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 광섬유 Optical Fiber | |
|---|---|
| 정체 | 원통형 유전체 도파관 |
| 가둠 원리 | 코어-클래딩 굴절률 차에 의한 전반사 |
| 수치구경 | $NA=\sqrt{n_1^2-n_2^2}$ |
| 단일모드 조건 | V 파라미터 2.405 미만 |
| 최저 손실 | 1.55 µm 부근, 약 0.15~0.2 dB/km |
| 대역폭 제한 요인 | 분산 · 비선형 · 잡음의 삼각 트레이드오프 |
| 주 재료 | 고순도 용융 실리카(SiO₂) |
유리는 원래 불투명한 물건이었다. 그 유리를 20 km 두께로 만들어도 창문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20세기 재료공학의 조용한 승리다.
광섬유(optical fiber)는 굴절률이 높은 코어(core)를 굴절률이 낮은 클래딩(cladding)이 감싸, 빛을 코어 안에 가두어 장거리로 전송하는 원통형 유전체 도파관이다. 금속 벽으로 파를 가두는 도파관과 달리 도체가 전혀 없고, 두 유전체의 굴절률 차 하나로만 빛을 잡아 둔다. 통상 코어와 클래딩의 굴절률 차는 0.3~1 % 수준에 불과하다 — 차이가 거의 없는 유리 두 종류로 만든 경계면이 대륙 간 통신망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의 절대다수가 이 유리 실 안을 지나간다. 대서양·태평양 해저 케이블, 데이터센터 랙 사이의 배선, 5G 기지국 프론트홀, FTTH 가입자망이 모두 광섬유이며, 통신 밖에서도 내시경, 레이저 가공용 전송, 분포형 온도·변형 센서(DTS/DAS), 광섬유 자이로가 같은 물건을 쓴다.
2. 전반사와 수치구경[편집]
가장 단순한 그림은 빛을 광선으로 보는 기하광학이다. 코어 굴절률 , 클래딩 ()일 때 경계면 입사각이 임계각 을 넘으면 빛은 전부 코어로 되돌아온다. 이 조건을 섬유 끝면 바깥에서 본 입사각으로 환산한 것이 수치구경(numerical aperture)이다.
는 수광각(acceptance angle)으로, 이보다 큰 각도로 들어온 빛은 코어에 갇히지 못하고 클래딩으로 새어 나간다. 상대 굴절률 차 을 쓰면 다. 단일모드 섬유는 , 다중모드는 대로, 어느 쪽이든 “빛을 넣는 것 자체가 정렬 싸움”임을 뜻하는 숫자다.1
주의할 것은 이 그림이 근사라는 점이다. 코어 지름이 파장의 몇 배 수준으로 내려가면 광선 개념 자체가 무너지고, 맥스웰 방정식을 원통 경계조건 아래 푸는 진짜 모드 해석이 필요해진다.
3. V 파라미터와 단일모드 조건[편집]
모드 해석의 결론은 하나의 무차원수로 압축된다. 코어 반지름 , 진공 파장 에 대해
를 정규화 주파수 또는 V 파라미터라 한다. 계단형 굴절률 섬유에서 유도 모드의 개수는 대략 이고, 포물선형 경사굴절률에서는 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값은 원통 경계조건에서 나오는 베셀 함수 의 첫 영점이다.2 1.55 µm에서 라면 코어 지름이 약 8~9 µm여야 이 조건을 만족한다 — 머리카락 굵기의 1/10짜리 유리 심에 빛을 정렬해 넣어야 한다는 뜻이고, 광커넥터와 융착 접속기라는 산업이 통째로 존재하는 이유다.3
주의할 것은 “단일모드”가 한 개의 필드 분포를 뜻하지, 완전한 축퇴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 모드 은 서로 직교하는 두 편광 상태로 여전히 이중 축퇴이며, 이 축퇴가 실제 섬유의 미세한 비대칭으로 깨지는 것이 뒤에 나올 편광모드 분산의 씨앗이다.
경사굴절률(graded-index) 섬유는 코어 안에서 굴절률을 매끄럽게 낮춘다.
(포물선)일 때 바깥쪽 경로를 도는 광선이 굴절률이 낮은 영역을 지나 더 빨리 달리므로, 경로 차이가 속도 차이로 상쇄된다. 다중모드 섬유의 모드간 분산을 수십 분의 일로 줄이는 이 트릭 덕분에 데이터센터 단거리 링크에서 다중모드 섬유가 아직 살아 있다.
