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힘 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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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계산물리 물리 마지막 수정: 2026-08-26 04:37:16

1. 개요[편집]

얽힘 엔트로피
Entanglement Entropy
대상순수상태를 부분계 A와 B로 나눈 이분할(bipartition)
정의축소밀도행렬의 폰 노이만 엔트로피
동치 표현슈미트 계수 제곱의 섀넌 엔트로피
단위밑 2면 ebit, 자연로그면 nat
기준값벨 상태 = 1 ebit, 무작위 상태 = 부피에 비례
왜 중요한가이게 작아야 텐서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이 상태가 얼마나 얽혀 있나”를 숫자 하나로 답하는 방법. 그리고 그 숫자가 시뮬레이션 비용의 지수에 그대로 올라간다.

얽힘 엔트로피(entanglement entropy)는 전체가 순수상태 ψ|\psi\rangle 인 계를 부분계 AA 와 나머지 BB 로 갈랐을 때, BB 를 대각합으로 지운 축소밀도행렬 ρA=TrBψψ\rho_{A}=\operatorname{Tr}_{B}|\psi\rangle\langle\psi| 의 폰 노이만 엔트로피

S(A)=Tr(ρAlogρA)S(A) = -\operatorname{Tr}\big(\rho_{A}\log\rho_{A}\big)

로 정의되는 양이다. 고전 통계역학의 엔트로피처럼 생겼지만 의미가 다르다. 전체 상태는 완벽하게 알고 있는데도 부분계만 보면 불확실해지는 정도, 즉 정보가 부분에 있지 않고 부분들 사이의 상관에 들어 있는 정도를 잰다.

이 문서가 심위키에 있는 이유는 철학이 아니라 비용이다. DMRG텐서 네트워크 계산에서 필요한 결합차원은 대략 χeS\chi\gtrsim e^{S} 다. SS 가 계 크기에 어떻게 스케일하느냐가 곧 “이 계를 고전 컴퓨터로 풀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아래 절반은 이 스케일링, 즉 면적법칙 이야기다.

2. 정의와 슈미트 분해[편집]

AABB 의 기저를 잡아 ψ=i,jCijiAjB|\psi\rangle=\sum_{i,j}C_{ij}|i\rangle_{A}|j\rangle_{B} 로 쓰면, 계수 배열 CC 는 그냥 행렬이다. 여기에 특이값 분해를 먹이면 슈미트 분해

ψ=k=1rλkkAkB,λk0,  kλk2=1|\psi\rangle=\sum_{k=1}^{r}\lambda_{k}\,|k\rangle_{A}\otimes|k\rangle_{B}, \qquad \lambda_{k}\ge 0,\ \ \sum_{k}\lambda_{k}^{2}=1

가 나온다. λk\lambda_{k}CC 의 특이값이고, 0이 아닌 항의 개수 rr슈미트 랭크(Schmidt rank)다. 이 기저에서 ρA=kλk2kk\rho_{A}=\sum_{k}\lambda_{k}^{2}|k\rangle\langle k| 이므로

S=kλk2logλk2S = -\sum_{k}\lambda_{k}^{2}\log\lambda_{k}^{2}

가 되고, 이것은 확률분포 pk=λk2p_{k}=\lambda_{k}^{2} 의 섀넌 엔트로피와 같은 식이다. 여기서 곧바로 따라오는 성질들:

  • S(A)=S(B)S(A)=S(B). 두 쪽의 스펙트럼이 같다. “얽힘은 절단면의 성질”이라는 감각이 여기서 나온다.
  • S=0    S=0 \iff 곱상태. 슈미트 랭크가 1이면 ψ=ab|\psi\rangle=|a\rangle|b\rangle 이고 얽힘이 없다.
  • 상한은 logmin(dA,dB)\log\min(d_{A},d_{B}). λk\lambda_{k} 가 전부 같을 때 최대다.
  • SlogrS\le\log r. 그래서 슈미트 랭크를 χ\chi 로 자르는 것과 SS 를 억제하는 것이 같은 이야기가 된다.

