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편집]
이징 모형(Ising model)은 격자의 각 자리에 두 값만 갖는 스핀을 놓고, 이웃한 스핀끼리의 상호작용만으로 자성체의 협동 현상을 기술하는 통계물리 모형이다. 해밀토니안은
로, 이면 강자성(이웃끼리 같은 방향을 선호), 는 외부 자기장이다. 합 기호 는 최근접 이웃 쌍에 대해서만 한 번씩 센다는 뜻.
이보다 더 단순한 상호작용계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장난감이 상전이·임계 현상·보편성이라는 통계물리의 핵심을 전부 품고 있고, 2차원 정확해까지 존재한다. 덕분에 이징 모형은 계산물리에서 새 알고리즘을 만들면 반드시 먼저 던져 보는 표준 벤치마크가 되었다.1
2. 분배함수와 관측량[편집]
모든 것은 분배함수에서 나온다.
문제는 상태의 개수다. 격자에 스핀이 개면 항이 개다. 겨우 격자도 개로, 전수 합산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몬테카를로 방법으로 볼츠만 분포에서 상태를 표본추출해 기대값을 추정한다.
관심 있는 양은 자화 , 에너지 밀도, 그리고 그 요동으로 정의되는 감수율과 비열이다.
즉 감수율·비열은 따로 미분해서 구하는 게 아니라 표본의 분산에서 바로 나온다. 요동-흩어짐 정리 덕분인데, 시뮬레이션 구현 입장에서는 “관측량은 평균과 분산만 모아 두면 된다”는 뜻이라 아주 편하다.
3. 1차원과 2차원 — 온사거의 정확해[편집]
이징이 1924년 박사논문에서 푼 것은 1차원 사슬이었다. 전달행렬(transfer matrix)로 정확히 풀리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임의의 에서 자유에너지가 해석적이고, 유한 온도 상전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직관적으로는 1차원에서 도메인 벽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은 로 고정인데 벽을 놓을 위치의 엔트로피는 로 커지므로, 온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유에너지가 항상 벽을 만드는 쪽으로 기운다. 이징 본인은 이 결과를 보고 모형 전체가 쓸모없다고 결론지었다.2
반전은 1944년 라르스 온사거가 외부장 없는 2차원 정사각격자를 정확히 풀면서 일어났다. 임계온도는
이고, 비열이 에서 로그 발산하며, 자발자화는 에서 로 켜진다. 상호작용하는 다체계에서 상전이를 해석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사례이고, 지금도 새로 짠 몬테카를로 방법 코드의 정답지 역할을 한다. 3차원은 지금까지 정확해가 없어서, 임계지수는 수치 시뮬레이션과 등각 부트스트랩으로만 알려져 있다.
4. 임계지수와 보편성[편집]
근처에서 물리량은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 라 두면
2차원 이징의 정확값은 , , 이다.3 핵심은 이 지수들이 격자 모양이나 의 크기 같은 미시 세부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사각격자든 삼각격자든, 스핀이든 액체-기체 임계점이든, 차원과 대칭성만 같으면 같은 지수를 갖는다. 이 현상을 보편성(universality)이라 하고, 재규격화군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시뮬레이션 관점에서는 굉장한 면허증이다 — 실제 물질을 그대로 모형화할 필요 없이, 대칭성만 맞춘 가장 싼 모형을 돌려도 임계 거동은 같은 답이 나온다.
5.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과 임계 감속[편집]
표준 처방은 메트로폴리스 알고리즘이다. 스핀 하나를 골라 뒤집었을 때의 에너지 변화 를 계산하고, 이면 무조건 수용, 아니면 확률 로 수용한다. 최근접 이웃만 보면 되므로 계산은 이고, 취할 수 있는 값도 몇 개뿐이라 지수함수를 미리 표로 만들어 두는 게 국룰이다.
