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에덴 모형 Eden Model | |
|---|---|
| 제안 | 머리 에덴 (Murray Eden, 1961) |
| 규칙 | 클러스터 경계에 균일 확률로 한 칸씩 붙인다 |
| 덩어리 모양 | 조밀(compact) — 프랙탈 차원 = 매립 차원 |
| 거친 곳 | 표면뿐. 계면 폭 W ~ t1/3 (1+1차원) |
| 보편성류 | KPZ — α=1/2, β=1/3, z=3/2 |
| 등가 모형 | 지수 분포 1차 통과 침투 · 리처드슨 모형 |
에덴 모형은 이미 자란 덩어리의 경계에 인접한 빈칸 하나를 균일 확률로 골라 채우는 것만 반복하는 격자 성장 모형이다. 1961년 머리 에덴(Murray Eden)이 세포 군락의 증식을 흉내 내려고 제안했고,1 그 뒤로 “가장 단순한 무작위 성장”의 표준 참조점 역할을 해 왔다.
규칙의 단순함에 비해 결과는 두 얼굴이다. 덩어리는 조밀하다 — 안쪽은 빈틈없이 차고, 크기를 아무리 키워도 밀도가 묽어지지 않아 프랙탈 차원이 매립 차원과 같다. 대신 표면이 거칠다 — 경계선의 요철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그 커지는 방식이 KPZ 방정식이 지배하는 보편적인 멱법칙을 따른다. 즉 에덴 모형에서 볼 것은 덩어리의 모양이 아니라 덩어리의 껍질이다.
확산 제한 응집(DLA)과 나란히 놓으면 위치가 분명해진다. DLA는 무작위걷기 입자가 팁에 먼저 잡혀 안쪽이 굶는 차폐 때문에 성긴 가지 구조가 되고 차원이 1.71로 떨어진다. 에덴은 표면 어디에나 똑같은 확률을 주므로 차폐가 없고, 그래서 조밀하다. 유전파괴 모형의 성장확률 에서 이 DLA, 이 바로 에덴이다. 같은 계열의 양 극단인 셈이다.
2. 규칙과 A·B·C 변종[편집]
“경계에 균일 확률로 붙인다”는 문장은 실은 애매하다. 무엇을 균일하게 뽑느냐에 따라 세 가지 서로 다른 모형이 나오고, 문헌에서는 이를 각각 버전 A·B·C라 부른다.
| 변종 | 균일하게 뽑는 대상 | 붙는 자리 |
|---|---|---|
| A | 비어 있는 경계 자리(perimeter site) | 뽑힌 자리 그대로 |
| B | 점유-비점유 결합(bond) | 결합의 빈 쪽 끝 |
| C | 이미 점유된 클러스터 자리 | 그 자리의 이웃 하나를 무작위로, 비었으면 채움 |
셋의 차이는 “빈칸이 클러스터와 몇 면을 맞대고 있는가”를 얼마나 가중하느냐다. A는 맞댄 면 수와 무관하게 똑같이 뽑고, B는 맞댄 면 수에 비례해 뽑으므로 오목한 골짜기를 더 빨리 메운다. C는 거꾸로 튀어나온 자리를 상대적으로 우대하는 성향이 있고, 시도가 헛도는(이미 찬 이웃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 구현이 가장 느리다.
세 변종은 점근적으로 같은 보편성류에 속한다. 문제는 거기 도달하는 속도다. 특히 B는 유한 크기 보정이 작아 지수 추정이 일찍 안정되는 반면, A는 이른바 고유 폭(intrinsic width) — 계면의 국소 요철이 만드는, 시간에 무관한 상수 성분 — 이 커서 초기 구간의 유효 지수가 이론값보다 한참 낮게 나온다. 1980년대에 에덴 모형의 를 0.5가 아니라 0.4 언저리로 보고한 논문들이 줄줄이 나온 것이 이 아노말리 때문이다.2 처방은 두 가지다. 폭 정의를 국소 폭이나 높이차 상관함수로 바꾸어 상수 성분을 분리하거나, 잡음 저감(noise reduction) — 한 자리에 번 표를 모아야 채워지게 만들어 유효 격자 상수를 키우는 — 을 쓰는 것.
3. 조밀한 덩어리, 거친 표면[편집]
성장한 덩어리의 질량 과 반경 사이에는
가 성립한다. 2차원에서 , 3차원에서 . 에덴 클러스터에는 프랙탈이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모형으로 볼 것은 부피가 아니라 경계다.