정의에 순수상태가 필요하다는 점은 강조해 둘 만하다. 전체가 혼합상태면 S(ρA)S(\rho_{A}) 는 얽힘이 아니라 고전적 무지까지 섞어 세므로 얽힘 척도가 아니다. 그 경우에는 상호정보나 음성도(negativity) 같은 다른 양을 쓴다.1

3. 레니 족과 얽힘 스펙트럼[편집]

폰 노이만 엔트로피는 ρA\rho_{A} 의 로그를 요구해서 계산도 측정도 불편하다. 그래서 레니 엔트로피

Sα=11αlogTrρAαS_{\alpha}=\frac{1}{1-\alpha}\log\operatorname{Tr}\rho_{A}^{\alpha}

를 쓴다. α1\alpha\to1 극한이 폰 노이만이고, α=0\alpha=0logr\log r(슈미트 랭크의 로그), α=2\alpha=2logTrρA2-\log\operatorname{Tr}\rho_{A}^{2} 로 순도(purity)와 직결되며, α\alpha\to\infty 는 가장 큰 슈미트 계수 하나만 본다. SαS_{\alpha}α\alpha 에 대해 단조 감소한다.

α\alpha 가 정수면 TrρAα\operatorname{Tr}\rho_{A}^{\alpha}복제 트릭(replica trick)으로 계산된다. 계를 α\alpha 장 복사해 AA 영역만 순환 치환으로 꿰매 붙인 분배함수로 쓰는 것인데, 등각장론에서 로그 공식을 유도할 때도, 양자 몬테카를로에서 스왑 연산자 기댓값으로 S2S_{2} 를 재는 실무에서도 이 구조가 그대로 쓰인다.

한편 ρA\rho_{A} 의 고유값 전체를 λk2=eξk\lambda_{k}^{2}=e^{-\xi_{k}} 로 쓴 {ξk}\{\xi_{k}\}얽힘 스펙트럼이라 부른다. 리와 홀데인(2008)이 지적한 요점은, 이 스펙트럼이 숫자 하나로 뭉갠 SS 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는다는 것 — 특히 위상 상태에서 스펙트럼의 낮은 부분이 경계 이론의 스펙트럼을 닮는다. 수치 계산에서 위상 질서를 동정할 때 자주 쓰인다.

4. 기준점 — 벨 상태와 무작위 상태[편집]

  • 벨 상태. ψ=(00+11)/2|\psi\rangle=(|00\rangle+|11\rangle)/\sqrt{2}λ1=λ2=1/2\lambda_{1}=\lambda_{2}=1/\sqrt2 이므로 S=log2S=\log 2. 밑을 2로 잡으면 정확히 1이고, 이 단위를 ebit(얽힘 비트)라 부른다. 양자 통신에서 “자원 1단위”의 정의가 이것이다.
  • GHZ vs W. 3큐비트 GHZ 상태를 한 큐비트와 나머지로 자르면 역시 S=log2S=\log2 지만, 큐비트 하나를 잃으면 남은 둘은 완전히 분리된다. W 상태는 반대로 하나를 잃어도 얽힘이 남는다. SS 하나로 다자간 얽힘의 구조까지 구분되지는 않는다는 흔한 반례다.
  • 무작위 상태. 힐베르트 공간에서 균일하게 뽑은 상태는 거의 최대로 얽힌다. 페이지(1993)의 결과는 dAdBd_{A}\le d_{B} 일 때 SlogdAdA/(2dB)\langle S\rangle\approx\log d_{A}-d_{A}/(2d_{B}) 로, SS 가 부분계의 부피에 비례한다(부피법칙). 힐베르트 공간의 전형적인 주민은 이렇게 생겼다.

여기서 핵심 반전이 나온다. 자연이 만드는 바닥상태는 전형적이지 않다. 국소 상호작용 해밀토니안의 바닥상태는 부피법칙이 아니라 면적법칙을 따르며, 그래서 지수적으로 큰 공간의 아주 얇은 껍질에만 산다.

5. 면적법칙[편집]

절단면을 가로지르는 결합만 얽힘에 기여한다면, SS 는 부피가 아니라 경계의 넓이에 비례해야 한다. 이것이 면적법칙(area law)이다.

