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난류는 고전물리학의 마지막 미해결 문제다. — 리처드 파인만 (이라고 알려진, 출처가 영원히 난류처럼 뒤섞인 명언)
난류 모델링(turbulence modeling)은 난류 유동의 모든 스케일을 직접 계산하는 대신, 작은 스케일의 효과를 수학적 모델로 근사하여 계산 비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전산유체역학의 핵심 기법이다. 공학적으로 의미 있는 유동은 거의 전부 난류이고, 레이놀즈수가 조금만 높아져도 난류를 “있는 그대로” 푸는 것은 슈퍼컴퓨터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무 CFD의 정확도는 사실상 난류 모델의 정확도에 종속된다.
문제는 만능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어떤 모델은 제트류에 강하고 어떤 모델은 벽 근처에 강하다. 그래서 현업에서 “어떤 난류 모델 쓰세요?”라는 질문은 종종 종교 전쟁의 서막이 된다.1
2. 난류의 본질
난류를 모델링하려면 먼저 무엇을 버리는지 알아야 한다.
2.1. 에너지 캐스케이드
난류는 크고 작은 와(eddy)들의 중첩이다. 평균 유동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은 큰 와는 불안정하여 더 작은 와로 쪼개지고, 이 과정이 연쇄적으로 반복되다가 충분히 작은 스케일에 도달하면 점성에 의해 열로 소산된다. 이것이 리처드슨이 시로 읊고2 콜모고로프가 수학으로 정리한 에너지 캐스케이드(energy cascade)다. 관성 소영역(inertial subrange)에서 에너지 스펙트럼이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 콜모고로프 1941 이론(K41)의 대표적 결과다.
2.2. 콜모고로프 스케일
소산이 일어나는 최소 스케일은 동점성계수 와 에너지 소산율 만으로 결정된다.
가장 큰 와의 크기 과 콜모고로프 스케일 의 비는 로 커진다. 이 지수에서 DNS 비용이 곧바로 따라 나온다.
- 한 방향으로 필요한 격자점 수
- 3차원이므로 총 격자점
- 시간 스텝은 격자 간격과 함께 줄어야 하므로 필요한 스텝 수
- 따라서 총 연산량
레이놀즈수가 10배 오르면 계산량이 1000배 오른다는 뜻이다. 난류 모델링이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가 바로 이 저주받은 지수다.3 여기서 는 큰 와 기준()이며, 코드·문헌마다 어떤 로 재느냐에 따라 지수가 에서 언저리까지 달라 보일 수 있다 — 중요한 건 소수점이 아니라 “거의 3제곱”이라는 사실이다.
3. 접근법의 스펙트럼
“얼마나 많은 스케일을 직접 풀고, 얼마나 많이 모델에 떠넘기는가”에 따라 스펙트럼이 형성된다.
| 접근법 | 직접 해상 범위 | 계산 비용 | 실무 적용성 |
|---|---|---|---|
| DNS | 모든 스케일 | 극악 ( 스케일링) | 저레이놀즈수 학술 연구 전용 |
| LES | 큰 와 (격자 크기 이상) | 매우 높음 | 연소, 공력소음, 대와류 박리 |
| DES 등 하이브리드 | 벽 근처 RANS + 원방 LES | 높음 | 대박리 외부 유동 |
| RANS | 없음 (전부 모델링) | 낮음 | 산업 표준 |
- DNS(Direct Numerical Simulation):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모델 없이 콜모고로프 스케일까지 전부 푼다. 모델 오차가 0이므로 “수치 실험”으로서 난류 물리 연구와 모델 검증의 기준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항공기 전기체 DNS는 금세기 안에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 LES(Large Eddy Simulation): 큰 와는 직접 풀고 격자보다 작은 와만 모델링한다. 후술.
- DES(Detached Eddy Simulation): 벽 근처 경계층은 RANS로, 박리된 원방 유동은 LES로 푸는 하이브리드. Spalart 등이 1997년 제안했으며, LES의 벽 근처 비용 폭탄을 회피하는 실용적 절충안이다.
- RANS(Reynolds-Averaged Navier-Stokes): 모든 난류 변동을 시간 평균으로 뭉개고 그 효과를 전부 모델링한다. 정상 상태 해 하나로 끝나므로 압도적으로 저렴하며, 산업 CFD의 90% 이상이 여전히 RANS다.
4. RANS와 클로저 문제
유동 변수를 평균과 변동으로 분해()하여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평균하면, 비선형 대류항에서 새로운 항이 튀어나온다.
여기서 가 레이놀즈 응력(Reynolds stress)이다. 대칭 텐서이므로 미지수가 6개 추가되었는데 방정식은 늘지 않았다. 방정식보다 미지수가 많아 시스템이 닫히지 않는 이 상황을 클로저 문제(closure problem)라 하며, 레이놀즈 응력의 수송 방정식을 유도해 봐야 그 안에 더 높은 차수의 상관항이 또 등장하므로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모델로 끊어야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처방이 부시네스크 와점성 가정(Boussinesq eddy-viscosity hypothesis)이다. 레이놀즈 응력이 분자 점성 응력처럼 평균 변형률에 비례한다고 가정한다.
