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MEMS 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 |
|---|---|
| 한국어 | 미세전기기계시스템 |
| 치수 | µm ~ mm (구조층 두께 1~50 µm) |
| 지배 물리 | 정전기 × 탄성 × 기체 유동 × 열 |
| 대표 불안정 | 풀인 — 갭의 1/3 에서 붕괴 |
| Q 를 깎는 것 | 스퀴즈 필름 · 앵커 손실 · 열탄성 감쇠 |
| 대표 소자 | 가속도계 · 자이로 · 압력센서 · DMD · 마이크 |
| 천적 | 릴리스 스틱션 · 잔류응력 · 종횡비 |
크기를 1000분의 1 로 줄이면 물리의 순위표가 통째로 뒤집힌다. 중력은 사라지고, 전기력과 표면장력이 왕이 된다.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미세전기기계시스템)는 반도체 공정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가동 기계 구조와 그것을 구동·감지하는 전기 회로를 함께 만들어 낸 소자와 그 기술 분야다. 스마트폰 안의 가속도계·자이로·마이크, 자동차의 에어백 센서와 압력 센서, 프로젝터의 DMD 미러 배열, 잉크젯 헤드가 전부 이것이다. 연간 출하량이 수십억 개 단위인, 이미 승부가 끝난 산업이다.
시뮬레이션 관점에서 MEMS 가 흥미로운 이유는 딱 하나다. 어느 물리 하나만 풀어서는 아무것도 답이 안 나온다. 구조가 움직이면 전극 간격이 변해 정전기력이 변하고, 변한 힘이 구조를 더 움직이고, 그 사이 갭에 갇힌 공기가 짜이며 감쇠와 스프링으로 되받아치고, 그러는 동안 굽힘이 만든 온도 변화가 다시 에너지를 빨아간다. 다물리 연성해석의 교과서적 시험장이며, 각 연성마다 고유한 함정이 있다.
2. 축소 법칙 — 왜 작아지면 세상이 뒤집히는가[편집]
MEMS 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힘이 길이 의 몇 승으로 가는가다. 기하학적으로 닮은 구조를 로 축소하면:
| 양 | 스케일 | 의미 |
|---|---|---|
| 체적력(중력·관성) | 가장 빨리 사라진다 | |
| 면적력(정전기력·압력) | 덜 사라진다 | |
| 선력(표면장력) | 거의 안 사라진다 | |
| 보 강성 | , 닮음 축소 시 에 비례 | |
| 고유진동수 | 작을수록 빨라진다 |
결론이 여기서 전부 나온다. 정전기력/무게 비가 로 커지므로, mm 급에서는 우스울 정도로 약한 정전기력이 µm 급에서는 지배적인 구동력이 된다. 거시 세계의 모터가 전부 전자기식인데 MEMS 구동기가 전부 정전식인 이유가 이것이다 — 코일을 감을 수 없다는 제작상의 이유도 있지만, 근본은 스케일이다.
반대편의 결과가 더 무섭다. 표면장력/무게 비는 로 커진다. µm 구조에게 물방울은 강철 클램프와 같다. 뒤에 나올 스틱션이 MEMS 최대의 공정 난제인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이라 µm 급 공진기는 손쉽게 MHz 로 올라가고, 이 성질이 MEMS 공진기를 수정 발진자의 대체재 후보로 만든다.
3. 정전 구동 — 풀인 불안정[편집]
3.1. 평행판과 1/3 지점[편집]
가장 단순한 정전 구동기는 스프링 에 매달린 평행판이다. 초기 갭 , 면적 , 변위 (닫히는 방향), 전압 에 대해
평형은 두 힘이 같은 점이다. 문제는 정전기력이 갭에 대해 로 가파른데 스프링은 선형이라는 것. 전압을 올리면 평형점이 두 개(안정·불안정) 있다가 어느 순간 접점에서 합쳐지고, 그 너머에는 평형이 없다. 이 임계점에서 를 함께 풀면 놀랍도록 깔끔한 답이 나온다.
갭의 1/3 을 넘으면 판이 붕괴해 전극에 달라붙는다. 이것이 풀인(pull-in) 불안정이며, 구조·재료와 무관하게 평행판 기하만으로 결정되는 보편적 수치다. 설계자에게 이 결과의 의미는 둘이다.