  • 1차원 갭 있는 계. 절단면이 점 하나이므로 SS 는 계 크기와 무관한 상수로 포화한다. 국소 갭 있는 1차원 해밀토니안에 대해 헤이스팅스(2007)가 이를 정리로 증명했고(상수는 상관길이 ξ\xi 와 국소 차원에 의존), 이후 아라드-키타예프-란다우-바지라니 계열의 연구가 상수 의존성을 크게 개선했다. 1차원 갭계는 증명된 안전지대다.
  • 1차원 임계계. 갭이 닫히면 로그 위반이 생긴다. 등각장론에서 칼라브레제-카디(2004)가 준 결과는 길이 \ell 짜리 구간에 대해 S()c3log+constS(\ell)\simeq\frac{c}{3}\log\ell+\text{const} (주기 경계), 열린 경계에서는 c6log+const\frac{c}{6}\log\ell+\text{const} 이고, cc중심 전하다. 유한 사슬에서는 \ell 대신 현공식 LπsinπL\frac{L}{\pi}\sin\frac{\pi\ell}{L} 을 넣은 형태로 맞춘다. 지수가 아니라 로그라는 것이 결정적이다 — 아직 다항식 비용 안에 있다.
  • cc 를 읽는 도구. 위 식을 뒤집으면 수치 계산에서 임계 이론을 동정하는 표준 기법이 된다. 사슬 하나 풀어서 S()S(\ell) 을 뽑고 기울기에 3을 곱하면 중심 전하가 나온다.2 이징이면 c=1/2c=1/2, 자유 보손·하이젠베르크 사슬이면 c=1c=1 이 나와야 한다. 안 나오면 상태가 틀렸거나 결합차원이 모자란 것이고, 실제로 χ\chi 가 모자라면 큰 \ell 에서 곡선이 인위적으로 꺾여 포화한다.
  • 2차원 이상. 갭 있는 계는 SαLS\sim\alpha L 로 경계 길이에 비례한다고 널리 믿어지지만, 일반적인 증명은 아직 없다 — 면적법칙이 정리로 확립된 것은 1차원뿐이다. 2차원에서는 보정항이 더 재미있다. 위상 질서가 있으면 S=αLγS=\alpha L-\gamma 꼴로 상수항이 빠지고, 이 γ\gamma위상적 얽힘 엔트로피(키타예프-프레스킬, 레빈-웬, 2006)로서 임의준입자의 총 양자 차원을 알려 준다.
  • 면적법칙을 깨는 것들. 페르미 면이 있는 자유 페르미온은 SLd1logLS\sim L^{d-1}\log L 로 로그만큼 위반한다(볼프, 지오예프-클리히, 2006). 장거리 상호작용, 그리고 뒤에 나올 시간 발전도 위반 요인이다.

장론과 중력 쪽 연결은 이 문서 범위를 넘지만 한 줄만: 자유 스칼라장의 진공을 구로 자르면 SS 가 구의 넓이에 비례한다는 것이 스레드니키(1993) 등의 계산이고, 이 넓이 비례가 베켄슈타인-호킹의 블랙홀 엔트로피 S=A/4GS=A/4G 와 형태가 같다는 점이 류-다카야나기 공식(2006)으로 이어졌다. 얽힘 엔트로피가 시공간 기하와 같은 말을 한다는 방향이다.

6. 왜 텐서 네트워크가 되는가[편집]

여기가 이 문서의 결론이다. 절단면 하나의 슈미트 계수를 큰 것부터 χ\chi 개만 남길 때 버려지는 무게는 k>χλk2\sum_{k>\chi}\lambda_{k}^{2} 이고, 이게 작으려면 λk2\lambda_{k}^{2} 가 빨리 죽어야 한다. 엔트로피가 SS 라는 것은 대충 “유효 슈미트 계수가 eSe^{S} 개”라는 뜻이므로,

χeS\chi \gtrsim e^{S}

가 필요하다. 이제 스케일링을 대입하면 표가 완성된다.

SS 의 스케일링필요한 χ\chi판정
1차원 갭 있음상수상수쉽다 (DMRG의 안방)
1차원 임계c3log\frac{c}{3}\log\ell계 크기의 멱느리지만 된다
2차원 폭 WWW\sim WeWe^{W}W812W\le 8{\sim}12 가 벽
무작위 / 긴 시간 발전부피지수적불가능

면적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이 곧 MPS가 효율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명제는 대략 맞지만, 엄밀히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폰 노이만 엔트로피가 유계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α<1\alpha<1 인 레니 엔트로피가 유계여야 결합차원 다항식짜리 MPS 근사가 보장된다(슈흐-볼프-페어스트라테-치락, 2008). 폰 노이만만 유계이면서 MPS로는 못 담는 인위적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1차원 갭계에서는 헤이스팅스 계열의 정리가 필요한 강한 형태를 준다.