이제 문제는 와점성 하나를 어떻게 구하느냐로 축소되고, 이 를 구하는 방식이 곧 모델의 이름이 된다.
4.1. 마지막 항은 왜 붙어 있나 (검산)
식 오른쪽 끝의 는 장식이 아니라 트레이스를 맞추기 위한 필수 항이다. 양변의 트레이스(로 놓고 합)를 잡아 보면 바로 보인다.
좌변은 난류 운동에너지의 정의 에서
우변은 비압축성 연속방정식 때문에 변형률 항이 통째로 사라진다.
양변이 로 일치한다. 만약 가 없으면 우변 트레이스가 0이 되어 “난류 운동에너지가 0”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실무적으로 이 항은 압력에 흡수되어 유효 압력 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비압축성 RANS 결과의 압력장을 실험 압력과 비교할 때 만큼의 차이를 잊고 헤매는 일이 종종 생긴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이 가정이 레이놀즈 응력의 주축이 평균 변형률의 주축과 같다고 못 박는다는 점이다. 회전·곡률·강한 스월처럼 이 정렬이 깨지는 유동에서 와점성 모델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근본 이유이며, RSM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 주요 RANS 모델
5.1. 스팔라트-알마라스
스팔라트-알마라스 모델(Spalart-Allmaras, SA)은 수정 와점성 에 대한 수송 방정식 하나만 푸는 1방정식 모델이다(AIAA 92-0439, 1992). 항공우주 분야의 외부 공력 해석, 특히 부착 경계층이 지배하는 익형·전기체 해석을 위해 설계되었다. 강건하고 격자 요구가 관대하여 항공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본값. 다만 자유전단류나 복잡한 내부 유동에서는 일반성이 떨어진다.
5.2. k-ε 모델
k-엡실론 모델은 난류 운동에너지 와 소산율 을 함께 푸는 2방정식 모델이다. Jones와 Launder(1972)가 제시하고 Launder와 Spalding(1974)이 지금의 상수 집합으로 정리한 표준 k-ε이 원조로, 로 와점성을 구한다. 제트, 후류, 혼합층 같은 자유전단류에서 검증이 두텁고 수렴이 잘 되어 오랫동안 산업계의 기본 모델이었다. 그러나 역압력구배 하의 경계층 박리를 체계적으로 늦게(또는 아예 안) 예측하는 고질병이 있으며, 벽 근처에서는 저레이놀즈수 수정이나 벽함수에 의존해야 한다. Realizable, RNG 등 개량판이 다수 존재한다.
5.3. k-ω 모델
콜모고로프(1942)의 착상을 Wilcox가 1988년 지금의 형태로 다듬은 모델로, 대신 비소산율 를 푼다. 점성저층까지 별도 감쇠 함수 없이 적분할 수 있어 벽 근처 거동과 역압력구배 예측이 k-ε보다 우수하다. 치명적 약점은 자유류의 값에 결과가 민감하다는 것. 경계층 바깥에서 준 값이 경계층 안의 해를 흔든다는, 모델러 입장에서 상당히 굴욕적인 성질이다.
5.4. k-ω SST
k-오메가 SST 모델은 Menter가 1994년 두 모델의 장점만 취하도록 설계한 블렌딩 모델이다. 벽 근처에서는 k-ω로, 자유류에서는 (변수 변환된) k-ε로 매끄럽게 전환하는 혼합 함수를 쓰고, 여기에 전단응력 수송(Shear Stress Transport) 제한자를 더해 역압력구배에서 와점성이 과대해지는 것을 막았다. 박리 예측, 강건성, 범용성의 균형이 좋아 현재 범용 산업 CFD의 사실상 표준이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으면 일단 SST를 켜라는 것이 흔한 실무 조언.4
5.5. 레이놀즈 응력 모델 (RSM)
레이놀즈 응력 모델은 부시네스크 가정을 버리고 레이놀즈 응력 6성분 각각의 수송 방정식을 직접 푸는 2차 모멘트 클로저. 스월이 강한 사이클론, 회전 유동, 곡률이 심한 덕트의 2차 유동처럼 난류 비등방성이 지배하는 문제에서 와점성 모델이 못 잡는 물리를 잡는다. 대가는 방정식 7개 추가에 따른 비용과 눈에 띄게 나빠지는 수렴성이다.
6. LES
대와류 모사(Large Eddy Simulation)는 시간 평균 대신 공간 필터링을 쓴다. 격자로 해상 가능한 큰 와는 직접 계산하고, 필터 폭 보다 작은 스케일의 효과만 아격자(subgrid-scale, SGS) 모델로 넣는다. 큰 와는 형상 의존적이라 모델링이 어렵지만 작은 와는 보편적·등방적이어서 모델링하기 쉽다는 것이 LES의 철학적 근거다.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SGS 모델은 기상 순환 모형을 위해 제안된 스마고린스키 모델(1963)이다.