4. 손실 스펙트럼 — 왜 하필 1.55 µm인가[편집]
광섬유의 감쇠는 dB/km로 쓴다. 입력 , 길이 후 이면
이 값이 파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가 광통신의 창(window)을 결정했다. 세 가지가 경쟁한다.
| 요인 | 파장 의존 | 지배 영역 |
|---|---|---|
| 레일리 산란 | 단파장 쪽 | |
| OH 흡수 (수분 불순물) | 1.38 µm 부근의 뾰족한 봉우리 | 국소 |
| 적외 다광자 흡수 | 장파장으로 갈수록 급증 | 1.6 µm 이상 |
레일리 산란은 유리가 액체 상태에서 굳을 때 얼어붙은 밀도 요동에서 나오므로 재료 순도로 없앨 수 없는 하한이다. 반대편에서는 Si-O 결합의 격자 진동 흡수가 장파장을 막는다. 두 곡선이 교차하는 골짜기가 1.55 µm이며, 여기서 손실이 0.15~0.2 dB/km까지 내려간다. 20 km를 지나야 세기가 절반이 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850 nm(1창), 1310 nm(2창, 표준 섬유의 영분산 파장), 1550 nm(3창, 최저 손실)가 차례로 열렸고, 오늘날 장거리 시스템은 사실상 전부 C 밴드(15301565 nm)와 L 밴드(15651625 nm)를 쓴다. OH 봉우리를 제거한 저수분(low-water-peak) 섬유가 나오면서 E 밴드까지 쓸 수 있게 됐지만, 그 대역은 어차피 증폭기가 없어서 장거리에는 안 쓴다.
이 손실 수치가 얼마나 극적인지는 출발점과 비교하면 보인다. 1966년 카오와 호컴이 “불순물만 제거하면 20 dB/km가 가능하다”고 제안했을 때 당대 최고 유리의 손실은 1000 dB/km 대였다. 1970년 코닝이 20 dB/km를 실증했고, 1979년에는 1.55 µm에서 0.2 dB/km가 보고됐다. 13년 만에 네 자릿수를 깎은 셈이고, 카오는 20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5. 분산 — 대역폭을 갉아먹는 네 가지[편집]
손실은 증폭기로 되살릴 수 있지만, 펄스가 퍼지는 것은 되살리기 어렵다. 분산은 네 갈래다.
- 모드간 분산(intermodal): 모드마다 전파 속도가 달라 생긴다. 다중모드 섬유만의 문제이며 단일모드로 가면 원천 소멸한다. 경사굴절률이 이걸 눌러 준다.
- 재료 분산(material): 실리카의 굴절률 자체가 파장에 의존한다. 1.3 µm 근처에서 부호가 바뀐다.
- 도파로 분산(waveguide): 모드 필드가 코어와 클래딩에 걸쳐 있고 그 비율이 파장에 따라 변하므로, 실효 굴절률이 파장 의존성을 갖는다. 설계로 조절 가능한 유일한 항이다.
- 편광모드 분산(PMD): 앞서 말한 두 편광의 축퇴가 코어 타원율·잔류 응력·굽힘으로 깨져 두 편광이 다른 속도로 간다. 무작위로 결합하므로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해 단위로 쓴다.
앞의 셋 중 재료+도파로를 합쳐 색분산(chromatic dispersion) 라 부르고 단위는 다. 광원 스펙트럼 폭 , 길이 이면 펄스 퍼짐은
표준 단일모드 섬유(G.652)는 1310 nm에서 , 1550 nm에서 약 다. 여기서 광통신 역사의 아이러니가 하나 나온다 — 손실이 최소인 파장과 분산이 0인 파장이 다르다. 도파로 분산을 키워 영분산점을 1550 nm로 끌어온 분산천이 섬유(DSF)가 나왔지만, 곧 최악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분산이 0이면 여러 파장 채널이 위상 정합을 이뤄 사광파 혼합(FWM)이 폭주해서, WDM을 깔면 채널 사이에 유령 채널이 생긴다. 그래서 결국 를 0이 아닌 작은 값으로 남기는 비영분산천이 섬유(NZ-DSF, G.655)가 표준이 됐다. 분산은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적당히 남겨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
6. 비선형 — 자체위상변조와 솔리톤[편집]
실리카의 비선형성은 극히 약하지만(), 유효 단면적이 80 µm² 남짓으로 좁고 상호작용 길이가 수십~수천 km라 결국 누적된다. 커 효과 에 의해 펄스 자신의 세기가 자신의 위상을 변조하는 것이 자체위상변조(SPM)이고, 여기서 생긴 주파수 처프가 분산과 결합해 파형을 일그러뜨린다.
포락선 의 지배 방정식은 비선형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는 군속도 분산, 는 비선형 계수다. 그리고 여기서 유명한 균형이 나온다. 이상분산 영역(, 즉 1.3 µm보다 긴 파장)에서 SPM의 처프와 분산의 처프가 정확히 상쇄되면 파형이 변하지 않는 솔리톤이 존재한다. 하세가와와 타퍼트가 1973년 이론으로 예측했고, 몰레나워 등이 1980년에 실험으로 확인했다.
솔리톤 통신은 한때 “분산 문제의 최종 해답”으로 각광받았지만, 증폭기 잡음이 솔리톤의 중심 주파수를 흔들어 도착 시각을 요동시키는 고든-하우스 지터 등의 문제로 상용 장거리 시스템의 주류가 되지는 못했다. 오늘날 주류는 반대 전략이다 — 분산을 그냥 쌓이게 두고, 수신단 디지털 신호처리에서 역전달함수를 걸어 통째로 되돌린다. 코히런트 검파가 위상과 편광 정보를 모두 살려 주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이다.
