역학 마지막 수정: 2026-08-17 04: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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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상사법칙
Law of Similitude
세 단계기하 상사 → 운동학 상사 → 동역학 상사
성립 조건지배 무차원수가 모형과 실물에서 같을 것
현실전부 맞추는 것은 대개 불가능
자유표면프루드 상사 채택, 마찰은 계산 보정
탄성 구조코시 수 추가 → 모형 재료가 λ배 물러야 함
못 맞춘 대가축척 효과(scale effect)

큰 것을 못 만들겠으면 작게 만들어라. 단, 작아진 것이 무엇을 배신하는지는 알고 있어라.

상사법칙(law of similitude, similarity law)은 크기가 다른 두 물리계가 같은 현상을 보이기 위한 조건, 그리고 그 조건 아래에서 한쪽의 계측값을 다른 쪽으로 환산하는 규칙이다. 축소 모형으로 실물을 예측하는 모형실험의 존재 근거이자, 실험 데이터를 무차원 좌표에 모아 한 줄로 정리하는 상관식의 근거이기도 하다.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끝난다 — 지배 방정식과 경계조건을 무차원화했을 때 남는 계수(= 무차원수)가 모두 같으면, 무차원화된 해는 같다. 문제는 이 조건이 거의 언제나 과잉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의 상사법칙은 “어떻게 다 맞출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의 기술이다.1

2. 세 단계의 상사

  • 기하 상사(geometric similarity). 모든 대응 길이의 비가 같은 축척비 λ=Ls/Lm\lambda = L_s/L_m 다. 여기엔 흔히 잊히는 항목들이 딸려 온다 — 표면 조도, 틈새, 모서리 반경, 부착물. 실선 표면의 도장 요철을 축척비로 줄이면 나노미터가 되므로 아무도 못 만들고, 그래서 모형은 일부러 매끈하게 만들고 조도는 나중에 식으로 더한다. 기하 상사는 이미 이 지점에서 깨져 있다.
  • 운동학 상사(kinematic similarity). 대응점에서 속도 벡터의 방향이 같고 크기 비가 일정하다. 결과적으로 유선 패턴이 닮는다. 시간 축척이 여기서 정해진다.
  • 동역학 상사(dynamic similarity). 대응점에서 작용하는 각 종류의 힘(관성·점성·중력·압력·표면장력·탄성)의 비가 같다. 힘의 비가 곧 무차원수이므로, 동역학 상사 = 모든 관련 무차원수 일치다.

앞 단계가 성립해야 뒤 단계가 의미를 갖는다는 위계가 있다. 유선이 안 닮았는데 힘의 비만 맞춰 봐야 소용없다.

무차원수를 뽑아내는 절차 자체(차원 해석과 버킹엄 파이 정리)는 무차원수 문서가 다루므로 여기서 반복하지 않는다. 이 문서의 관심은 뽑아 놓은 무차원수들이 서로 싸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다.

3. 프루드 상사와 그 환산표

자유표면이 있는 문제 — 배, 파도, 하천, 슬로싱 — 에서는 중력파가 현상을 지배하므로 프루드 수를 맞춘다.

Fr=VgL일치  ⟹  VsVm=λ\mathrm{Fr} = \frac{V}{\sqrt{gL}} \quad\text{일치} \;\Longrightarrow\; \frac{V_s}{V_m} = \sqrt{\lambda}

중력가속도는 양쪽에서 같다(원심분리기를 쓰지 않는 한). 여기서 나머지 물리량의 축척이 자동으로 따라 나온다.

물리량실선/모형 비비고
길이λ\lambda정의
속도λ1/2\lambda^{1/2}모형이 느리다
시간·주기λ1/2\lambda^{1/2}모형이 빠르게 흘러간다
진동수λ−1/2\lambda^{-1/2}
가속도11중력을 못 바꾸니까
힘·무게λ3\lambda^{3}같은 밀도 기준
압력·응력λ\lambda
모멘트λ4\lambda^{4}
동력λ3.5\lambda^{3.5}

λ=25\lambda = 25 인 모형에서 1초는 실선의 5초이고, 모형에서 잰 1 N 은 실선의 15.6 kN 이다. 가속도 비가 1이라는 항목이 은근히 중요하다 — 모형에서 잰 수직가속도는 실선에서도 같은 g 값이므로, 승선감·화물 안전 판정을 모형에서 직접 읽을 수 있다.

4. 근본 충돌 — 프루드와 레이놀즈

같은 유체를 쓰면서 레이놀즈수까지 맞추려면 Vs/Vm=λ−1V_s/V_m = \lambda^{-1} 이어야 하는데, 프루드는 λ+1/2\lambda^{+1/2} 을 요구한다. 두 요구가 양립하려면

νmνs=λ−3/2\frac{\nu_m}{\nu_s} = \lambda^{-3/2}

인 유체가 필요하다. λ=25\lambda=25 면 물보다 125배 묽은 액체다. 존재하지 않는다.