- 선형 정전 구동기의 유효 행정은 갭의 1/3 뿐이다. 나머지 2/3 는 못 쓴다.
- 반대로 이것을 스위치로 쓰면 훌륭하다. RF MEMS 스위치와 DMD 미러는 풀인을 버그가 아니라 동작 원리로 쓴다. 히스테리시스도 함께 얻는데, 붙은 뒤에는 갭이 0 에 가까워 훨씬 낮은 전압에서도 유지되므로 풀아웃 전압이 풀인 전압보다 한참 낮다.
행정 제약을 우회하는 고전적 트릭이 전하 제어다. 전압 대신 전하 를 고정하면 힘이 로 갭과 무관해진다. 불안정을 만든 항이 사라지므로 원리적으로 갭 전체를 안정하게 훑을 수 있다. 실제 구현은 직렬 커패시터나 전류원으로 근사하며, 기생 용량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안 되지만 행정을 갭의 60~80 % 까지 늘리는 데는 쓰인다.
3.2. 빗살 구동기 — 갭이 아니라 겹침을 바꾼다[편집]
평행판의 두 문제(비선형 힘, 1/3 행정)를 한 번에 피하는 구조가 빗살 구동기(comb drive)다. 두 빗이 마주 보고 손가락이 서로 끼어 있는 형상에서, 손가락이 길이 방향으로 더 깊이 들어가도록 구동한다. 이때 정전 에너지는 겹침 길이에 선형이므로 힘이
로, 변위와 무관한 상수가 된다( 은 핑거 수, 는 구조층 두께, 는 좌우 간극). 전압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곱이지만 위치에 대해 평탄하므로 제어가 훨씬 쉽고, 행정도 손가락 길이까지 나온다. MEMS 자이로의 구동단, 광스위치, 마이크로 그리퍼가 전부 이 구조다.
공짜는 아니다. 힘이 두께 에만 비례하므로 절대 크기가 작아서 을 수백 개씩 늘려야 하고, 그래서 빗살 구동기는 늘 칩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리고 측면 풀인(side instability)이 있다 — 좌우 간극 방향은 여전히 평행판이라, 전압이 어느 값을 넘으면 손가락이 옆으로 붙는다. 이 임계 전압이 가로 방향 서스펜션 강성에 달려 있으므로, 빗살 구동기 설계는 사실상 “가로로는 뻣뻣하고 세로로는 물러야 한다”는 이방성 스프링 설계다. 접힘 보(folded beam), 크랩레그, 서펜타인 서스펜션이 이 요구를 푸는 컴플라이언트 메커니즘들이다.
3.3. 이 연성을 어떻게 푸는가[편집]
정전-구조 연성은 이동 경계 문제다. 구조가 변형하면 전기장을 푸는 영역의 모양 자체가 바뀐다.
- 전기장 영역을 유한요소로 채우면 갭이 좁아질 때 요소가 찌그러지므로 ALE 재격자나 격자 이동이 필요하다. 게다가 외부 영역이 무한히 열려 있어 절단 경계를 어디에 둘지가 늘 논쟁거리다.
- 그래서 정전 쪽은 경계요소법이 유난히 잘 맞는다. 도체 표면의 전하밀도만 미지수이고 무한 영역이 자동으로 처리되며, 구조가 움직여도 표면 격자를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라 재격자가 필요 없다. 상용 MEMS 전용 해석기가 전통적으로 BEM 정전 + FEM 구조 조합을 쓴 이유다.
- 분할(staggered) 반복은 풀인 근처에서 반드시 발산한다. “전기장 풀고 → 힘 계산하고 → 구조 풀고 → 다시 전기장” 을 번갈아 도는 릴랙세이션은 연성 강성 가 0 으로 가는 지점에서 수렴 반지름이 0 이 된다. 풀인 전압을 정확히 뽑으려면 모놀리식 뉴턴(뉴턴-랩슨법)으로 연성 야코비안을 다 조립하거나, 전압을 하중 파라미터로 놓고 호길이(arc-length) 연속법으로 극한점을 타 넘어야 한다. 아니면 앞의 전하 제어 정식화로 바꾸면 분기가 애초에 극한점을 안 만든다 — 같은 물리를 다른 파라미터로 매개변수화하는 것만으로 수치 난이도가 사라지는 좋은 예다.