문제는 근처다. 상관길이 가 발산하면서 크기 짜리 도메인 전체를 뒤집어야 독립적인 표본이 되는데, 한 번에 스핀 하나만 뒤집는 국소 갱신으로는 그 일이 무작위 걷기처럼 진행된다. 자기상관 시간이
로 커지고, 메트로폴리스의 동적 지수는 2차원에서 이다. 격자를 2배 키우면 필요한 스윕 수가 4배 이상으로 뛴다는 뜻. 이것을 임계 감속(critical slowing down)이라 한다.
해법은 스핀 하나가 아니라 클러스터를 통째로 뒤집는 것이다. 스윈센-왕(1987)과 울프(1989) 알고리즘은 이웃한 같은 방향 스핀을 확률 로 묶어 클러스터를 만들고 그 전체를 한 번에 뒤집는데, 이 값이 정확히 상세균형을 만족하도록 정해져 있다. 동적 지수가 까지 내려가 임계점 계산이 사실상 공짜가 된다. 스핀글라스처럼 클러스터 기법이 안 통하는 경우에는 온도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병렬 템퍼링이 대안이다.
6. 유한크기 스케일링과 비너 누적률[편집]
유한 격자에서는 가 을 넘을 수 없으므로 발산이 둥근 봉우리로 뭉개진다. 그런데 이 뭉개지는 방식 자체가 스케일링 함수를 따르므로, 여러 의 데이터를 겹쳐(collapse) 무한계 값을 뽑아낼 수 있다. 가장 잘 쓰이는 도구가 비너 누적률(Binder cumulant)이다.
에서 이 에 거의 의존하지 않으므로, 여러 격자 크기의 곡선을 그려 교차점을 찾으면 가 나온다. 임계지수를 미리 몰라도 되는 게 장점이라 불확실성 정량화가 필요한 실전 데이터 분석에서 특히 유용하다.
7. 응용 — 자성체를 넘어서[편집]
이징 모형이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자성체 밖에 있다.
- 스핀글라스: 를 무작위 부호로 두면 좌절(frustration)이 생겨 에너지 지형이 거대한 골짜기 숲이 된다. 담금질 모사와 병렬 템퍼링이 태어난 시험대가 여기다.
- 격자 기체와 이원 합금: 을 “원자 있음/없음”, “A원자/B원자”로 읽으면 그대로 격자 기체 모형이 된다. 격자 기체 오토마타와도 이 지점에서 계보가 닿는다.
- 조합최적화와 QUBO: 이차 무제약 이진 최적화 문제 는 을 로 바꾸면 정확히 이징 해밀토니안의 바닥상태 찾기가 된다. 여행하는 외판원, 그래프 분할, 포트폴리오 선택이 전부 이 형태로 사상되며, 양자 어닐러와 광학·CMOS 기반 “이징 머신”이 겨냥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4
- 뉴런과 사회 모형: 홉필드 네트워크는 대칭 결합을 가진 이징 모형과 수학적으로 동일하다.
8. 관련 문서[편집]
9. Footnotes[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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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렌츠가 1920년에 제안하고 제자 에른스트 이징이 풀었는데, 이름은 제자가 가져갔다. 학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이 경우는 제자가 “이 모형은 쓸모없다”고 결론 낸 논문이라 더 얄궂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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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징은 이후 물리학계를 떠나 교사로 일했고, 자기 이름이 붙은 모형이 통계물리의 표준이 된 것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전해진다. 논문 한 편으로 40년 뒤 학문 분야 하나를 먹여 살린 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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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수들은 스케일링 관계 , 등으로 서로 묶여 있어 독립적인 것은 두 개뿐이다. 수치 시뮬레이션에서 지수를 따로따로 뽑았는데 이 관계가 안 맞으면, 자연의 승리가 아니라 통계 부족이거나 유한크기 보정을 안 넣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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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hard 문제를 이징으로 사상했다”까지는 누구나 한다. 사상한 뒤에도 여전히 NP-hard라는 게 함정. 이징 머신의 가치는 복잡도 계층을 깨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지수 시간이라도 상수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있다. ↩