이 충돌의 해결책 — 저항을 마찰과 조파로 쪼개어 각각 레이놀즈수와 프루드수의 함수로 두는 프루드 가설, ITTC-1957 상관선, 형상계수 (1+k)(1+k), ITTC-1978 확장 절차 — 는 예인수조가 상세히 다룬다. 여기서는 구조만 기억하면 된다. 맞출 수 있는 무차원수는 실험으로 맞추고, 못 맞추는 것은 그 효과를 따로 모형화해 계산으로 갈아 끼운다. 이 패턴은 조선에 국한되지 않고, 아래 모든 사례에서 형태만 바꿔 반복된다.

못 맞춘 무차원수 때문에 모형과 실물의 무차원 응답이 달라지는 것을 축척 효과(scale effect)라 부른다. 축척 효과는 오차가 아니라 체계적 편향이라, 반복 실험으로 줄일 수 없고 오직 모형화로만 보정된다. 여기가 상사법칙의 진짜 전선이다.

5. 다른 축들 — 무엇을 더 못 맞추는가

5.1. 표면장력 — 웨버 수

We=ρV2L/σ\mathrm{We} = \rho V^2 L/\sigma 는 프루드 상사 아래서 λ2\lambda^2 로 작아진다. 즉 모형에서는 표면장력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세다. 결과는 구체적이다. 짧은 파(대략 파장 2 cm 이하)는 중력파가 아니라 표면장력파가 되어 분산 관계 자체가 다르고, 물보라와 기포의 크기·거동이 안 닮으며, 계면이 깨져야 할 곳에서 안 깨진다. 활주정 스프레이나 슬래밍 의 기포 혼입이 축소 모형에서 특히 못 미더운 이유다. 대책은 사실상 “모형을 충분히 크게 만든다” 하나뿐이며, 이것이 수조의 축척비 상한을 정하는 숨은 제약이다.

5.2. 압력과 캐비테이션 — 캐비테이션 수

σc=p0−pv12ρV2\sigma_c = \frac{p_0 - p_v}{\tfrac12\rho V^2}

프루드 상사에서 분모는 λ\lambda 배 작아지는데 분자의 대기압은 그대로다. 따라서 모형의 캐비테이션 수는 실선보다 λ\lambda 배 커진다 — 모형에서는 캐비테이션이 일어나야 할 곳에서 안 일어난다. 해결책은 정면돌파다. 수조나 터널의 기압을 λ\lambda 배 낮춘 감압 시설을 쓰거나(감압 예인수조), 프루드를 포기하고 캐비테이션 수와 레이놀즈수를 맞추는 전용 시설(캐비테이션 터널)을 쓴다. 하나의 시설이 모든 상사를 감당할 수 없어서 시험이 시설별로 쪼개지는 대표 사례다.

5.3. 압축성 — 마하 수 대 레이놀즈 수

풍동에서는 마하수를 맞추는 순간 속도가 고정되고, 그러면 레이놀즈수는 ρL/μ\rho L/\mu 로만 조절 가능하다. 모형이 작아 LL 이 이미 손해이므로 남은 손잡이는 밀도와 점성계수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압 풍동(밀도를 올린다)과 극저온 풍동(질소를 −170 °C 급으로 냉각해 밀도는 올리고 점성계수는 내린다)이다. 극저온 풍동은 같은 크기 모형으로 레이놀즈수를 한 자릿수 이상 끌어올린다. **“상사를 맞추기 위해 시설의 온도까지 바꾼다”**는, 축척 효과와의 싸움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는 사례.

5.4. 탄성 구조 — 코시 수

구조가 유동 하중에 유의미하게 변형되면(유탄성) 관성 대 탄성의 비인 코시 수 Ca=ρV2/E\mathrm{Ca} = \rho V^2/E 가 추가된다. 프루드와 동시에 맞추면

EmEs=1λ\frac{E_m}{E_s} = \frac{1}{\lambda}

즉 모형 재료의 탄성계수가 실물의 1/λ1/\lambda 이어야 한다. 강재 선박의 1/50 모형이라면 탄성계수 4 GPa 급 재료가 필요한 셈이라, 실무에서는 통짜 모형 대신 분절 모형 + 탄성 백본 — 선체를 몇 조각으로 자르고 계산된 강성의 보로 이어 붙여 굽힘 강성만 상사시키는 방식 — 을 쓴다. 휘핑·스프링잉 계측 모형이 하나같이 몸통이 잘려 있는 이유다. 국부 판 응답까지 상사시키는 건 포기한다.