-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는 이 전부를 못 돌린다. 그래서 구조를 모드 몇 개로 투영하고, 정전 용량 를 모드 진폭의 함수로 미리 표로 만들어(혹은 다항식으로 피팅해) 회로 시뮬레이터가 읽는 매크로모델로 뽑는다. 이 모델 차수 축소가 있어야 MEMS 소자와 ASIC 을 함께 과도 해석할 수 있다.
4. 스퀴즈 필름 감쇠 — 갇힌 공기가 하는 일[편집]
MEMS 구조는 대개 수 µm 떨어진 기판 위에서 진동한다. 이때 사이의 공기는 옆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통로가 µm 급이라 점성 저항이 엄청나다. 이것이 스퀴즈 필름 감쇠(squeeze-film damping)이고, 진공 패키징을 하지 않은 MEMS 의 를 지배하는 주범이다.
지배 방정식은 윤활 이론의 레이놀즈 방정식이다. 박막 근사(갭이 횡치수보다 훨씬 작다)에서 나비에-스토크스가 압력 에 대한 방정식으로 축약된다.
작은 진동에 대해 선형화하면 유용한 무차원수 하나가 떨어진다. 스퀴즈 수
이 수가 이 현상의 전체 지형을 말해 준다.
- (저주파·넓은 갭): 공기가 빠져나갈 시간이 충분하다. 기체는 비압축성처럼 굴고, 힘은 속도에 비례하는 순수 점성 감쇠가 된다.
- (고주파·좁은 갭): 공기가 못 빠져나가고 압축된다. 힘이 변위에 비례하는 기체 스프링으로 바뀌어 감쇠는 오히려 줄고 공진주파수가 올라간다.
- 그 사이 어딘가에 감쇠가 최대인 지점이 있고, 설계는 대개 그 지점을 피해 간다.
여기서 MEMS 특유의 반전이 하나 붙는다. 갭이 1 µm 이고 대기압에서 공기 평균자유행로가 65 nm 이면 크누센 수가 0.06 대 — 연속체 가정이 아슬아슬한 미끄럼 유동 영역이다. 갭을 더 좁히거나 압력을 낮추면 본격적으로 희박기체역학으로 넘어간다. 실무 처방은 정직하게 볼츠만을 푸는 대신 유효 점성을 쓰는 것으로, 베이욜라 등이 정리한 보정
를 레이놀즈 방정식에 그대로 꽂는다. 크누센수가 커질수록 유효 점성이 떨어져 감쇠가 줄어든다는, 물리적으로도 납득 가는 형태다. 정말 희박한 영역(고진공 패키지)에서는 분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으므로 감쇠가 압력에 선형인 자유분자 영역이 되고, 여기서는 직접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같은 입자 방법이나 해석적 분자 모델로 넘어간다.
감쇠를 줄이는 표준 처방은 구조판에 구멍을 촘촘히 뚫는 것이다. 공기가 옆으로 수백 µm 를 기어갈 필요 없이 바로 위로 빠지므로 감쇠가 극적으로 줄고, 덤으로 릴리스 식각액이 들어갈 길도 생긴다. 대신 구멍이 강성과 질량을 바꾸므로 구조 해석을 다시 해야 하고, 구멍 주변 3차원 유동은 레이놀즈 근사가 안 맞아 보정항이 따로 붙는다.
5. 열탄성 감쇠 — 진공에 넣어도 남는 손실[편집]
공기를 다 빼도 는 무한이 아니다. 굽힘 진동에서는 재료의 한쪽이 늘어나고 반대쪽이 줄어드는데, 열팽창 계수가 0 이 아니면 늘어난 쪽은 차가워지고 눌린 쪽은 뜨거워진다. 이 온도차가 열전도로 완화되는 과정이 비가역이므로 기계 에너지가 열로 새어나간다. 이것이 열탄성 감쇠(thermoelastic damping, TED)다.