7. 시간 발전 — 선형 성장이라는 벽[편집]

정지 상태만 보면 텐서 네트워크는 아름답다. 시간을 켜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전역 퀜치(해밀토니안을 갑자기 바꾸고 발전시키기) 뒤 얽힘은 시간에 선형으로 자란다. 칼라브레제-카디(2005)의 준입자 그림으로 설명되는데, 퀜치가 만든 얽힌 준입자 쌍이 속도 vv 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절단면을 가로지른 쌍의 개수만큼 얽힘이 쌓인다. 그러니

S(t)seqvtχ(t)eγtS(t)\sim s_{\rm eq}\,v\,t \quad\Longrightarrow\quad \chi(t)\sim e^{\gamma t}

이고, 결합차원이 시간에 대해 지수적으로 터진다. 계산 자원을 10310^{3} 배 늘려 봐야 도달 시간은 log\log 로 조금 늘 뿐이다. TEBD든 TDVP든 “짧은 시간만 정확한” 것은 알고리즘이 미숙해서가 아니라 물리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고, 그래서 개선의 여지가 원리적으로 막혀 있다.3 결국 SS 는 계가 열평형의 부피법칙 값에 도달하면 포화하지만, 그 지점은 이미 고전 시뮬레이션의 사정거리 밖이다.

예외가 없지는 않다.

  • 국소 퀜치Sc3logtS\sim\frac{c}{3}\log t 로 로그 성장이라 훨씬 오래 간다.
  • 다체 국소화(MBL) 계에서도 얽힘이 로그로만 자라,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밀어붙일 수 있다.
  • 관측량만 필요하면 상태 전체를 정확히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관점에서, 밀도행렬 수준에서 작은 얽힘 성분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소산 절단 계열 기법들이 시도된다.

8. 어떻게 재나[편집]

  • 수치. MPS를 정준형으로 두면 직교 중심의 특이값이 곧 λk\lambda_{k} 다. 즉 DMRG는 얽힘 엔트로피를 부산물로 공짜로 뱉는다. 이 값을 \ell 에 대해 그린 곡선이 위의 cc 추출과 수렴 진단에 그대로 쓰인다. 반대로 양자 몬테카를로에서는 스왑 연산자 기댓값으로 정수 α\alpha 의 레니 엔트로피를 잰다.
  • 실험. SS 는 관측가능량이 아니라서 직접 측정이 안 된다. 대신 동일한 사본 두 벌을 만들어 간섭시키는 방법으로 S2S_{2} 를 재거나(광격자 보손계, 2015), 무작위 국소 회전 후 통계를 모으는 무작위화 측정으로 얽힘 레니 엔트로피를 추정한다(이온 트랩, 2019). 어느 쪽이든 사본이나 반복 횟수가 지수적으로 요구돼서 작은 부분계에만 쓸 수 있다.

9. 관련 문서[편집]

10. Footnotes[편집]

  1. 이걸 헷갈려서 유한 온도 계산 결과에 “얽힘 엔트로피”라고 이름 붙여 놓는 사고가 종종 난다. 열 상태의 S(ρA)S(\rho_{A}) 는 부분계 부피에 비례하는데, 그건 얽힘이 아니라 그냥 열 엔트로피다. 순수화(purification)로 보조계를 붙였다면 그 보조계까지 포함해서 어디를 자를 것인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

  2. 다만 열린 사슬에서 S()S(\ell) 을 그리면 홀짝으로 톱니처럼 진동하는 성분이 얹힌다. 경계가 만드는 프리델 진동 때문이고, 이걸 모르고 생짜 데이터에 직선을 맞추면 cc 가 엉뚱하게 나온다. 짝수 자리만 골라 맞추거나 진동 항을 함께 피팅하는 것이 국룰.

  3. 그래서 이 분야에서 “장시간 동역학을 정확히 계산했다”는 주장은 일단 의심받는다. 심사자가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χ\chi 를 두 배로 올렸을 때 곡선이 언제부터 갈라지는지 보여 주는 그림이다. 절단이 얽힘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결과가 발산하지 않고 얌전히 틀린다 — 폭발하는 버그보다 훨씬 위험한 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