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슨 외삽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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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해석 마지막 수정: 2026-07-21 04: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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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리처드슨 외삽법
Richardson Extrapolation
제안1911년, Lewis Fry Richardson
목적낮은 차수 근사해를 조합해 고차 정확도 확보
대표 응용롬베르그 적분, 격자 수렴 지수(GCI)

격자를 두 번 돌리는 게 귀찮으면, 한 번 더 돌리고 머리를 좀 써서 두 배 이득을 보는 방법이다.

리처드슨 외삽법(Richardson extrapolation)은 서로 다른 이산화 간격(격자 크기, 적분 구간, 시간 스텝 등)에서 얻은 두 개 이상의 근사해를 대수적으로 조합해, 원래 기법의 이론적 오차 차수보다 한 단계 높은 정확도의 해를 추정하는 외삽 기법이다. 전산유체역학 문서에서도 언급되듯 1922년 “수계산 일기예보”라는 무모한 꿈을 꿨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이, 정작 그보다 먼저인 1911년에 훨씬 실용적인 이 외삽법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잘 안 알려져 있다.1 정작 이 사람의 이름이 오늘날 가장 많이 불리는 곳은 일기예보가 아니라 전산유체역학·구조해석 논문의 격자 수렴성 검증 절에서다.

주의할 것은 이 문서가 다루는 범위다. 리처드슨 외삽법은 그 자체로 수치해석 전반에 걸친 범용 가속 기법이며, 여기서는 그 수학적 원리와 적분·미분·격자 문제에 걸친 일반적 적용을 다룬다. 반면 이 기법을 CFD/FEA의 격자 수렴 보고에 표준화해 안전계수까지 정한 구체적 절차는 격자 수렴 지수(GCI) 문서에 별도로 정리되어 있으니, “격자를 몇 개 돌려서 오차를 몇 %라고 보고해야 하는가”가 궁금하면 그쪽으로 넘어가는 게 빠르다.

2. 수학적 원리

수치 기법의 근사해 f(h)f(h)가 참값 fexactf_{\text{exact}}에 격자 간격 hh의 거듭제곱으로 수렴한다고 하자. 테일러 급수 전개를 통해 이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꼴로 쓸 수 있다.

f(h)=fexact+αhp+O(hp+1)f(h) = f_{\text{exact}} + \alpha h^{p} + O(h^{p+1})

여기서 pp는 기법의 수렴 차수, α\alpha는 알 수 없는 상수다. 간격 hh와 rhrh (세분비 r>1r>1)에서 각각 계산한 근사해 f(h)f(h), f(rh)f(rh)를 연립하면 미지수 α\alpha를 소거해 다음 외삽식을 얻는다.

fexact≈rpf(h)−f(rh)rp−1f_{\text{exact}} \approx \frac{r^{p} f(h) - f(rh)}{r^{p} - 1}

핵심은 이 식이 αhp\alpha h^p 오차항을 정확히 상쇄시킨다는 점이다. 남는 오차는 O(hp+1)O(h^{p+1})이므로, 원래 pp차 정확도였던 기법이 공짜로 한 차수 올라간다.2 r=2r=2(격자를 반으로 쪼갬)이고 p=2p=2(2차 정확도)인 흔한 경우, 이 식은 fexact≈(4f(h)−f(2h))/3f_{\text{exact}} \approx (4f(h) - f(2h))/3처럼 단순한 가중평균으로 떨어진다.

3. 적용 1: 수치적분과 롬베르그 적분

리처드슨 외삽이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곳은 수치적분이다. 사다리꼴 공식은 겨우 2차 정확도인 수수한 기법이지만, 구간을 반씩 쪼개며 얻은 결과에 리처드슨 외삽을 반복 적용하면 순식간에 고차 정확도로 도약한다. 이 과정을 표 형태로 체계화한 것이 롬베르그 적분(Romberg integration)이다. 한 단만 외삽하면 심슨 공식과 정확히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이름만 다른 공식들이 사실 같은 아이디어의 변주였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다.

4. 적용 2: 수치미분과 ODE 적분

수치미분에서도 중심차분의 오차를 리처드슨 외삽으로 한 차수 더 깎아낼 수 있다. 상미분방정식(ODE) 적분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룽게-쿠타법 같은 기본 적분기와 결합해 적응적으로 스텝 크기와 차수를 동시에 조절하는 불리르슈-슈토어법(Bulirsch-Stoer method)으로 발전한다. 반복 외삽을 재귀적으로 가속하는 더 일반적인 계열로는 아이켄 델타제곱법(Aitken’s Δ² process)이 있는데, 수렴이 느린 반복 수열 전반에 적용 가능한 친척뻘 기법이다.

5. 적용 3: 격자 수렴과 오차 추정

전산유체역학이나 구조해석에서는 격자를 계통적으로 세분한 두세 개의 해로부터 “무한히 촘촘한 격자”의 해를 리처드슨 외삽으로 추정하고, 그 외삽값과 조밀 격자 해의 차이를 이산화 오차의 추정치로 삼는다. 이 절차에 안전계수를 곱해 표준화한 것이 앞서 언급한 격자 수렴 지수이며, 적응 격자 세분화를 어디까지 밀어붙일지 판단하는 정지 기준으로도 쓰인다. 불확실성 정량화의 맥락에서는 이산화 오차가 전체 예측 불확실성의 한 성분으로 취급된다.

6. 전제조건과 함정

리처드슨 외삽은 공짜 점심이 아니다. 몇 가지 전제가 깨지면 오히려 독이 된다.

  • 수렴 차수를 알아야(혹은 관측해야) 한다. pp를 잘못 가정하면 상쇄되어야 할 오차항이 안 상쇄되고 엉뚱한 값으로 수렴한다.
  • 단조 수렴(monotonic convergence) 이 전제다. 해가 진동하며 수렴하거나 격자에 따라 비단조적으로 흔들리면 외삽값이 참값보다 더 틀어질 수 있다.
  • 점근 영역(asymptotic range) 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격자가 아직 충분히 조밀하지 않아 고차항이 무시 못 할 크기면, O(hp+1)O(h^{p+1}) 가정 자체가 깨진다.
  • 매끄러운 해를 전제한다. 충격파처럼 해 자체가 불연속인 문제에서는 국소적으로 수렴 차수가 뚝 떨어지므로(초음속 유동 참고), 외삽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3

7. 관련 문서

8. Footnotes

  1. Richardson, L. F. (1911). “The Approximate Arithmetical Solution by Finite Differences of Physical Problems Involving Differential Equations, with an Application to the Stresses in a Masonry Dam”. Phil. Trans. R. Soc. A. 일기예보로 유명해지기 11년 전, 이미 댐 응력 계산에 이 외삽법을 써먹고 있었다. 정작 세상은 그의 실패한 일기예보 이야기만 기억한다. ↩

  2. 오차 상쇄가 “정확히” 일어나는 건 어디까지나 αhp\alpha h^p 항이 유일한 지배항일 때의 이야기다. 현실의 코드는 반올림 오차, 반복 솔버의 미수렴 잔차 등 다른 오염원도 섞여 있어서, 외삽이 능사는 아니고 격자를 무한히 세분한다고 정확도가 무한정 올라가지도 않는다. ↩

  3. 그래서 충격파가 낀 초음속 CFD 결과에 격자 수렴 지수를 순진하게 들이대면 관측 차수 pp가 1 근처로 뚝 떨어지거나 아예 음수로 나오는 민망한 사태가 벌어진다. “격자가 다 했다”는 말이 안 통하는 몇 안 되는 영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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