제너(1937)의 표준 모형은 완화 시간 하나짜리 드바이 형태다.
는 굽힘 방향 두께다. 읽어야 할 것은 에서 손실이 최대라는 것 — 너무 느리면 등온이라 손실이 없고, 너무 빠르면 단열이라 역시 없다. 최악의 지점이 중간에 있다. 그리고 이므로 두께를 바꾸면 피크 주파수가 제곱으로 이동한다. 리프시츠와 루크스(1999)가 보 방정식에 대해 정확해를 냈고, 지금은 유한요소로 열-구조 연성 복소 고유값 문제를 직접 풀어 를 뽑는 것이 표준이다.
실리콘은 열전도가 좋고 가 작아 TED 가 비교적 온순한 편이지만, MHz 급 공진기에서는 종종 지배 손실이 된다. 손실 순위표는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 기체 감쇠 — 진공 패키징으로 없앤다. 이걸 안 하면 나머지는 볼 필요도 없다.
- 앵커 손실 — 지지대를 통해 음향 에너지가 기판으로 새는 것. 지지점을 진동 절점에 두거나, 지지 경로에 포노닉 결정을 심어 밴드갭으로 막는다.
- 열탄성 감쇠 — 형상과 주파수로 를 피크에서 밀어낸다.
- 표면 손실 — 표면적/체적 비가 커지는 나노 스케일에서 지배적. 모형화가 가장 어려운 항목이다.
이 순위표가 곧 설계 순서이고, ” 가 왜 안 나오나” 를 디버깅하는 순서이기도 하다. 자세한 감쇠 모형 일반론은 감쇠 참고.
6. 자이로와 가속도계 — 코리올리를 재는 일[편집]
가속도계는 단순하다. 스프링에 매달린 검증질량의 상대 변위가 이므로, 고유진동수를 낮출수록 민감해지고 대역폭은 좁아진다. 감지는 대개 차동 커패시턴스로 하며, 정전기력으로 질량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고 그 힘을 출력으로 쓰는 폐루프(force-balance) 방식이 선형성과 동적 범위에서 유리하다.
자이로가 진짜 어렵다. MEMS 자이로는 회전판이 아니라 진동식이다. 검증질량을 구동 모드로 처럼 흔들어 놓고, 기판이 각속도 로 회전하면 코리올리 힘
이 구동 방향과 직교하는 감지 모드를 흔든다. 진폭이 에 비례하므로 이것을 재면 된다 — 원리는 이렇게 간단한데, 실제로는 세 가지가 발목을 잡는다.
- 신호가 너무 작다. 감지 모드 진폭이 옹스트롬 이하인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감지 모드 공진주파수를 구동 주파수에 맞추는 모드 매칭으로 배 증폭을 얻으려 하는데, 그러면 대역폭이 로 쪼그라들고 온도에 따른 주파수 드리프트가 곧 감도 드리프트가 된다. 대역폭이 필요하면 두 모드를 일부러 수백 Hz 떼어 놓는다(mode-split). 이 절충이 자이로 설계의 중심 결정이다.
- 구적 오차(quadrature). 제작 비대칭 때문에 구동 운동의 일부가 곧바로 감지 모드로 새는데, 이 누설이 코리올리 신호보다 몇 자릿수 클 수 있다. 다행히 위상이 90° 달라서 동기 복조로 분리되지만, 위상 오차가 조금만 있어도 거대한 오프셋이 된다. 그래서 실제 소자는 구적 상쇄 전극을 따로 달고 전기적으로 튜닝한다.
- 열잡음 바닥. 감쇠 가 있으면 요동-소산 정리에 따라 힘 잡음 가 따라온다. 등가 가속도 잡음은 꼴이 되어 — 질량이 클수록, 가 높을수록 조용해진다. MEMS 를 무작정 작게 만들면 안 되는 물리적 이유가 이것이고, 고성능 관성 센서가 굳이 큰 검증질량을 쓰는 이유다.
그 위의 신호 처리는 다시 다른 세계다 — 바이어스 드리프트와 스케일 팩터 오차를 보정하고 다른 센서와 융합하는 이야기는 칼만 필터·관성항법·센서 융합 쪽.