5.5. 중력이 하중인 문제 — 원심 모형

흙이나 암반처럼 자기 무게가 곧 주 하중인 구조에서는 응력 상사에 ρgL/E\rho g L/E 가 들어온다. 축소하면 응력이 λ\lambda 배 작아져 재료의 비선형 거동이 통째로 달라진다. 지반공학이 택한 해법은 무차원수 대신 중력을 바꾸는 것이다. 1/n 모형을 nn g 로 회전하는 원심분리기에 넣으면 응력장이 실물과 같아진다. 상사법칙에서 ”gg 는 상수”라는 전제를 돈으로 깨 버린 유일한 계열.2

5.6. 열전달

Nu=f(Re,Pr)\mathrm{Nu} = f(\mathrm{Re}, \mathrm{Pr}) 형태의 강제대류 상관식은 결국 상사법칙의 산물이다. 자연대류로 가면 그라스호프 수 Gr=gβΔTL3/ν2\mathrm{Gr} = g\beta\Delta T L^3/\nu^2 가 지배하는데, 같은 유체로 Gr\mathrm{Gr} 을 맞추려면 ΔT∝λ−3\Delta T \propto \lambda^{-3} 이라 축척비가 조금만 커져도 온도차가 우스운 값이 된다. 열전달 해석에서 축소 모형 실험이 유체역학만큼 흔하지 않은 이유다.

6. 왜곡 모형과 부분 상사

전부 못 맞출 때 쓰는 정직한 타협이 둘 있다.

  • 왜곡 모형(distorted model). 하천·하구·항만 수리 모형은 수평 축척과 연직 축척을 다르게 준다. 수평 1/500, 연직 1/50 같은 식이다. 상사대로 연직도 1/500 로 줄이면 수심이 수 mm 가 되어 점성과 표면장력이 지배하고 흐름이 층류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기하 상사가 깨졌으므로 경사·조도·확산 계수를 실측으로 튜닝해야 하고, 이 모형은 예측 도구라기보다 보정된 아날로그 계산기에 가깝다.3
  • 부분 상사(partial similitude). 지배적인 무차원수 하나만 맞추고 나머지는 임계값 위로만 올려 둔다. 레이놀즈수가 충분히 크면 항력계수가 레이놀즈수에 둔감해지는 자기상사(self-similar)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 안에만 들어가면 정확히 못 맞춰도 된다. 각진 물체의 풍동 시험이나 완전난류 관유동이 이 논리를 쓴다. 위험은 실물이 자기상사 영역인데 모형이 아직 아닌 경우이고, 그래서 난류 천이를 강제하는 촉진장치를 붙인다(모형실험 참조).

7. 수치해석과 상사법칙

CFD 는 상사법칙의 소비자이자 그 한계를 깨는 도구다.

  • 무차원화는 계산의 기본 위생이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대표 길이·속도로 무차원화하면 점성항 앞에 1/Re1/\mathrm{Re} 가 붙는다. 변수들이 O(1)O(1) 근처에 모이므로 부동소수점 소거 오차가 줄고, 수렴 판정 문턱을 물리 단위와 무관하게 정할 수 있다.
  • CFD 에는 축척 효과가 없다 — 원리적으로는. 실선 레이놀즈수를 그대로 넣고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수치해석의 결정적 이점이고, 실제로 (1+k)(1+k) 가 정말 레이놀즈수에 무관한지 같은 질문은 모형 스케일과 실선 스케일을 같은 코드로 풀어 비교하는 방식으로만 답할 수 있다. 다만 대가는 있다. 실선 레이놀즈수에서는 경계층이 극단적으로 얇아 벽함수에 의존해야 하고, 그러면 축척 효과가 격자 의존성과 난류 모델링 오차로 모습을 바꿔 되돌아온다. 축척 효과가 사라진 게 아니라 모델 오차로 이사한 것이다.
  • 일부 수치기법은 자체 상사 제약을 갖는다. 격자 볼츠만 방법은 비압축 유동을 풀 때도 격자 마하수를 작게 유지해야 하고, 완화시간과 레이놀즈수·격자 해상도가 한 식으로 묶여 있어 “물리 상사”와 “수치 상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파라미터 창을 찾아야 한다. 입자법에서도 무차원 시간간격과 음속 설정이 같은 역할을 한다.
  • 스케일 불변성이라는 더 깊은 사촌. 임계 현상에서 상관길이가 발산할 때 계가 축척에 대해 불변이 되는 성질은 재규격화군이 다루는 주제다. 상사법칙이 “두 크기를 맺는 규칙”이라면 저쪽은 “모든 크기가 같아 보이는 상태”의 이론으로, 뿌리는 같고 문법이 다르다.

8. 관련 문서

9. Footnotes

  1. 그래서 상사법칙 강의의 첫 시간과 마지막 시간의 분위기가 정반대다. 첫 시간에는 “무차원수만 맞추면 작은 걸로 큰 걸 안다”는 우아한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시간에는 “그런데 하나도 제대로 못 맞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보정식 목록이 사실상 공학의 본체다. ↩

  2. 원심 모형 실험의 장비 사양표에는 “반경 몇 m, 최대 몇 g, 페이로드 몇 t” 같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읽다 보면 이게 지반공학 실험실인지 우주인 훈련시설인지 헷갈린다. 실제로 둘의 하드웨어는 꽤 비슷하게 생겼다. ↩

  3. 왜곡 모형 수리실험실에 가면 강 하류가 실제보다 훨씬 가파르게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은 지형을 잘못 만든 줄 알지만, 연직을 열 배 부풀린 결과다. 사진으로만 보면 협곡이고 실제로는 완만한 평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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