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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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해석 고체역학 마지막 수정: 2026-07-13 04: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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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보 이론(beam theory)은 한 방향으로 길게 뻗은 구조 부재, 즉 보(beam)가 횡하중을 받아 휘어질 때의 처짐·응력·내력을 3차원 탄성 문제를 풀지 않고 1차원 미분방정식으로 근사해 예측하는 고체역학의 고전 이론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길이 방향에 비해 단면이 얇으니, 단면 전체를 한 점으로 뭉개서 축 좌표 xx 하나의 함수로 처리하자”는 차원 축소다. 건물의 보와 기둥, 교량 거더, 항공기 날개, 심지어 미소 캔틸레버 센서까지 — 가늘고 긴 것이 하중을 받는 곳이면 어디든 이 이론이 첫 손에 꼽힌다.1

보 이론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응력과 변형률의 완전한 3차원 텐서장을 풀 필요 없이, 단면 2차 모멘트라는 스칼라 하나만 알면 손으로도 답이 나오기 때문. 물론 그 대가로 “단면은 안 찌그러진다”는 다소 뻔뻔한 가정을 깔고 간다.

2. 오일러-베르누이 보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은 오일러-베르누이 보(Euler–Bernoulli beam)다. 두 개의 가정이 전부다.

  1. 변형 전 단면에 수직이던 평면 단면은 변형 후에도 평면을 유지한다(plane sections remain plane).
  2. 그 평면 단면은 변형 후에도 보의 중립축에 수직을 유지한다. 즉 전단 변형을 무시한다.

두 번째 가정 덕분에 단면의 회전각은 처짐 곡선의 기울기 dw/dx\mathrm{d}w/\mathrm{d}x와 그대로 같아진다. 여기서 처짐 w(x)w(x)에 대한 그 유명한 4계 미분방정식이 나온다.

EId4wdx4=q(x)EI \frac{\mathrm{d}^4 w}{\mathrm{d}x^4} = q(x)

EE는 영률(탄성계수), II는 단면 2차 모멘트, q(x)q(x)는 단위 길이당 분포 하중이다. EIEI를 묶어 굽힘 강성(flexural rigidity)이라 부르는데, 이게 클수록 보가 뻣뻣하다. 두께가 얇은 자가 잘 휘고 각목이 안 휘는 이유가 전부 II에 들어 있다.

처짐만 알면 나머지는 미분 몇 방으로 줄줄이 딸려 나온다. 기울기(회전각) θ=dw/dx\theta = \mathrm{d}w/\mathrm{d}x, 굽힘 모멘트, 전단력이 각각 이렇게 정의된다.

M=−EId2wdx2,V=dMdx=−EId3wdx3M = -EI \frac{\mathrm{d}^2 w}{\mathrm{d}x^2}, \qquad V = \frac{\mathrm{d}M}{\mathrm{d}x} = -EI \frac{\mathrm{d}^3 w}{\mathrm{d}x^3}

그래서 이 이론은 “한 번 미분하면 기울기, 두 번이면 모멘트, 세 번이면 전단력”이라는 리듬으로 외운다.2

3. 굽힘 응력과 단면 2차 모멘트

보가 휘면 중립축 위쪽은 압축, 아래쪽은 인장이 된다. 이때 축 방향 굽힘 응력은 중립축에서의 거리 yy에 선형 비례한다.

σx=M yI\sigma_x = \frac{M \, y}{I}

같은 모멘트라도 재료를 중립축에서 멀리 배치할수록(II가 커질수록) 응력이 낮아진다. I형강(H빔)이 살을 위아래 플랜지에 몰아넣은 이유이자, 속 빈 파이프가 꽉 찬 봉보다 무게 대비 잘 안 휘는 이유가 바로 이 II 최적 배치에 있다. 단면 2차 모멘트는 단면적을 중립축에 대해 제곱 가중 적분한 값이다.

I=∫Ay2 dAI = \int_A y^2 \, \mathrm{d}A

직사각형 단면이면 I=bh3/12I = bh^3/12로, 높이 hh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각목을 세워 쓰느냐 눕혀 쓰느냐로 강성이 몇 배씩 갈리는 게 이 세제곱 때문이다. 응력이 국소적으로 튀는 응력집중 부위나 재료가 항복하는 소성 영역에서는 이 선형 분포 가정이 깨지므로, 그럴 땐 얌전히 비선형 구조해석으로 넘어가야 한다.