7. 공정이 설계를 결정한다[편집]
MEMS 설계는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쓸 수 있는 공정이 그릴 수 있는 형상을 먼저 제한한다.
표면 미세가공은 희생층(대개 산화막) 위에 구조층(대개 폴리실리콘)을 올려 패터닝하고, 마지막에 희생층을 식각해 구조를 띄운다. 층 두께가 µm 급이라 얇고 유연한 구조가 나오며, 층 수가 곧 설계 자유도다. 벌크 미세가공은 웨이퍼 자체를 깎는다. KOH 습식 식각은 결정면 의존성 때문에 (100) 웨이퍼에서 54.7° 로 기울어진 측벽만 나오고 — 이 각도는 (111) 면이 만드는 결정학적 상수이지 선택 사항이 아니다 — 수직 벽이 필요하면 보슈 공정 DRIE 로 간다.
DRIE 가 열어 준 자유도가 오늘날 관성 센서를 가능하게 했지만, 제약도 같이 들어왔다.
- 종횡비 한계. 깊이/폭 비가 20~30:1 을 넘기기 어렵다. “간극 1 µm 에 깊이 100 µm” 같은 설계는 그려도 안 나온다. 빗살 구동기의 힘이 두께에 비례하므로 설계자는 늘 이 한계를 밀어붙이게 된다.
- ARDE / RIE 지연. 좁은 틈일수록 느리게 파인다. 넓은 영역과 좁은 영역을 한 판에 두면 한쪽이 다 뚫릴 때 다른 쪽은 아직이다. 그래서 패턴 밀도를 균일하게 맞추는 더미 패턴이 레이아웃 규칙에 들어간다.
- 스캘럽과 푸팅. 식각-패시베이션을 반복하므로 측벽에 수십 nm 물결이 남고, 매몰 산화막에 도달하면 전하 축적으로 바닥 모서리가 옆으로 파인다(notching). 전자는 측벽 거칠기로, 후자는 구조 하단 형상 오차로 강성에 반영된다.
그리고 잔류응력. 증착된 박막에는 응력이 남아 있고, 두께 방향으로 기울기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 릴리스하는 순간 이 응력이 풀리면서 외팔보가 위나 아래로 말리고, 양단 고정보는 압축 응력이면 **좌굴**한다. 응력 기울기 때문에 100 µm 미러가 릴리스 후 수 µm 휘어 광학 사양을 못 맞추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MEMS 유한요소 모델에는 초기 응력 상태를 넣고 응력 강화 효과를 포함한 모드 해석이 필수이고, 이걸 빼면 계산한 고유진동수가 실측과 수십 % 틀린다.
8. 스틱션 — MEMS 를 가장 많이 죽이는 것[편집]
릴리스 스틱션이 이 분야의 고전적 사망 원인이다. 습식으로 희생층을 녹이고 헹군 뒤 말리는 과정에서, 구조와 기판 사이에 남은 액체의 메니스커스 모세관력이 구조를 아래로 끌어당긴다. 앞의 축소 법칙대로 표면장력은 로만 줄어드는데 복원력은 훨씬 빨리 줄어드니, 구조는 한 번 닿으면 그대로 붙는다. 그리고 액체가 마른 뒤에도 반데르발스 힘·수소결합·고체 브리지 때문에 영구히 붙어 있다.
처방은 여러 층으로 쌓여 있다.
- 초임계 CO₂ 건조 — 액체를 초임계 상태로 올린 뒤 기체로 빼면 액-기 계면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세관력이 0 이다. 가장 확실한 표준 해법.
- 기상 HF 릴리스 — 애초에 액체를 안 쓴다.
- 딤플과 돌기 — 접촉 면적을 줄여 접촉이 일어나도 복원력이 이기게 한다. 사용 중 스틱션(in-use stiction)에도 유효하다.
- 소수성 자기조립 단분자막 코팅 — 표면 에너지를 낮춰 흡착을 억제한다.