한편 비선형은 골칫거리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유도 라만 산란은 분포형 라만 증폭기로, SPM·XPM은 초연속 광원 생성으로 쓰인다. NLSE를 수치로 푸는 표준 도구는 분리 스텝 푸리에법(split-step Fourier method)으로, 분산 항은 주파수 영역에서 곱셈으로, 비선형 항은 시간 영역에서 곱셈으로 번갈아 처리하는 스펙트럴 방법의 전형이다.
7. EDFA와 시스템[편집]
1990년대 초 광통신을 바꾼 부품이 에르븀 첨가 광섬유 증폭기(EDFA)다. 코어에 이온을 첨가한 수 미터짜리 섬유에 980 nm 또는 1480 nm 펌프광을 넣으면, 신호가 지나가면서 유도 방출로 증폭된다. 결정적 장점은 세 가지다.
- 이득 대역이 하필 1530~1565 nm — 최저 손실 창과 정확히 겹친다.
- 광-전-광 변환 없이 광 영역에서 직접 증폭한다. 비트율·변조 방식에 무관하다.
- 여러 파장을 동시에 증폭한다.
세 번째가 결정타였다. 채널마다 중계기를 두는 대신 EDFA 하나로 수십 채널을 한꺼번에 밀 수 있게 되면서 파장분할다중화(WDM)가 경제성을 얻었고, 광섬유 한 가닥의 용량이 단숨에 자릿수로 뛰었다. 대신 EDFA는 증폭자연방출(ASE) 잡음을 함께 쌓으므로, 다단 중계 시스템의 설계는 결국 손실·분산·비선형·잡음의 네 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예산 배분 문제가 된다. 출력을 올리면 SNR은 좋아지지만 비선형이 폭주하고, 낮추면 잡음에 묻힌다. 이 최적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가 비선형 섀넌 한계로 불린다.
8. 수치 해석[편집]
광섬유는 해석해가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도파 구조지만(계단형 원통은 베셀 함수로 정확히 풀린다), 실제 설계 대상은 대부분 그 밖에 있다.
- 모드 해석: 임의 굴절률 분포의 모드는 유한요소 전자기나 유한차분 모드 솔버로 고유값 문제를 풀어 실효 굴절률과 필드 분포를 얻는다. 굽힘 손실, 편광 특성, 유효 단면적이 여기서 나온다.
- 전파 해석: 테이퍼·격자·결합기처럼 축 방향으로 구조가 변하는 소자는 빔 전파법이 표준이다. 후방 산란을 무시하는 대신 전 구간을 정직하게 FDTD로 푸는 것보다 몇 자릿수 싸다. 강한 반사가 있는 격자 구조에서만 시간영역 해석으로 넘어간다.
- 시스템 시뮬레이션: 수천 km 링크의 신호 열화는 NLSE를 분리 스텝으로 적분해 아이 다이어그램·BER을 뽑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웃이 광결정 섬유(PCF)다. 클래딩에 공기 구멍을 주기적으로 배열해 광결정의 밴드갭 또는 유효 굴절률 효과로 빛을 가두며, 코어를 아예 공기로 비운 중공 코어 섬유는 유리 안을 안 지나가므로 원리적으로 실리카의 레일리 산란 한계를 우회한다. 최근 반공진 중공 섬유(NANF)가 실리카 실심 섬유의 손실 기록에 근접하면서, “유리 없는 광섬유가 유리보다 투명해지는” 국면이 실제로 논의되고 있다.
9. 관련 문서[편집]
- 도파관 · 맥스웰 방정식 · 전자기해석
- 모드 해석 · 고유값 문제 · 유한요소 전자기 · FDTD
- 비선형 슈뢰딩거 방정식 · 솔리톤 · 스펙트럴 방법
- 레일리 산란 · 미 산란 · 편광 · 물리광학
- 광결정 · 전송선 이론
- 빔 전파법 · 광통신 · 레이저
10.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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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모드가 정렬이 쉽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NA가 크면 받아들이는 빛도 많지만 모드간 분산도 그만큼 커져서 대역폭이 죽는다. 광섬유 설계의 거의 모든 파라미터가 이런 식으로 양날의 검이라, “하나 좋아지면 하나 나빠진다”를 받아들이는 것이 입문 과정의 절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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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라는 숫자는 광통신 하는 사람들이 원주율만큼 자주 보는 상수다. 정확히는 의 첫 근으로 2.40483…이며, 이보다 V가 작으면 모드가 차단되어 기본 모드만 남는다. 도파관의 차단 주파수와 완전히 같은 이야기를 원통 좌표에서 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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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 융착 접속(fusion splicing) 현장을 보면 이 8 µm 코어를 맞춘다는 게 어떤 일인지 실감난다. 장비가 알아서 정렬해 주지만 접속 손실 0.05 dB를 넘기면 다시 잘라서 다시 붙인다. 그리고 그 케이블은 대개 굴착기 앞에서 무력하다 — 실제 통신 장애의 압도적 1위 원인은 분산도 비선형도 아니고 포클레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