경계를 보려면 평평한 기판 위에서 키우는 것이 편하다. 폭 인 1차원 기판 위에서 열 의 높이를 라 하고 계면 폭을 표준편차로 정의한다.
는 처음에는 시간의 멱으로 자라다가, 상관 길이가 계 크기 을 넘는 순간 성장을 멈추고 포화한다. 이 두 국면을 하나로 묶은 것이 패밀리-비식 스케일링(Family–Vicsek, 1985)이다.
즉 짧은 시간에는 , 포화 후에는 이며, 갈아타는 시각은 다. 세 지수는 독립이 아니라 로 묶여 있다. 이 형태가 맞는지 확인하는 표준 절차는 여러 에서 잰 곡선을 대 로 다시 그려 한 곡선 위로 겹치는지 보는 것이다 — 겹치면 지수를 제대로 고른 것이다.
4. KPZ 보편성류[편집]
에덴 계면의 연속체 극한을 기술하는 것이 카르다르-파리시-창(KPZ) 방정식이다.
첫 항은 표면장력처럼 요철을 펴는 완화, 셋째 항은 백색잡음,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비선형항 다. 이 항의 물리적 뿌리는 단순하다 — 성장이 국소 법선 방향으로 일어나면 기울어진 곳은 수직 높이가 배로 빨리 올라간다. 에덴처럼 “경계 아무 데나 한 칸씩” 붙이는 규칙은 전부 이 법선 성장을 내장하고 있고, 그래서 이다.
이면(에드워즈-윌킨슨) 1+1차원에서 , 지만, 이면 갈릴레이 불변성에서 오는 항등식 가 추가로 성립해 지수가 완전히 결정된다.
이 값들은 1+1차원에서 정확히 알려진 몇 안 되는 비평형 임계지수다. 2+1차원 이상은 해석해가 없어 수치값(, )에 의존한다.
KPZ 보편성은 지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계면 높이의 요동 분포까지 보편적이라는 것이 2000년대 이후의 큰 성과인데, 여기서 기하가 갈린다. 평평한 기판에서 자란 계면의 재규격화된 높이 요동은 트레이시-위덤 GOE 분포를, 씨앗 하나에서 방사상으로 자란 계면은 트레이시-위덤 GUE 분포를 따른다. 랜덤 행렬의 최대 고유값 분포가 성장하는 곰팡이의 가장자리에서 나온다는 이 대응은, 액정 난류 실험에서 실제로 확인됐다. 같은 KPZ류에 속하는 이웃으로는 탄도 침착, 단일 스텝 모형, 그리고 대규모에서 KPZ로 흘러가는 쿠라모토-시바신스키 방정식이 있다. 보편성류 개념 자체와 지수의 재규격화군 유도는 재규격화군·상전이 쪽에 정리되어 있다.
5. 1차 통과 침투와 형상 정리[편집]
에덴 모형에는 확률론 쪽 얼굴이 하나 더 있다. 격자의 각 결합에 독립인 양수 통과시간 를 붙이고, 원점에서 임의의 점까지의 최소 총 통과시간을 정의한 것이 1차 통과 침투(first-passage percolation, FPP)다. 이 최소 시간이 이하인 점들의 집합이 곧 “시각 의 성장 덩어리”인데, 를 지수분포로 두면 무기억성 덕분에 그 성장 과정이 에덴 모형의 연속시간 판(리처드슨 모형)과 정확히 같아진다.3
이 대응이 주는 것은 확률론의 정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형상 정리(shape theorem) — 시각 의 덩어리를 로 축소하면 어떤 결정론적 볼록 콤팩트 집합 로 거의 확실히 수렴한다.
리처드슨(1973)이 에덴/리처드슨 모형에 대해 보였고, 콕스와 더렛(1981)이 통과시간 분포의 적률 조건을 크게 완화해 일반적인 FPP로 확장했다. 는 볼록이고 격자의 대칭성을 물려받지만 — 원이 아니다. 등방적인 규칙에서 나왔는데도 격자 방향이 미세하게 유리해서 모양이 살짝 눌린다. 더렛과 리게트는 어떤 분포에서는 의 경계에 평평한 구간이 생긴다는 것까지 보였다. 지수분포에서 의 정확한 모양은 지금도 미해결이다.