여기서 정직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스틱션은 시뮬레이션이 가장 안 되는 영역이다. 접촉 면의 거칠기 분포, 표면 화학 상태, 흡착 수분량에 지배되고 이것들은 실행마다 다르다. 접촉 모형을 만들어 예측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지만, 현장의 설계 규칙은 여전히 “접촉 면적 상한”과 “복원력 하한”이라는 경험적 부등식으로 관리된다. 해석으로 푸는 게 아니라 형상으로 회피하는 문제다.
9. 여담[편집]
- MEMS 라는 이름은 미국식이다. 유럽은 마이크로시스템 기술(MST), 일본은 마이크로머신이라 부르며 출발했고, 세 이름이 붙은 커뮤니티의 기질도 미묘하게 달랐다. 지금은 MEMS 로 대체로 수렴했다.
- 이 분야의 각성을 부른 텍스트로 페트슨(1982)의 리뷰 Silicon as a Mechanical Material 이 꼽힌다. 요지가 도발적인데 — 단결정 실리콘은 항복 강도가 강철급인데 소성 변형이 없어 히스테리시스가 없고, 피로 파괴도 (벌크 기준으로는) 사실상 없다. 반도체 재료가 우연히 훌륭한 기계 재료이기도 했다는 것이 이 산업의 출발점이다.1
-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MEMS 는 센서가 아니라 잉크젯 헤드와 DMD 라는 말이 있다. DMD 는 미러 하나당 수조 회 스위칭을 견디는데, 그 신뢰성의 상당 부분이 힌지 재료와 스틱션 방지 코팅을 20년간 갈아 넣은 결과다. 물리보다 재료공학이 이긴 사례.2
- MEMS 해석에서 가장 흔한 오답은 릴리스 전 형상으로 모드 해석을 돌리는 것이다. 잔류응력과 릴리스 후 변형을 넣지 않으면 고유진동수가 태연하게 20 % 틀리고, 더 나쁜 건 그 값이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 그리고 이 바닥의 자조. “설계는 2주, 공정은 6개월, 그리고 왜 안 붙어 있는지 알아내는 데 2년.” 웨이퍼 한 장이 돌아 나오는 시간이 설계 반복 주기를 지배하므로, MEMS 에서 시뮬레이션의 가치는 정확도보다 한 번의 테이프아웃에 최대한 많은 가설을 실어 보내는 능력에 있다.3
10. 관련 문서[편집]
- 컴플라이언트 메커니즘 · 정밀 스테이지 · MEMS 공진기 · 포노닉 결정
- 다물리 연성해석 · 유체-구조 연성 · 경계요소법 · 유한요소법
- 모드 해석 · 감쇠 · 주파수 응답 해석 · 고유값 문제
- 레이놀즈 윤활 방정식 · 크누센수 · 희박기체역학 · 직접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 코리올리 힘 · 칼만 필터 · 관성항법 · 센서 융합
- 잔류응력 · 좌굴 · 비선형 구조해석 · 뉴턴-랩슨법
- 실리콘 포토닉스 · 반도체 소자 시뮬레이션 · 표면장력
11.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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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가 붙는다. “피로가 없다”는 것은 벌크 단결정 이야기이고, 실제 MEMS 구조의 얇은 표면에서는 산화막 층과 수분이 관여하는 이른바 반응 유도 피로가 관측된다. 즉 실리콘은 피로로 안 죽지만 실리콘 소자는 피로로 죽을 수 있다. 이 구분을 흐리면 수명 예측이 통째로 낙관적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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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D 미러 하나가 붙어 버리는 확률이 만 되어도, 200만 화소 프로젝터에서는 화면에 죽은 점이 보인다. 소자 하나의 신뢰성이 아니라 배열 전체의 최악값이 사양이 되는 순간 문제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같은 논리가 MEMS 기반 광스위치 매트릭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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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MEMS 테이프아웃 레이아웃에는 늘 쓸데없어 보이는 구조물이 잔뜩 들어 있다. 폭을 조금씩 바꾼 보 수십 개, 길이가 다른 외팔보 사다리, 일부러 붙여 놓은 스틱션 테스트 구조 같은 것들. 이 “낭비”가 다음 회차의 모델 캘리브레이션 데이터가 된다. 웨이퍼 자리는 공짜에 가깝고 6개월은 그렇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