4. 티모셴코 보

오일러-베르누이 보는 짧고 굵은 보(깊은 보)나 복합재 해석처럼 전단 변형이 무시 못 할 경우 처짐을 과소평가한다. 이 한계를 푼 것이 티모셴코 보(Timoshenko beam, 정확히는 티모셴코-에렌페스트 보)다. 여기서는 두 번째 가정을 완화해, 단면이 중립축에 더 이상 수직이 아니어도 되게 허용한다. 즉 처짐 기울기 dw/dx\mathrm{d}w/\mathrm{d}x와 단면 회전각 ϕ\phi를 독립 변수로 분리하고, 그 차이를 전단 변형률로 본다.

γ=dwdx−ϕ\gamma = \frac{\mathrm{d}w}{\mathrm{d}x} - \phi

이렇게 하면 미지수가 ww와 ϕ\phi 둘로 늘어 연립 2계 방정식이 되지만, 전단에 무른 단면이나 고주파 모드 해석에서 훨씬 정확하다. 전단 강성에는 단면 형상에 따른 보정 계수(전단 계수 κ\kappa)가 곱해진다.3 세장비(길이/두께)가 대략 10을 넘으면 두 이론의 차이가 미미해지므로, 얇고 긴 보엔 그냥 오일러-베르누이를 쓰는 게 국룰이다.

5. 유한요소법에서의 보 요소

손 계산은 등단면·단순하중까지가 한계다. 형상이 복잡해지면 유한요소법의 보 요소(beam element)로 넘어간다. 가장 표준적인 2절점 오일러-베르누이 보 요소는 각 절점에 처짐 ww와 회전각 θ\theta 두 자유도를 두어 요소당 4개 자유도를 갖는다.

지배 방정식이 4계 미분이라 처짐과 그 1계 도함수(기울기)가 절점에서 모두 연속이어야 하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보간이 바로 3차 헤르미트 보간(Hermite interpolation)이다. 이 3차 형상함수가 만들어내는 요소 강성행렬은 구조해석 교과서에 박제된 그 유명한 4×44\times4 행렬이며, 등단면 보에 대해서는 헤르미트 요소가 절점에서 이론적으로 정확한 처짐을 준다는 아름다운 성질이 있다.4 반면 티모셴코 보 요소는 처짐과 회전각을 독립 보간하는데, 순진하게 짜면 얇은 보에서 강성이 과도하게 잡히는 전단 잠김(shear locking)이 발생하므로 축소 적분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이 잠김 문제는 판과 셸 이론에서 더 악명 높게 재등장한다.

6. 좌굴과 진동에서의 보

보 이론은 정적 처짐만 다루는 게 아니다. 축 압축을 받는 가는 기둥이 옆으로 튕겨 나가는 좌굴은 보 방정식에 축력 항을 더한 고유값 문제로 귀결되며, 오일러가 유도한 임계 좌굴 하중 Pcr=π2EI/(KL)2P_{cr} = \pi^2 EI / (KL)^2이 그 결과다. 동적으로 가면 보의 자유 진동은 시간 항을 붙인 편미분방정식이 되고, 이를 풀면 보의 고유진동수와 모드 형상이 나온다. 이 부분이 모드 해석의 교과서적 출발점이다. 감쇠까지 넣어 시간 응답을 보려면 감쇠와 시간 적분법이 추가로 동원된다.

7. 관련 문서

8. Footnotes

  1. 정작 “오일러-베르누이”라는 이름의 두 주인공은 18세기 사람이다. 다니엘 베르누이가 미분방정식을 세우고 오일러가 처짐 곡선(엘라스티카)을 풀었으니, 인류는 컴퓨터도 없이 300년 전에 보의 처짐을 손으로 적분한 셈이다. ↩

  2. 부호 규약은 교과서마다 지옥처럼 다르다. M=−EIw′′M = -EI w''의 마이너스 부호를 두고 몇 세대의 학부생이 시험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결론은 “네가 정한 좌표계에 일관되기만 하면 된다”. ↩

  3. 전단 계수 κ\kappa는 직사각형 단면에서 대략 5/6, 원형 단면에서 약 0.9 정도로, 단면 위 전단응력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한 스칼라로 뭉갠 보정값이다. 값 자체를 두고 논문이 여럿 나온, 은근히 골치 아픈 상수. ↩

  4. 단, 이 “절점에서 정확” 성질은 등단면·구간별 상수 하중 같은 얌전한 조건에서만 성립한다. 분포하중이 복잡하면 요소 내부 처짐은 근사일 뿐이라, 요소를 잘게 쪼개는 수렴성 확인은 여전히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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