형상 정리는 “평균적으로 어떤 모양인가”만 말해 주고 요동의 크기는 말해 주지 않는데, 여기서 다시 KPZ가 등장한다. 거리 의 통과시간 요동은 , 최적 경로의 가로 방향 방황은 으로 예측되며 두 지수는 로 묶인다. 케스텐이 분산에 상한을 준 것이 1990년대의 성과이고, 예측값 은 격자 FPP에서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이 수치실험으로 30년 전에 확신한 값을 확률론이 아직 못 잡고 있는 대표 사례다.
6. 어디에 쓰나, 그리고 한계[편집]
- 세균 콜로니와 종양. 에덴의 원래 동기이자 지금도 살아 있는 용도. 영양이 남아돌아 확산이 병목이 아닌 조건 — 한천 배지에 영양이 충분한 경우 — 에서 콜로니 가장자리가 실제로 KPZ 거칠기를 보인다. 영양이 부족해지면 차폐가 살아나면서 DLA 쪽으로 형태가 넘어간다. 같은 균주가 배지 조건 하나로 두 보편성류를 오간다는 것이 이 계열 실험의 요점이다.
- 박막 증착과 응고. 표면 확산이 없는 저온 증착은 에덴/탄도 침착 계열의 거칠기를 낸다. 반대로 확산이 살아나면 다른 보편성류로 넘어가므로, 거칠기 지수를 재는 것이 성장 기구를 역추적하는 도구가 된다.
- 최소 경로의 벤치마크. FPP 대응 덕분에 무작위 매질에서의 최단 경로·연소 전선 문제의 표준 시험장이 된다. 퍼콜레이션이 “연결되는가”를 묻는다면 FPP는 “얼마나 빨리 닿는가”를 묻는다.
- 잡음의 상한선. 실제 성장에는 표면장력, 결정 이방성, 확산장이 다 있다. 에덴은 그 전부를 끄고 잡음만 남긴 극한이라, 실측 거칠기가 KPZ보다 매끄러우면 “어떤 완화 기구가 추가로 작동 중”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한계는 뚜렷하다. 에덴 모형에는 길이 스케일이 격자 상수 하나뿐이라 형태 선택(pattern selection)이 없고, 그래서 수지상 결정이나 손가락 구조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덩어리 모양은 어차피 형상 정리가 정해 버린 볼록 도형이고, 흥미로운 정보는 전부 표면의 요동 통계에 들어 있다. “모양을 보려고 켜는 모형이 아니라 껍질의 지수를 재려고 켜는 모형” 이라고 외워 두면 오해가 없다.
7. 관련 문서[편집]
- 확산 제한 응집 · 유전파괴 모형
- KPZ 방정식 · 쿠라모토-시바신스키 방정식
- 보편성 부류 · 재규격화군 · 상전이
- 퍼콜레이션 · 브라운 운동 · 멱법칙
- 셀룰러 오토마타 · 격자 기체 오토마타
- 프랙탈 · 다중프랙탈 · 허스트 지수
- 몬테카를로 방법 · 계산물리
8.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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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en, M. (1961). “A two-dimensional growth process”, Proc. 4th Berkeley Symposium on Mathematical Statistics and Probability, Vol. 4, 223–239. 발표 당시 관심사는 세포 군락의 증식이었고, 통계물리 쪽에서 이 모형이 재발견되어 계면 거칠기의 표준 예제가 되기까지 20년 넘게 걸렸다. 논문 한 편이 두 번 유명해진 흔치 않은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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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의 지수 논쟁은 “정답을 이미 아는데도 수치가 안 맞는” 드문 상황이었다. 는 KPZ에서 정확히 유도되는 값인데 시뮬레이션은 자꾸 0.4대를 내놓았고, 결국 범인은 모형도 이론도 아닌 폭의 정의였다. 유효 지수를 뽑을 때 상수 성분을 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주는 교과서적 사례라, 지금도 스케일링 지수를 재는 사람들이 처음 배우는 경고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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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분포라야 이 대응이 성립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기억성이 있어야 “이미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잊고 매 순간 균일하게 뽑는 이산 규칙과 같아지기 때문. 다른 분포를 쓰면 여전히 FPP이지만 더 이상 에덴 모형은 아니다 — 그럼에도 형상 정리와 KPZ 지수는 그대로 살아남는다는 것이 보편성의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