상수 가 유동마다 다르다는 한계는 Germano 등(1991)의 동적(dynamic) 모델 계열이 상당 부분 해결했다 — 해상된 스케일에서 두 개의 필터 폭을 비교해 를 매 시점·매 위치에서 스스로 결정한다. 주의할 점은 LES가 본질적으로 3차원 비정상 계산이라는 것. 벽면 유동을 벽까지 해상하는 LES는 은 물론 유동 방향·스팬 방향 격자 간격까지 벽단위로 제약되어, 레이놀즈수가 높아지면 비용이 DNS에 준하게 폭발한다. “RANS 격자에 LES 모델만 켜는” 행위는 둘의 단점만 모은 무언가를 만들 뿐이다.
7. 벽 처리: 벽함수 vs 벽해상
벽 근처에서는 난류 구조가 매우 작아져 격자 요구가 급증한다. 무차원 벽 거리
를 기준으로 두 가지 전략이 있다. (는 마찰속도)
- 벽함수(wall function) 접근: 첫 격자점을 로그 법칙이 성립하는 영역()에 두고, 벽과 첫 격자점 사이를 경험적 벽함수로 이어붙인다. 격자가 크게 절약되지만, 박리·재부착처럼 로그 법칙이 깨지는 곳에서는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
- 벽해상(low-Re, wall-resolved) 접근: 첫 격자점을 에 두고 점성저층까지 직접 적분한다. 열전달, 마찰 항력, 박리 예측이 중요하면 이쪽이다. 프리즘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야 하므로 격자 수와 종횡비가 부담이 된다.
절대 피해야 할 것은 첫 격자점이 완충층()에 걸리는 것이다. 어느 쪽 가정도 성립하지 않는 지대라, 해석 후 분포 확인은 CFD 엔지니어의 기본 위생 습관에 속한다.5
8. 유입 경계조건이라는 숨은 변수
모델 선택만큼이나 결과를 흔드는데 논의는 훨씬 적게 되는 것이 **유입 경계 조건**이다. 2방정식 모델은 입구에서 와 (또는 ) 값을 요구하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 값을 직접 알지 못한다. 그래서 코드들은 난류 강도 와 난류 길이 스케일 같은 감각적인 양으로 입력을 받아 내부에서 환산한다.
식의 는 등방 난류 가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k-ω의 자유류 민감성이 문제가 되는 지점도 정확히 여기다 — 입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찍은 가 익형 표면의 천이 위치를 바꿔 놓을 수 있다.
9. 관련 문서
- 전산유체역학
-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 격자
- 경계 조건
- SIMPLE 알고리즘
- OpenFOAM
- k-엡실론 모델
- 대와류 모사
- 직접수치모사
- 벽함수
- 레이놀즈 응력 모델
- 스팔라트-알마라스 모델
10. Footnotes
-
항공 하는 사람은 Spalart-Allmaras, 터보기계 하는 사람은 SST, 공정 산업의 어르신들은 표준 k-ε을 신봉하는 경향이 있다. 셋을 한 회의실에 넣으면 벤치마크 논문이 성경 구절처럼 인용되기 시작한다. ↩
-
“Big whorls have little whorls that feed on their velocity, and little whorls have lesser whorls and so on to viscosity.” 조너선 스위프트의 벼룩 시를 패러디한 것으로, 난류 분야에서 논문 서두에 가장 많이 재활용된 4행시일 것이다. ↩
-
그래서 “언제쯤 항공기 전기체 DNS 가 되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연도가 아니라 지수로 답한다. 무어의 법칙이 살아 있다 해도 앞에서는 10년에 레이놀즈수 두 배 남짓이다. ↩
-
물론 SST가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왜 SST를 썼냐”는 질문에는 방어가 되지만 “왜 표준 k-ε을 썼냐”는 질문에는 방어가 안 되는 시대가 되었을 뿐이다. ↩
-
잔차가 예쁘게 수렴한 것과 벽 처리가 올바른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수렴은 대수방정식을 잘 풀었다는 뜻이지, 올바른 방정식을 풀었다는 뜻이 아니다. ↩
이 문서의 주요 출처
- Pope (2000), Turbulent Flows, Cambridge University Press (클로저 문제·에너지 캐스케이드·DNS 비용 스케일링의 표준 교과서)
- Launder & Spalding (1974), The numerical computation of turbulent flows, Comput. Methods Appl. Mech. Eng. 3, 269-289 (표준 k-ε)
- Wilcox (1988), Reassessment of the scale-determining equation for advanced turbulence models, AIAA Journal 26, 1299-1310 (현대 k-ω)
- Menter (1994), Two-equation eddy-viscosity turbulence models for engineering applications, AIAA Journal 32, 1598-1605 (BSL·SST 원논문)
- Spalart & Allmaras (1992/1994), A one-equation turbulence model for aerodynamic flows, AIAA 92-0439 / La Recherche Aérospatiale 1, 5-21
- Smagorinsky (1963), General circulation experiments with the primitive equations, Monthly Weather Review 91, 99-164 (최초의 SGS 모델)
- Germano, Piomelli, Moin & Cabot (1991), A dynamic subgrid-scale eddy viscosity model, Physics of Fluids A 3, 1760-1765 (동적 SGS 모델)
- NASA Langley Turbulence Modeling Resource — 모델 방정식·상수·검증 케이스 공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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